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선생 강의 듣고도 가끔 혼란스러운 '처음 엄마'

전정희 2023. 7. 2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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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걸 잊지마-아동청소년 그룹홈 아홉 자녀 엄마의 '직진'](6)
사춘기 접어든 아이들 '방목'할 것인가..."왜 엄마 마음대로 하세요!"

전성옥
1971년 전북 고창 출생. 현재는 전남 영광에서 9명의 자녀를 양육하는 '아동청소년 그룹홈' 가정의 엄마다. 여섯 살 연하 남편 김양근과 농사를 지으며 단란한 가정을 이끌고 있다. 김양근은 청소년기 부모를 잃고 세 여동생과 영광의 한 보육시설에서 성장했는데 그가 20대때 이 시설에 봉사자로 서울에서 자주 내려왔던 '회사원 누나' 전성옥과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이들의 얘기는 2017년 KBS TV '인간극장'에 소개되기도 했다.

전성옥 부부는 대학생 아들 태찬(19), 고교 2년생 딸 태희(17) 등 1남 1녀를 두었다. 이 자녀들이 어렸을 때 부부는 서울에서 낙향을 결심했다.  전성옥은 "어려운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주고 싶다"는 남편을 뜻에 동의해 영광에 내려와 그룹홈을 열었다. 이때 셋째 김태호(11)를 입양했다.

그 후 여섯 명의 딸 김초록(가명 · 19 · 대학생) 한가은(가명 · 이하 가명 · 18 · 특수학교 학생) 김현지(14 · 중학교 2년) 오소영(13 · 중학교 1년) 유민지(12 · 초교 6년) 장해지(9 · 초교 3년) 등과 함께 '다둥이 가정'을 꾸렸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전성옥은 귀농 후에도 문학반 수업을 들을 만큼 문학적 자질이 뛰어나다. 아이들과 함께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가장 즐겁게 생각한다. '사랑한다는 걸 잊지마'는 혈연 중심의 가족구성원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는 연재 칼럼이다.
전성옥 부부. 아들 태호가 음악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후 기념 사진을 찍었다. 사진=전성옥 제공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 길을 잃은 엄마 V/S 길을 찾아가는 아이들

“엄마! 저 달라졌죠?”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뜬금없는 아이의 직구다.

“그래? 뭐가 달라졌는데?”

“달라졌잖아요. 엄마가 말하면 바로 ”네“라고 대답도 하고, 신발도 엄마가 말안해도 정리했다구요.”

함께 차를 타고 오던 언니들 포탄 투하.

“야, 그럼 우리 텔레비전에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 신청해야 겠다.”

“그러다 다시 옛날처럼 소리 지르고 물건 내던지면 어쩌라고?”

“하하하, 그럼 다시 오은영 선생님 프로에 보내야지. 뭐야? 그거 '금쪽같은 내새끼' 거기 보내자.”

“야, 안돼. 안돼. 거기는 돈 엄청 많이 들어. 아마 100만원도 더 들걸?”

“오은영 선생님 엄청 유명하잖아. 몇 달 줄서서 기다려야 만날 수 있대.”

“언니, 그냥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프로그램에 나가야겠다.”

막내의 순발력에 모두 웃음포탄이 터진다.
마구 벗어 놓은 현관의 신발. 사진=전성옥
"달라졌다"는 아이의 신발 정리. 사진=전성옥

엄마는 네모난 규칙을 좋아한다. 어쩌면 아이들은 그런 엄마의 규칙이 힘들고 때론 버겁기도 할 터이다. 사람 얼굴이 다르듯 성격이나 스타일이 다름은 당연한 것인데 엄마는 그저 네모나게만 붙잡아 키우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엄마도 길을 잃을 때가 있다. 유명 강사의 강의 내용이 마음을 더 혼란스럽게 했다.

'아이들을 가두지 마세요. 그렇다고 방치는 안됩니다. 방치와 방목은 다르지요. 방목하세요. 큰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살도록 해 주세요.'

그렇다면 방목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방목인가? 지금의 양육방식에 엄마는 길을 잃었는데 아이들은 길을 찾은 모양이다. 엄마의 틀을 뚫고 일탈이 시작된 것이다. 사춘기로 접어든 아이들이 엄마의 틀을 벗어나려고 꿈틀댄다.

“엄마는 왜 엄마 맘대로만 해요? 하기 싫은데 왜 강요하냐구요?”

“빨리 스무 살이 되고 싶어.”

“야! 스무 살 되면 뭐 별것 있는 줄 알지? 오히려 책임질 일만 더 많아지거든. 어른이라고 다 맘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냐? 더 힘들어 더!”

아이의 불만보다 더 크게 질러놓았지만 맘이 무겁다.

성장통이라고 하기엔 지나친 반항이라는 생각과 어쩌면 엄마의 답답한 틀을 못 견디는 자유로운 자아의 현상일이라는 생각 사이에서 괴롭기만 하다.

초딩 때만 해도 엄마가 최고였고 엄마면 다 되었던 아이들이다. 성장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도 엄마는 받아드리기가 힘들다. 방목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방목인지조차 모르겠다.

“여보! 그냥 놔둬. 일일이 다 신경 쓰다 싸움만 되고 그러니까 뛰쳐나가려고 하는 거 아냐?”

항상 한발짝 뒤에서 바라보는 남편은 속편한 소리를 격려인지 야단인지도 모를 말로 쏟아놓는다.
아이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찾는 물무산 둘레길. 남편과의 산책 코스이기도 하다. 사진=전성

‘뭐야? 저 인간. 아이들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또 편을 들어?’

속에서 열불이 났지만 참았다.

너도 니 인생이 처음이고, 엄마도 엄마 인생이 처음이라 답이 쉽게 ◯☓ 문제 풀듯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합의 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한바탕의 회오리가 지나가고 다시 평온한 집안 분위기에 아이들은 편안히 초원의 양처럼 풀을 뜯는다. 오은영 선생님보다는 아니지만 제법 해냈구나 안도하는 하루다.

전성옥(수필가) jsok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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