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여 년 전 유물 피라미드에 압도되었습니다 [가자, 서쪽으로]
[김찬호 기자]
다합에서 며칠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출발하는 미니버스에 탑승했습니다. 다합에서 카이로로 향하는 버스입니다. 9시간을 달려야 하는 아주 긴 노선입니다. 버스에는 빈 자리 없이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 하저터널로 건넌 수에즈 운하 |
ⓒ Widerstand |
물론 카이로 여행의 핵심은 기자의 피라미드였습니다. 카이로뿐 아니라 이집트의 대표적인 관광지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런 만큼 피라미드 방문에 대해서도 여러 주의사항을 들었습니다. 카이로에 도착한 첫날 마주한 혼란스러운 도시의 분위기 덕에, 그런 주의사항이 더 현실감 있게 느껴졌습니다.
▲ 기자의 피라미드 |
ⓒ Widerstand |
유적 내부에 입장한 뒤로는 경찰이 곳곳에 상주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호객을 하는 상인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괜찮다는 대답에 세 번 이상 되묻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넓은 유적 안을 이동하기 위해 낙타나 말을 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조차 강요하는 분위기는 없었습니다. 유적에 들어와 이내 안심했습니다.
▲ 기자의 피라미드 |
ⓒ Widerstand |
사실 피라미드는 그리 보존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따로 입장권을 구매하면 피라미드 내부에도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피라미드 벽면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관리에 더 신경쓸 수 있을 것 같았고, 유적 주변도 더 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 피라미드에 오르는 사람들 |
ⓒ Widerstand |
기자의 피라미드가 세워진 것은 고대 이집트 제4왕조 시절입니다. 기원전 26세기에 만들어진 유적이죠. 그러니 기자의 피라미드가 세워지고도 2500년이 넘게 지나서야 고대 이집트는 멸망한 것입니다.
▲ 기자의 피라미드 |
ⓒ Widerstand |
이 거대한 유물은 사라지지도 파괴되지도 않고 5천 년의 시간을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시대에 따라 파괴나 공격의 대상이 되었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실제로 세계의 수많은 유물이 그런 방식으로 파괴되었습니다.
▲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
ⓒ Widerstand |
누구도 이것을 파괴하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거대한 피라미드 앞에 섰을 때의 경이를 인류가 함께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그저 거대한 벽돌의 무지일 뿐입니다. 높게 쌓은 사각뿔 모양의 건축물입니다. 정교할 것도 화려할 것도 없습니다. 이제는 외장에 칠했다던 대리석마저 다 벗겨져 원형을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벽돌 한 장 한 장이 모여 그 거대한 형태를 이루었다는 사실에, 시대도 언어도 인종도 관계 없이 우리 모두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피라미드를 쌓은 것은 고대 이집트의 한 왕조였습니다. 피라미드의 건설도 이제는 미스터리나 신화의 영역이 아닙니다. 하지만 피라미드를 지킨 것은 이집트를 거쳐 간 전 시대의 인류가 함께 해낸 것이었습니다.
제가 피라미드에서 느낀 압도감은 꼭 그 높이와 거대한 크기에서만 오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모든 인류가 이 앞에 서서 같은 감정을 느꼈으리라는 사실. 그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이 유물을 지켜냈다는 사실. 피라미드의 경이는 그 역사성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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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개인 블로그, <기록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기억, 채널 비더슈탄트(CHwiderstand.com)>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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