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정부, 지방선거 압승뒤 지자체 '깜깜이 대북지원' 길 텄다
통일부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압승한 뒤 대북 인도적 사업 관련 규정을 수차례 개정해 지방자치단체가 마음만 먹으면 별도 허가 절차 없이도 국고 보조금을 받아 대북 사업을 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대북 사업 내용과 비용 등을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243개 지자체에 적용, 사실상 '깜깜이 대북지원'이 대거 가능하도록 했다는 지적이다.
통일부는 2019년 10월에서 2022년 1월 사이 '인도적 대북지원사업 및 협력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을 네 차례에 걸쳐 개정했다. ▶대북지원사업자 지정 범위에 지자체가 포함되도록 명시(19년 10월) ▶민간단체 기금 지원 횟수(연1회→ 연3회) 및 지원 비율(50%→70%) 확대(21년 1월) ▶지자체를 대북지원사업자로 일괄 지정(21년 9월) ▶지자체 사무 집행기관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교육감'을 함께 명시(22년 1월) 등이다. 마지막 개정은 차기 대선을 불과 약 두 달 남겨놓고서다.
또 2020년 12월에는 지자체를 남북 협력사업의 주체로 명시하고, 국내 기업의 북한 지역 사무소 설치를 승인하는 내용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기도 했다.
통일부가 이처럼 집중적으로 법·규정 개정에 나선 시기는 공교롭다. 2018년 6월 7회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광역자치단체장 17석 중 14석, 기초단체장 226석 중 151석을 석권했다.
이와 관련, 2019년 2월 '하노이 노 딜'로 북미 및 남북 관계가 경색되자 지자체를 대북지원 사업의 주요 채널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여권에서 가시화했다. 경기도와 쌍방울 그룹의 대북사업, 전라남도로부터 받은 보조금 유용 의혹에 휩싸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대북 소금 지원 사업 등이 당시 이뤄진 대표적인 대북지원 사업이다.
특히 이는 단순히 대북 사업자를 대거 늘렸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해당 규정은 '대북지원사업자의 요청이 있고 해당 사업의 추진을 위해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통일부 장관이 대북지원사업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규정 19조 1항). 결과적으로 '깜깜이 대북 지원'을 할 수 있는 주체에 전국 243개 지자체를 모두 포함시켜 불투명한 집행 가능성을 키운 셈이다.
통일부가 대북지원사업 관련 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 한도를 50%에서 70%로 상향 조정한 것 역시 우려를 사는 부분이다. 앞서 감사원은 2008~2010년 통일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결과 남북협력기금 집행 과정에서 목적 외 사용 등 문제점을 적발했다. 이에 통일부는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며 민간 단체에 대한 기금 지원 한도를 50%로 축소했는데, 이런 개선조치를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익명을 원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지난 정부가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대북 지원 사업에 국고·지방정부의 보조금을 손쉽게 투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특히 독자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없는 지자체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결과 각종 비위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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