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다, 호준아"…'세계 6위' 이호준이 한국 수영의 자신감을 키웠다
이호준(22·대구광역시청)은 남자 자유형 200m 결선 경기를 마친 뒤 연신 가쁜 호흡을 내뱉었다. 인터뷰 도중 양해를 구하고 물을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르기도 했다. 이틀간 전력으로 세 번의 레이스(예선·준결선·결선)를 치르면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했고, 결국 뛰어 넘었기 때문이다. 그는 "결과와 상관 없이 최선을 다한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호준은 25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46초04의 기록으로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지만, 그 자체로 의미가 큰 이정표였다. 절친한 후배 황선우(20·강원특별자치도청)와 함께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결선에서 두 명의 한국 선수가 물살을 가르는 명장면을 남겼다. 늘 외로운 레이스를 펼쳤던 에이스 황선우에게도 마침내 마지막 출발을 함께할 수 있는 든든한 동료가 생겼다.
이호준은 "세계선수권 개인전 결선 진출도 처음이고, 이틀간 100%에 가까운 힘으로 200m 경기를 세 번 연속 뛴 것도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정신적으로 잘 이겨내 무사히 마친 것 같다"며 "두 달 뒤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뿐 아니라 내년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호준은 영훈고 3학년이던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에 처음 출전했다가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자유형 200m에서 31위, 400m에서 22위에 그쳐 예선 탈락했다. 3년 뒤 열린 지난해 부다페스트 대회에선 개인전 스타트라인에 서보지도 못한 채 단체전(계영 800m)만 뛰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1년 전의 그 아쉬움이 결국은 그를 도약하게 만들었다. 이호준은 "작년 대회가 끝난 뒤부터 '결과에 상관 없이 열심히 한번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그 결심을 지금까지 잘 이어와서 좋은 성과가 나왔다"며 "아직은 만족할 수 없지만, 그래도 매년 성장한 것 같아 다행이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호준의 200m 개인 최고 기록은 지난 3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작성한 1분45초70이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선 세 번의 레이스 중 준결선의 1분45초93이 가장 좋은 기록으로 남았다. 그는 "그리 빠른 기록은 아니라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 (나 자신을) 의심하기도 했는데, 역시 경기는 끝나는 순간까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걸 배웠다"며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100% 컨디션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음 대회는 몸 관리에 더 신경 써서 더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이호준의 수영 인생에서 이번 대회가 새로운 장을 열어젖힌 건 분명하다. 결선 진출조차 장담할 수 없었던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최종 6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나란히 경기하면서 값진 경험을 축적했고, 내년 7월 열리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더 단단해졌다. 한국 수영의 자신감과 자부심도 그만큼 더 커졌다.
그는 "올림픽 시즌에는 많은 선수가 더 좋은 기록으로 국제 대회에 나온다. 나도 빨리 개선점을 찾아 보완해 나가야 할 것 같다"며 "내년 2월 열리는 세계선수권도 올림픽으로 향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소홀함 없이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호준은 이제 28일 열리는 남자 계영 800m 경기를 준비한다. 이호준과 황선우, 김우민, 양재훈(강원특별자치도청)이 자유형 200m를 릴레이로 헤엄치는 종목이다. 최종 목표는 한국 수영 단체전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지만, 이대로라면 세계선수권 깜짝 메달도 꿈은 아니다.
이호준은 "우민이가 800m에서 한국 기록을 경신했고, 선우도 200m에서 자신의 기록을 새로 쓰면서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한국 수영에 좋은 일이 참 많았던 것 같다"며 "우리 네 명 모두 부담 없이,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후쿠오카=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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