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다, 호준아"…'세계 6위' 이호준이 한국 수영의 자신감을 키웠다

배영은 2023. 7. 2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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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22·대구광역시청)은 남자 자유형 200m 결선 경기를 마친 뒤 연신 가쁜 호흡을 내뱉었다. 인터뷰 도중 양해를 구하고 물을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르기도 했다. 이틀간 전력으로 세 번의 레이스(예선·준결선·결선)를 치르면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했고, 결국 뛰어 넘었기 때문이다. 그는 "결과와 상관 없이 최선을 다한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호준(오른쪽)이 25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200m 자유형 결선을 마친 뒤 동메달을 딴 황선우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뉴스1


이호준은 25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46초04의 기록으로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지만, 그 자체로 의미가 큰 이정표였다. 절친한 후배 황선우(20·강원특별자치도청)와 함께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결선에서 두 명의 한국 선수가 물살을 가르는 명장면을 남겼다. 늘 외로운 레이스를 펼쳤던 에이스 황선우에게도 마침내 마지막 출발을 함께할 수 있는 든든한 동료가 생겼다.

이호준은 "세계선수권 개인전 결선 진출도 처음이고, 이틀간 100%에 가까운 힘으로 200m 경기를 세 번 연속 뛴 것도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정신적으로 잘 이겨내 무사히 마친 것 같다"며 "두 달 뒤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뿐 아니라 내년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호준은 영훈고 3학년이던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에 처음 출전했다가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자유형 200m에서 31위, 400m에서 22위에 그쳐 예선 탈락했다. 3년 뒤 열린 지난해 부다페스트 대회에선 개인전 스타트라인에 서보지도 못한 채 단체전(계영 800m)만 뛰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1년 전의 그 아쉬움이 결국은 그를 도약하게 만들었다. 이호준은 "작년 대회가 끝난 뒤부터 '결과에 상관 없이 열심히 한번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그 결심을 지금까지 잘 이어와서 좋은 성과가 나왔다"며 "아직은 만족할 수 없지만, 그래도 매년 성장한 것 같아 다행이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호준이 25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200m 자유형 결선에서 힘찬 스타트를 끊고 있다. 뉴스1


이호준의 200m 개인 최고 기록은 지난 3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작성한 1분45초70이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선 세 번의 레이스 중 준결선의 1분45초93이 가장 좋은 기록으로 남았다. 그는 "그리 빠른 기록은 아니라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 (나 자신을) 의심하기도 했는데, 역시 경기는 끝나는 순간까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걸 배웠다"며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100% 컨디션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음 대회는 몸 관리에 더 신경 써서 더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이호준의 수영 인생에서 이번 대회가 새로운 장을 열어젖힌 건 분명하다. 결선 진출조차 장담할 수 없었던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최종 6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나란히 경기하면서 값진 경험을 축적했고, 내년 7월 열리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더 단단해졌다. 한국 수영의 자신감과 자부심도 그만큼 더 커졌다.

그는 "올림픽 시즌에는 많은 선수가 더 좋은 기록으로 국제 대회에 나온다. 나도 빨리 개선점을 찾아 보완해 나가야 할 것 같다"며 "내년 2월 열리는 세계선수권도 올림픽으로 향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소홀함 없이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호준이 25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200m 자유형 결선에서 역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호준은 이제 28일 열리는 남자 계영 800m 경기를 준비한다. 이호준과 황선우, 김우민, 양재훈(강원특별자치도청)이 자유형 200m를 릴레이로 헤엄치는 종목이다. 최종 목표는 한국 수영 단체전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지만, 이대로라면 세계선수권 깜짝 메달도 꿈은 아니다.

이호준은 "우민이가 800m에서 한국 기록을 경신했고, 선우도 200m에서 자신의 기록을 새로 쓰면서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한국 수영에 좋은 일이 참 많았던 것 같다"며 "우리 네 명 모두 부담 없이,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후쿠오카=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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