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평에 일일이 “좨송합니다”…네티즌 울린 노부부 댓글
서울 노량진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 노부부가 배달 앱 혹평과 별점 테러에 일일이 서툰 맞춤법으로 사과 댓글을 남긴 사연이 전해져 네티즌들의 가슴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26일 온라인에 따르면 최근 SNS에서는 ‘배민(배달의민족) 리뷰 보는데 사장님이 연세 있어 보이면 마음 아파’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돼 이목을 모았다. 배달 앱에 남겨진 후기와 해당 후기에 대한 ‘사장님 댓글’(고객 리뷰에 점주가 다는 댓글)을 캡처한 사진을 정리한 게시글인데, 해당 가게는 서울 노량진역 인근에서 노부부가 24년째 운영하는 분식집이라고 한다.
사진을 보면 해당 분식집 리뷰에는 약 5개월 전부터 불만 어린 후기들이 올라왔다. ‘오이냉국수’를 주문하면서 ‘오이를 빼달라’는 요청사항을 적은 한 손님은 “분명 오이 빼달라 그랬는데 넣을 수 있는 곳은 다 넣어놨네요. 요청사항 좀 읽어주세요”라면서 별점 1개를 줬다. 이에 사장은 “너무너무 좨송합니다(죄송합니다). 너무 큰 실수를 햇내요(했네요). 앞으로는 조심 또 조심하갯습니다(조심하겠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또 물냉면을 주문한 손님이 “냉면 먹고 싶어서 시켰는데 냉면에 물이 없고 면을 다 불었다. 실망이 너무 크다”는 혹평과 함께 별점 2개를 매기자, 사장은 “너무 좨송합니다(죄송합니다). 다음엔 육수 만이 드릴개요(많이 드릴게요).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재가 원하시는 매뉴(제가 원하시는 메뉴) 하나 더 드리고 싶은대(싶은데), 다음에 혹시라도 주문 주시면 냉면 얘기 꼭 하새요(하세요). 그래야 재가 기역하니까요(제가 기억하니까요). 너무 좨송햇습니다(죄송했습니다)”라고 답글을 남겼다.
리뷰에 별다른 내용 없이 “ㅜㅜ휴ㅜㅜ”라고만 적은 손님에게는 “너무 좨송합니다(죄송합니다). 머가 마음에 안 드셨군요. 너무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새로 살마 드렷어야 돼는대(삶아 드렸어야 되는데) 기사분이 언재(언제) 오실지 모르니 재송해요(죄송해요). 다음엔 조금 느저도 새로 살마드릴개요(늦어도 새로 삶아드릴게요)”라고 달았다.
사장이 남긴 댓글을 보면 ‘죄’를 ‘좨’, ‘많이’를 ‘만이’, ‘습니다’를 ‘읍니다’로 적는 등 오탈자와 띄어쓰기 실수가 다수 눈에 띈다. 서툰 맞춤법에도 진심어린 사과가 담긴 이 ‘사장님 댓글’은 노부부가 한 자씩 어렵게 입력한 글이라고 한다. 해당 분식점의 배달 평점은 4점대 후반 정도로 높은 편인데, 노부부는 혹평 아닌 호평에도 일일이 감사 댓글을 단다.
한 손님이 “맛도 맛있지만 양에 놀랍니다. 잘 먹었습니다”고 칭찬 글을 남기자 사장은 “감사하고 고맙읍니다(고맙습니다). 요새 우울한대 조은(우울한데 좋은) 리뷰 감사하고 고맙읍니다(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맛있개 해드릴개요(맛있게 해드릴게요). 양도 만이드리고요(많이 드리고요). 조금 실수가 있더라도 잘 부탁드립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다른 칭찬 리뷰에도 사장은 “항상 맛이 한결 갓(같)지는 안갰지만 맛잇개 할려고(않겠지만 맛있게 하려고) 노력한답니다. 이럭캐(이렇게) 저를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또 “그동안 겨우 유지하다 배민 덕분에 요즘 살고 있어요. 리뷰를 너무 잘 써주신 거 알아요. 눈물이 핑 돌앗어요(돌았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답글도 남겼다.
이런 리뷰들이 화제가 되면서 최근 해당 가게의 배달앱 후기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인근에 거주하는 네티즌들이 음식을 주문한 뒤 훈훈한 후기를 줄지어 남기고 있는 것이다. 평균 별점은 4.8점으로 높아졌다. 온라인에는 “오이냉국수에 오이 빼달라는 인간은 뭐냐” “가슴이 먹먹하다” “우리도 언젠가 모든 게 느려지고 서툴러지는 날이 올 텐데 이해심을 키우자”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분식집 리뷰를 온라인에 공유한 A씨는 “할아버지께서 최근에 수술도 하셨다. 주문이 몰려 들어오면 조금 당황하시기도 한다. 배달 앱 설정을 잘 못 하신다”고 전했다. 이어 “할머님 혼자 하시는데 기다릴 수 없으면 취소하고 가시면 된다. 할머님이 계속 미안해하시고 당황해하신다. 조금 이해심을 갖고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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