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상민 탄핵 기각… 檢 수사 영향 미칠까
"헌재 탄핵 기각 결정, 檢 수사와는 별개"
실무자급 '법적 책임' 입증이 관건
헌법재판소가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탄핵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참사와 관련한 검찰 수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26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전날 헌재가 재판관 성향과 관계없이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 장관의 탄핵을 기각하면서, 이태원 참사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헌재는 "이 장관이 사회재난과 인명 피해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면서도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국민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헌재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확대된 것이 아니다"라고 규정하면서 "정부가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 역량을 기르지 못한 점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여서 그 책임을 이 장관에게 물을 수 없다"고 봤다.
문제는 헌재의 이 같은 판단이 경찰 지휘부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장관에 대한 헌재의 결정과 경찰 지휘부에 대한 검찰 수사는 별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헌재는 "탄핵심판 절차는 공직자의 직무수행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는 데 본래의 목적과 기능이 있으므로, 피청구인이 재난관리 주무부처의 장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재난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재난대응의 미흡함을 이유로 그 책임을 묻는 것은 규범적 심판절차인 탄핵심판절차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라며 "규범적 측면에서 그 책임을 피청구인에게 돌리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탄핵심판은 탄핵소추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인데, 이번 사건에서 헌재의 결론은 사전 예방조치나 사후 재난대응, 그리고 참사가 발생한 뒤의 발언 등에 있어 이 장관에게 어떠한 법 위반도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장관에게 이태원 참사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의미인데, 애초부터 장관에게 법리적으로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구조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헌재가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관리 및 매뉴얼의 명확한 근거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고, 각 정부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역량을 기르지 못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참사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판단하지 않음에 따라, 검찰 수사와 재판에 간접적인 영향은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6명을 기소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1심 법정 구속 기한인 6개월이 지나 피고인 6명은 모두 구속상태에서 재판받다가 석방됐고, 검찰은 아직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론짓지 않은 상황이다. 한 부장검사는 "재해라는 게 과실이 결합돼 총체적으로 발생하는 것이고, 과실에 대한 책임을 지울 수 있느냐 없느냐가 쟁점"이라며 "관리 감독자의 위치에 따라 책임의 수준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장관이 사회 재난과 그에 따른 인명 피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법적인 책임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어서 헌재가 장관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지 실무자급까지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고, 이를 예견하고 회피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 있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책임을 지우는 것이 재해사고 수사의 핵심"이라며 "서장이나 구청장 선에서는 보고를 받았고, 인파가 얼마나 몰릴지 예견 가능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변호사는 "다만 윗선으로 올라갈수록 과실을 입증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라며 "직접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과실 책임을 묻기 쉽겠지만, 실무진 선에서 윗사람이 책임질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윗선에 구체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어떻게 담뱃갑에서 뱀이 쏟아져?"…동물밀수에 한국도 무방비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한 달에 150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77년된 케이크 한 조각 400만원에 팔려…여왕님 덕분이라는데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