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졸업장 산다" 美 정부, 하버드대 조사 착수

미 교육부, 하버드대 기부·레거시 입학 조사
앞서 대법원은 소수인종 우대정책 위헌 판결

아이비리그를 대표하는 명문인 하버드 대학교의 기부입학과 동문자녀 우대 제도가 미 교육부의 사정권에 들었다. 앞서 미 대법원이 지난달 소수인종 우대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위헌 결정에 따른 여파다. 부모의 학벌을 대물림하는 '레거시(legacy·유산) 입학제'가 백인들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일자, 교육부가 전면 조사에 나섰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교육부는 지난달 제기된 시민단체 민원에 대한 후속 조치로 이번 주부터 하버드대를 상대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히스패닉과 흑인 인권을 변호하는 시민단체 3곳은 어퍼머티브 액션 위헌 결정 이후 기부·레거시 입학도 백인 학생들에게 혜택을 준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하버드대가 친인척이 졸업생이거나 기부자인 지원자를 우대하면서 학교 내 모든 차별을 금지한 미국 민권법 6조(Title VI)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3개 시민단체를 대표하는 시민권을 위한 변호사 단체는 "기부·레거시 입학 제도는 백인 지원자에게 불균형할 정도로 유리하다"며 "동시에 흑인, 라틴 및 아시아계 미국인을 포함한 유색 인종에는 시스템적으로 불이익을 준다"고 비판했다. 이어 "연방차별금지법은 분명하다. 연방기금의 지원을 받는 기관은 자격을 갖춘 유색인종 학생들에게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않은 우대정책을 써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앞서 기부·레거시 입학 제도를 철폐한 다른 대학의 선례를 따를 것을 촉구했다. 최근 웨슬리안대와 미네소타대는 대법원의 어퍼머티브 액션 위헌 결정 이후 레거시 입학 제도를 폐지했다.

미국 명문대 입시에서 부유층 가정의 자녀가 평범한 가정의 자녀보다 우대받고 있다는 것은 연구 결과로도 확인된다. 전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라지 체티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팀이 미 명문대 입시 결과를 분석한 결과,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SAT 점수가 동일한 경우 경제력 상위 1% 가정이 다른 수험생들보다 합격 가능성이 34%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WSJ는 "부자들을 위한 어퍼머티브 액션이라고 조롱받는 레거시·기부 입학은 대법원 판결 이후 더욱 많은 조사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