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록2’ 김신록 “어떻게 대신 무엇을” [쿠키인터뷰]
주식 투자에 실패해 회삿돈을 날린 재벌가 외동딸은 아버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흐느낀다. “돈 빌려주세요, 1400억.” 콧방귀를 뀌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감옥에 가도 괜찮으냐고 승부수를 띄워봐도 돌아오는 답은 싸늘하다. “다 늙은 아바이(아버지)가 들어가는 거 보다야 그게 안 낫겠나.” 시청자들이 ‘연기 차력쇼’라고 극찬한 주인공은 JTBC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부녀 관계로 호흡을 맞춘 배우 이성민과 김신록. 두 사람이 재회한 디즈니+ ‘형사록’ 시즌2가 26일 막을 내린다.
‘형사록2’ 마지막 화 공개를 앞두고 2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신록은 “이성민 선배와 한 번 더 연기하고 싶단 마음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가 ‘형사록2’에서 맡은 인물은 오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 팀장 연주현. 한평생 강력계에 몸 바쳤던 김택록(이성민)의 새 상사다. 원칙과 절차를 중요하게 여기는 그는 출근이 늦은 택록을 “제 밑에 계시는 한 지각은 안 된다”는 말로 우아하게 혼쭐낸다. 재벌가 부녀의 관계 역전인 셈이다. 김신록은 ‘형사록2’ 첫 촬영 때 이 장면을 연기했다고 한다. 그는 “촬영할 때도 긴장했는데, 방송으로 봐도 긴장돼서 쫄깃한 기분이었다”며 웃었다.
연주현은 ‘형사록2’에서 미스터리의 한 축을 담당했다. 겉으로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해 보이지만 실은 누구보다 수상쩍다. 한밤중 걸려온 발신자 표시 제한 전화를 천연덕스레 받고, 남몰래 범죄현장을 찾기도 한다. 김신록은 “압력과 바람”이란 키워드로 연주현에 접근했다. “한 손은 복수하는 손이에요. 주먹을 움켜쥐며 (역경을) 견뎌내죠. 다른 한쪽은 펼친 손이에요.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바람을 통과시키는 손이요. 그런 상반된 감각으로 인물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래야 연주현의 여러 층위가 표현될 거라 생각했거든요. 비밀을 숨길 땐 연주현의 유한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목소리를 높게 내고 말투도 가볍게 했죠.”
김신록은 연주현의 목적이 드러난 4화 이후부터 연주현을 이전과 다르게 표현했다. 세미 정장 대신 가죽 재킷을 입고 목소리 톤을 낮췄다. 무장한 전직 경찰 집단과 격투하는 장면에선 짧게 액션도 소화했다. 김신록은 “‘형사록2’은 대본으로 볼 때도 재밌었지만 화면으로 보니 그 이상이었다. 후반 작업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흔히 팀워크라고 하면 촬영장에 나온 사람들만 생각하기 쉽지만, 후반 작업에 관여하는 스태프들과도 협업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카메라 앞뒤에 있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일해서일까. 이성민은 종종 ‘형사록’ 시즌3도 만들자고 농담했다고 한다. 반응도 나쁘지 않다. 글로벌 시청자들은 이 작품에 평점 6.9점(Imdb)을 매겼다.
데뷔 20년차 배우이자 강단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한 김신록은 “잘한 연기와 못한 연기를 나눌 수 없다”고 믿는다. “배우마다 자기만의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중에서도 그를 ‘형사록2’로 이끈 이성민의 연기는 “감히 무엇이 좋았다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울 정도”로 감탄스러웠다고 한다. “감독님이 ‘형사록2’은 휴머니티와 장르물의 색깔이 버무러진 작품이며 그건 이성민 선배 덕분이라고 하신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형사물은 사건이 끌어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형사록’에선 사건은 물론이고, 그 사건 속의 사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가 잘 드러나요. 김택록을 통해서요. 이성민 선배와 한 프레임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김신록은 ‘형사록2’를 마치고 디즈니+ ‘무빙’과 넷플릭스 ‘지옥’ 시즌2 등 OTT 대작에 연이어 얼굴을 비춘다. 2020년 매체 연기에 첫발을 들인 ‘고수 신인’의 초고속 성장이다. 그는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할 건인가’를 더 자주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에게 ‘연기란 무엇인가’ ‘배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수시로 던지고 있다.
“‘왓’(What·무엇을)에 대한 답을 치열하게 찾다 보면 ‘하우’(How·어떻게)는 의외로 손쉽게 해결돼요. 촬영을 앞두고도 ‘내일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를 끊임없이 묻곤 하죠. 연기는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배우의 몸으로 탐색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세계에 대한 배우의 이해가 달라지면 연기도 달라져야 하죠. 그래서 책을 읽고 사회에 관심을 두고, 심지어 현대 철학 경향이나 가장 최근의 과학적인 발견도 쫓아가요. 그 모든 것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연기를 달라지게 하는 일이니까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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