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500조원 손실 예상 ‘비만’…“‘치료제 의존’ 끈 놓자”

신대현 2023. 7. 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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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체중 인구 비율 2020년 38%→2035년 51% 증가 전망
식사조절·운동이 우선…일부 치료제 향정신성 의약품
“편견·차별 줄어야 치료제 오남용 문제도 해결 가능”
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증가하며 비만치료제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치료제를 써 쉽게 살을 뺐다는 후기도 잇따르며 비만치료제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비만을 치료하는 전문의들은 “치료제가 비만 문제를 해결하는 답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치료제로 ‘반짝 효과’를 얻더라도 사용을 중지할 경우 체중이 다시 증가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의들은 치료제에 매달리기보단 식사조절과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 가정과 지역사회의 도움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증가세 이어가는 비만…치열한 치료제 개발 경쟁

박정환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25일 쿠키뉴스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비만은 재발이 잦고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는 질병”이라며 “향후 비만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이 때문에 비만치료제 시장도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 선점을 놓고 국내외 제약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2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자체 개발, 기술 도입, 인수 합병 등을 통해 비만치료제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한미약품 등이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 흥행 가도를 달리는 비만치료제로는 덴마크 제약사인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와 미국 제약사인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꼽힌다.

개발 경쟁에 힘입어 비만치료제의 높은 성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는 2020년 25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를 기록한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이 오는 2027년에는 최소 170억에서 최대 1000억 달러(한화 약 12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비만치료제 시장이 2030년에 540억 달러(한화 약 68조원) 규모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치료제를 필수 의약품 목록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경제적 손실이 커지는 데 따른 대응을 강구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세계비만재단이 지난 3월 발표한 ‘세계 비만 아틀라스 2023 보고서’를 보면, 비만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의 전 세계 과체중 인구 비율은 2020년 38%에서 2035년 51%로 늘어나 40억500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비만 인구 역시 같은 기간 14%에서 24%까지 증가해 19억1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혜란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비만의 사회·경제적 손실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35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4명 중 1명이 비만이 되고, 절반 이상은 과체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비만 예방과 치료 조치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가량인 4조3200억 달러(한화 약 5514조48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다이어트 성공 비결?…복용 중단 시 체중 불어”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다이어트 성공 비결로 ‘위고비’를 지목한 것은 비만치료제에 대한 세간의 뜨거운 관심에 기름을 부운 격이 됐다. 이 소식을 접한 김민아(31·경기 파주) 씨는 “다이어트 하느라 끼니를 거르고,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먹어서 서럽다. 매일 힘들게 운동해도 살이 빠지지 않아 괴로울 지경”이라며 “비만치료제를 먹고 쉽게 살을 빼는 사람들이 부럽다”고 전했다.

비만 치료 전문의들은 비만치료제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정환 교수는 “일부 비만치료제는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돼 장기간 치료가 힘든 경우가 있으며, 현재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GLP-1 유사체(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의 경우 장기 치료는 가능하지만 계속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비만치료제의 최대 약점은 사용을 중지했을 때 체중이 다시 증가할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점”이라며 “비만 치료 과정에서 약물 치료는 식사조절이나 운동과 함께 구성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유일한 해결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영규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역시 비만치료제의 한계로 복용 중단 시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점을 꼽았다. 조 교수는 “비만 약물을 통해 체중을 조절하려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장기 복용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따른다”고 말했다.

이어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생활습관, 적절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을 거듭 강조했다. 박 교수는 “비만을 해결을 위한 포인트는 칼로리를 덜 섭취하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라며 “주로 배불리 먹지 말고 인스턴트 식품 대신 가정식을 섭취하며, 설탕 등 단당류가 많이 포함된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생활습관 관리만으로는 정상 체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고도비만 환자들이 있다. 이들에게 ‘무조건 적게 먹어라’, ‘운동 더 열심히 해라’라며 몰아붙인다고 해서 건강이 좋아지지 않는다”며 “고도비만 환자는 비만 수술을 시도하는 것이 좋은 치료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소아청소년의 비만 문제를 해결하고, 비만 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 교수는 “살 찐 소아청소년들의 경우 비만이라는 낙인이 찍혀 학교 폭력이나 따돌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비만 학생들에 대한 지속적인 의료기관 진료가 필요하고 지역사회에서 식이 상담 및 관리, 운동 시스템이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조 교수는 “사람들이 체중 관리에 목을 매는 이유가 비만에 따른 건강 위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사회의 시선 때문이다. 살이 조금만 쪄도 자기 관리를 못하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특히 여성에게는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며 “비만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줄어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비만치료제 오남용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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