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추락 금쪽이 탓?’ 입 연 오은영…“부모 훈육 중요”
저서 내용 논란에 대해선 “맥락 잘려 잘못 이해된 것”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불붙은 교권 침해 문제와 관련해 일각에서 ‘책임론’이 거론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직접 입을 열었다.
오 박사는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마음이 아프다”고 25일 연예매체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다만 육아 솔루션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새끼’(채널A·이하 금쪽이) 등을 통해 소개된 자신의 훈육법이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상황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표했다.
오 박사는 “최근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에 저 역시 마음이 아프다. 그만큼 어깨가 무겁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 “선생님과 학부모는 대립의 대상이 아니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같이 의논하고 협동하는 관계다. 저 역시 이걸 늘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금쪽이가 몇 차례 상담이나 교육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 아동을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환상을 만들어낸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금쪽이는 인간 개조 프로그램이 아니다”라며 “‘이랬던 아이가 이렇게 변했다’가 아니라 육아의 길을 잃은 부모가 문제를 공개하고, 문제의 원인과 이유에 대해 같이 의논하고, 앞으로의 육아 방향에 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오 박사는 아동 솔루션이 단기간의 상담과 교육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금쪽이에서도 나는 약물치료가 필요하면 전문의를 만나라고 한다. 입원 치료가 필요하면 입원하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한다”며 “단시간에 좋아지지 않으니 지치지 말라고, 지쳐도 힘을 내라고 한다. 한두 번으로 좋아진다고 말한 적도 없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는 “금쪽이는 치료가 아닌 방향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라며 “방송만 보고 ‘개조가 안 됐네’ ‘솔루션이 실패했네’라고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실패와 성공으로 나누지 않는다. 다양한 면들이 있다는 것을 같이 알아보자는 취지”라고 역설했다.
오 박사가 강조해 온 ‘체벌 없는 훈육’이 교권 추락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데 대해선 “훈육은 평생 강조하고 있다. 다만 폭력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2005년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할 때도 가장 중요시한 게 훈육이었다”며 “부모는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가르쳐야 한다. 근데 그때까지만 해도 부모들이 아이들을 많이 때렸다. 훈육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때리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 선생님을 때린 아이의 근본적 원인은 옳고 그름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라며 “훈육은 옳고 그름을 가르치고, 하지 말아야 할 것과 참는 것을 가르치고, 그걸 통해 자기 조절 능력을 배우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박사는 “누구의 권리는 덜 소중하고 더 소중하겠나.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의 권리 역시 소중하다”며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선생님에 나 역시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교권이 추락한 것은 아이들을 때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일부 대중의 논리는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나 역시 선생님들이 교사로서 자긍심을 가지며 일하길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면서 “‘아이들을 다시 때려야 한다, 선생님들에게 몽둥이를 쥐여 줘야 한다’는 반응들은 너무 걱정스럽다. 교사로서 안전하게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제도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아이를) 이해해보자’라는 말에 대해서도 “아이(의 문제)를 알아보고, 부모 자신(의 문제)을 알아차려 보고, 아이의 어려움을 알아가 보자는 뜻”이라며 “우쭈쭈 다 들어주고, 다 허용하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오 박사는 자신의 저서 내용 일부가 SNS에서 논란이 된 데 대해선 “앞뒤 맥락이 다 잘려져 저자의 의도가 훼손됐다”며 “온라인상에 퍼진 글의 내용은 제 의견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앞서 온라인에서는 오 박사 저서 중 ‘교사의 입에서 조심하겠다는 말을 듣고 돌아와야 합니다.’ ‘학기가 얼마 안 남았으면 좀 참긴 하는데 교감이나 교장을 찾아가 보도록 하세요.’ ‘아이가 너무 예민한 편이니 그다음 해에 담임교사를 배정할 때 고려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등의 대목을 두고 소아정신과 치료법이 학교에 갑질하는 매뉴얼로 둔갑해버렸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오 박사는 “책은 글쓴이의 의견을 전달하는 장이다. 줄과 줄 사이, 단락마다 함축된 의미가 담겨 있다”며 “논란이 된 챕터는 총 7페이지, 줄로는 122줄이다. 온라인상에 유포된 내용은 고작 10줄 정도다. 글은 앞뒤 맥락을 봐야 의도를 알 수 있는데 다 자르고 단편적인 부분만 내놓으면 잘못 이해되기 쉽다”고 우려했다.
그는 “해당 챕터의 제목은 ‘담임교사, 나랑 너무 안 맞아요. 학교 가기 싫어요’로, 이 챕터에서는 선생님이 잘못된 게 아니라 아이가 교사와 반대 성향이라 괴로워하는 경우를 쓴 것”이라며 “아이가 힘들어하는 점에 대해 선생님께 잘 설명해 드리고, 같이 힘을 합해서 잘 가르치도록 좋게 이야기를 나누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가 소심하고 겁이 많은 아이는 외부적으로는 드러나는 문제가 없어서 선생님이 잘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아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선생님에게 잘 설명하라는 뜻이다. 잘못을 꾸짖어서 사과받으라는 게 아니다”라며 “교감·교장 선생님을 찾아가라는 것도 선생님이 잘못해서 고자질하라는 게 아니다. 아이 상황에 대해서 잘 의논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박사는 끝으로 “어떤 부모가 옆에 있냐에 따라 아이 미래가 달라진다. 선생님 또한 중요한 분들이다. 사회를 배우는 데,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학교는 중요하다. 지식만 배우는 곳이 아니다”라며 “선생님과 부모의 관계가 대립이 아니라 마음을 합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됐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이어 “나 역시 30년 넘게 해온 것처럼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고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사회가 되도록 꿋꿋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갈 것”이라며 “선생님들의 고충을 담는 금쪽이 방송에 대해서도 논의해보려 한다. 금쪽이들에 대한 잘못된 오해로 인한 비난의 화살은 멈춰주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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