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OOO에 지원금' 황당 비공개...이런 통일부 '청 격하' 경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이권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 철폐'를 지시한 가운데 대통령실이 대북 지원 사업의 불투명성을 높여온 통일부를 청으로 격하하는 방안을 한때 검토했고, 여전히 유효한 옵션 중 하나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일부가 규정을 바꿔 243개 지방자치단체까지 '대북 깜깜이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고, 예·결산을 감시하는 국회 보고 의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등 이미 '구조적 불투명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쇄신 못하면 '통일청' 각오하라"
여권 관계자는 25일 "대통령실에서 신임 장·차관과 통일비서관에게 직접 쇄신 미션을 부여했다"며 "대통령실에선 쇄신이 미진할 경우 통일부를 외교부 또는 행안부 외청(外廳) 형태로 격하시키는 방안까지 한때 구체적으로 검토했다"고 전했다. "정부조직법 개편 등 현실적 제한이 있지만, 여전히 현실화 가능성이 있는 옵션"이라면서다. 일단은 신임 장·차관의 '미션 수행'을 지켜보겠지만, 언제든 다시 꺼낼 수 있는 방안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극약 처방'까지 등장한 배경은 그간 대북 사업과 관련한 국고 보조금 지원이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통일부가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실에 제출한 국고보조금 집행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진행된 보조금 사업 93건 중에서 16건의 사업수행기관이 'OOOO' 'OOOOO' 등 비공개로 처리됐다. 2019년 사업이 2건, 2020년 사업이 4건, 2021년 사업이 3건이다. 나머지 7건은 2022년에 착수됐다.
통일부는 "정부의 기금 지원이 이루어진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는 이들 민간단체들의 명칭을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익명을 원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일부 다년 간 이어지는 계속지원 사업은 안정적인 진행을 위해 완료될 때까지 비공개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지만, 2019년에 착수된 사업까지 단체명이 비공개로 처리돼 있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간 단체의 대북 지원 사업은 국고 보조금 지원 비율이 높은 편이고, 수년 간 연속해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통일부가 비공개 규정을 이용해 특정 단체에 몰아주기 등으로 이권 카르텔 관행을 부추겼을 가능성이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통일부가 배준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원 내역에는 노무현재단, 한국노총 등 특정 진영으로 분류할 수 있는 단체명이 등장한다. 일부 단체는 거의 매년 통일부의 국고보조금 집행 대상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배 의원은 "세부내역도 세 차례나 수정해 제출하는 등 기금 운용의 투명성도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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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도, 모니터링도 불투명
남북협력기금도 주된 개혁 대상이다. 본지가 확보한 국회 예결위의 남북협력기금 결산 관련 자료(2019~2020, 2022)에 따르면 통일부가 공개하지 않는 인도적 대북지원 사업은 2019년 전체 11건 중 4건, 2020년 전체 11건 중 8건으로 나타났다. 2022년에도 7건 중 6건이 비공개 처리됐다. 2020년 11월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에서는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 기타경제협력사업' 예산으로 1779억원을 비공개로 편성, 야당 의원과 통일부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대북지원사업의 경우 프로세스가 1년 넘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11월에 열리는 예결위 등에 결과를 제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원이 제대로 이뤄진다고 해도 분배 모니터링과 같은 기존 대북지원사업의 검증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우려요인이다. 2019년 '하노이 노 딜'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된 데다 북한이 코로나19 차단을 명분으로 2020년 1월부터 국경을 전면 봉쇄, 국제기구 요원들도 철수했기 때문이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남북 간 직접 협력이 막히면서 중국 등 제3국 단체가 낀 '3자 합의' 방식으로 대북 지원이 이뤄지면서 모니터링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증거 사진만 잘 만들면 사실상 이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일 없는데 계속 신규 채용
남북협력기금으로 운용되는 통일부 산하 기관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실질적인 교류가 완전히 끊긴 뒤에도 조직 정비 노력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 관계자는 "협회는 올해만 해도 3명의 신규직원(계약직 포함)을 채용했고, 지난해에는 북·중 접경지역에 현지 사무소 설치를 추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된 2020년부터 협회가 신규로 채용한 인원은 23년 2명, 22년 1명, 21년 4명, 20년 2명이다. 이와 별도로 계약직도 계속 채용했다. 이는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이후 조직 슬림화를 계속해왔던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협회는 2020년 이후 12명 퇴직해 이달 15일 기준으로 7명의 결원이 있지만, 기관 운영의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결원을 모두 충원하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대통령실은 이런 사례를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로 의심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전담팀(TF)을 설치해 국고 보조금을 받는 기관 및 단체에 대한 해산을 검토하고 있는데, 협회도 검토 대상 중 하나라고 한다.
특히 통일부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북한의 위법 행위에 책임을 물으라"는 윤 대통령 지시 이후에도 미적거리다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하루 앞두고서야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대통령실이 크게 분노했다"고 관련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전했다.
여권 관계자는 "남북 간 교류협력을 억지로 이어가며 밥그릇을 챙기는 구조가 지속된다는 건 이권 카르텔로 의심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통일부 차원에서 쇄신작업이 시작되고 있는 만큼 관련 사안을 중심으로 엄중히 들여다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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