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림을 가까이 두세요

기고자/김태은 일산차병원 암 통합 힐링센터 교수(차의과학대 미술치료대학원) 2023. 7. 2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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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움직여 자르고 붙이고 색을 칠하는 것마저도 하기 싫은 날, 병실 천장만 바라보며 누워계신 환자분이 해보기 좋은 작업을 소개해드립니다.

저는 환자의 암 진단부터 완치까지, 혹은 임종까지 동행하는 미술치료사입니다.

그렇게 환자분의 사연을 오랫동안 듣다 보면, 그 분들에게 어떤 그림이나 사진이 위로가 될지 짐작이 가곤 합니다.

집중 치료를 잘 끝내고 일반 병실로 돌아왔는데, 중환자실에 붙여두었던 그 엽서를 소중히 챙기는 모습을 보며 '다행이다' 하고 저도 안도한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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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 예술을 만나면>
김태은 교수 작업물 사진.
손을 움직여 자르고 붙이고 색을 칠하는 것마저도 하기 싫은 날, 병실 천장만 바라보며 누워계신 환자분이 해보기 좋은 작업을 소개해드립니다.

저는 환자의 암 진단부터 완치까지, 혹은 임종까지 동행하는 미술치료사입니다. 때때로 많은 환자분들이 오랜 시간 질병의 여정을 함께하고 있는 저에게 가족에게는 못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환자분의 사연을 오랫동안 듣다 보면, 그 분들에게 어떤 그림이나 사진이 위로가 될지 짐작이 가곤 합니다.

직접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누군가 그린 그림이나 작품을 감상하는 것으로 힐링하는 것을 ‘수용적 예술치료’라고 합니다. 감상자가 작품 감상에 몰두하면서 기쁨, 슬픔, 감격, 동정심을 느끼고 이를 통해 자신의 마음속에만 감춰뒀던 충격, 외상과 마주하면 정신적 힘을 회복하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10대 후반의 한 환자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환자는 지방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서울 생활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던 여고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바라던 서울 생활이 병원생활이 되었고, 백혈병 투병을 해야 한다는 것이 기가 막힌다고 했습니다. 꿈꾸던 서울 생활인 이게 아니었다고요. 병원 창밖으로 보이는 8차선 도로, 꽉 막히는 교통 상황 등이 자신에게는 악몽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아빠와 이혼하고 홀로 자신을 키우시는 엄마께 늘 “서울 가서 살고 싶다”라고 말했던 게 후회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 형편에 농사짓는 외할머니와 엄마가 번갈아 간호해주시는 것에 대한 죄송함이 매우 크다 했습니다.

환자는 끝을 알 수 없는 치료 과정이 마치 자신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저를 붙잡고 ‘집에 가고 싶어요. 그냥 교복 입고 집으로 가던 그 길이 너무 그리워요’라고 말하며 울기도 했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중환자실에 홀로 있는 동안에도 바라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림엽서 한 장을 붙여주었습니다. 하굣길에 보던 풍경 같다던 그림이었지요. 집중 치료를 잘 끝내고 일반 병실로 돌아왔는데, 중환자실에 붙여두었던 그 엽서를 소중히 챙기는 모습을 보며 ‘다행이다’ 하고 저도 안도한 기억이 납니다.

컨디션이 어느 정도 회복된 뒤, 저희는 그 그림엽서에 엘리스를 붙여 넣었습니다. 이상한 나라에 있던 엘리스가 자신의 고향집으로 가는 모습을 꾸민 것입니다. 그 그림을 볼 때마다 ‘빨리 나아서 집으로 돌아가야지’라고 다짐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그 환자는 건강을 회복해 멋진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리는 게 막연하게만 느껴지고 어렵다면 좋아하는 그림이라도 출력해 침대 옆에 붙여 보세요. 평소 좋아하던 만화 캐릭터도 좋고, 삶의 고통을 극복한 화가들의 이야기가 담긴 명화도 좋습니다.

유년기 시절 소아마비와 청소년기 교통사고로 고통을 겪었던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는 자화상을 통해 자신의 외로움을 담담하게 담아냅니다.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수련이라는 작품을 완성해 낸 모네의 정원 그림도 추천합니다. 아픔 속에서도 예술을 놓지 않은 많은 화가들의 그림은 지금 우리에게 위로를 가져다주리라 생각합니다.

그림을 바라보며, 음악을 감상하며 조용히 자신의 삶의 의미를 탐색해 보세요. 정서적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예술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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