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노동하는 노인 유럽의 6배…79세에도 "82세까진 일해야 해"
<앵커>
권애리 기자와 함께 하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권 기자, 요즘 은퇴할 나이라는 말이 점점 더 무색해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 고령층 가운데 일하는 사람 숫자가 사상 최대 수준이죠.
<기자>
네, 고령층의 범위를 이번 통계청 분석에서는 55세에서 79세까지로 잡았습니다.
이 나이대에서 경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들의 비중이 지난 5월을 기준으로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제 이 나이대에서 10명 중에 6명 이상이 계속 일을 하고요, 또 일을 쉬게 되더라도 언제든 다시 일하겠다는 자세로 일을 찾고 있습니다.
50대 후반이 어떻게 고령층이냐, 마음에 안 든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55세에서 64세까지 그리고 65세에서 79세까지 두 그룹으로 다시 나눠 봐도 64세까지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무려 72.4%나 됩니다.
이 정도면 한창 일할 나이인 30~40대의 경제 활동 참가율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는 않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65세에서 79세까지는 46.1%, 그러니까 이 정도 고령층에서도 거의 절반 가까이가 계속 일하고 있습니다.
인구로 봐도요,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를 비롯해서 우리나라에서 지금 가장 사람이 많이 몰려 있는 나이대죠.
그러니까 1,548만 명이 55세에서 79세 사이입니다.
그런데 10년 전의 같은 연령대 인구와 비교했을 때 무려 40% 넘게 늘어났습니다.
이 연령대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거죠.
그중에 932만 명이 계속해서 노동 시장에 있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경제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고령층이라도 앞으로 일을 좀 하고 싶다, 이런 사람들까지 따지면 고령층 인구 전체의 68.5%입니다.
무려 1,060만 명이 넘는, 1천만 명이 넘는 55세에서 79세 사이의 인구가 일을 하고 있거나 찾고 있거나 조만간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그럼 사람들은 대체 언제쯤이 은퇴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기자>
보시는 것처럼 73세입니다.
그러니까 73살까지는 일하고 싶고 일할 수 있다, 일하고 싶어 하는 노인들 스스로 생각하는 일할 수 있는 나이는 평균 73세까지였습니다.
그런데 평균이잖아요.
그래서 조금 더 쪼개서 들어가 보면 다들 아무튼 본인이 속한 나이대보다는 몇 살 더 많은 시기를 꼽았습니다.
점점 나이가 올라갑니다.
50대 후반은 70세까지 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나이가 가까워오면 일해야겠다는 나이가 점점 더 많아집니다.
60대 초반은 72세, 60대 후반은 75세.
그리고 70대 후반들한테 물어보면 82세까지는 일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앵커>
70대 후반까지도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는 건데 아무래도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겠죠.
<기자>
65세 이상 인구에서의 경제 활동 참가율,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65세 이상에서 여전히 일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OECD에서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일하는 노인이 꽤 많다고 하는 미국과 비교했을 때도 거의 2배고요, 유럽과 비교하면 거의 6~7배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OECD에서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나라죠.
이것도 1위입니다.
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겁니다.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이 50.3%, 전체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고요.
그나마 월평균 수령액도 75만 원 정도에 그칩니다.
그런데 60세 이상끼리로만 추려봐도 3명 중에 1명은 연금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오래 일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인생에서 가장 오래 일한 곳, 그러니까 각자의 인생에서 제일 핵심적이었던 일자리를 떠날 때의 나이는 남성은 평균 51.1세, 여성은 47.8세, 평균적으로 49.4세밖에 되지 않을 때 떠났습니다.
그 나이에 자기 인생에서 제일 핵심적이었던 일자리를 떠나야 했던 이유로는 사업 중단이나 폐업, 휴업 그리고 그다음 이유가 명예퇴직, 권고사직, 정리해고.
한마디로 자발적이지 않은 퇴직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일을 찾을 때 공공 취업 알선 기관을 통하는 경우가 36% 또는 친구나 친지 소개, 부탁해서 일하게 된다는 경우가 32%.
한마디로 그렇게 안정적이거나 임금이 넉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일자리를 전전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그런데 정작 25세에서 64세, 그러니까 미성년자와 학생들을 제외한 사회 전반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우리나라가 OECD에서도 하위권입니다, 76.8%죠.
OECD가 집계해 놓은 50대 나라 중에서 뒤에서 13번째고요, OECD 평균이나 유럽 평균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사회 전반의 경제 활동 활력은 떨어지고 노인들은 압도적으로 많이 일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건데요.
앞으로 고령층의 비중이 더욱 커지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이는 게 걱정입니다.
<앵커>
고령층이 능력과 경험에 맞는 일을 찾도록 사회가 돕는 게 더 필요해질 것 같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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