동기 성희롱해 강등 전역한 해군…법원 "징계 지나치다"
해군 복무 당시 동기를 성희롱했다가 강등돼 상병으로 전역한 남성이 부대장을 상대로 낸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인천지법 행정1-1부(이현석 부장판사)는 해군 전역자 A씨가 모 부대장을 상대로 낸 강등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6일 밝혔다.
2020년 7월 해군에 입대한 A씨는 훈련소를 거쳐 같은 해 11월부터 한 부대에서 경계병으로 복무했다.
A씨는 이듬해 5∼7월쯤 생활반에서 동기 B씨의 과자와 라면을 몰래 먹었고, 그의 목욕용품을 마음대로 쓰기도 했다. 또 성적으로 비하하는 의도로 B씨를 '싹뚝이'라고 부르며 성희롱했다.
이에 부대 측은 지난해 1월 징계위원회를 열고 A씨에게 강등 처분을 내렸다. A씨는 곧바로 불복했으나 항고심사위원회에서 기각됐다.
해군 규정에 따르면 병사의 징계는 강등·군기 교육·감봉·휴가 단축·근신·견책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A씨가 받은 강등은 가장 무거운 징계다.
당시 병장 계급이던 A씨는 결국 2개월 뒤 상병으로 전역했고, 지난해 7월 부대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소송에서 "전반적으로 성실하고 충실하게 군 복무를 했다"며 "원만하게 합의한 피해자가 처벌도 원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잘못을 반성하면서 후회도 했다"면서도 "당시 강등 징계는 지나치게 무거워 위법하다"고 말했다.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의 비위로 인한 피해자는 1명이고 피해액도 크지 않다"며 "단순히 3차례 반복했다고 해서 비위 정도가 무겁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군 규정상) 비위가 가볍지만, 고의인 경우에 내리는 징계는 '군기 교육'이나 '휴가 단축'"이라며 "'싹뚝이' 발언도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굴욕감을 주는 성희롱은 맞지만 반복해서 하지 않아 가벼운 비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군기 교육을 넘어 가장 무거운 징계인 강등 조치를 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비위 행위에 비해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여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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