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혜 특파원의 여기는 베이징] 中, 과외 금지 ‘솽젠 정책’ 2년… 사교육비 되레 2배↑ ‘역풍’
업체 80% 폐업했지만 열기 못꺾어
단속 피해 소규모 학원 우후죽순
짧은 수업, 회당 수업료는 더올라
고입 ‘중카오’ 대입 ‘가오카오’에 영향
시안 중카오 응시자 중 ⅓이 회류생
당국, 합격 취소 엄포에도 논란 지속
최근 중국 온라인상에선 당국이 교육 업체에 과외 재개를 허용하는 면허를 발급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중국은 2021년 7월 의무 교육 단계에 있는 학생들의 과중한 학습 부담을 줄인다며 숙제와 사교육을 엄격히 규제하는 ‘솽젠’(이중감소) 정책을 시행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상하이, 광둥성 선전 등 주요 도시에서 사교육비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는 와중에 이런 뜬소문이 퍼진 것이다.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처음 맞은 여름방학에 사교육 수요가 폭증하면서 시장은 점점 음성화되고 교육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솽젠 정책 시행 이후 중국에선 수학, 영어 등 교과목 관련 학원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당국이 학과 수업과 관련된 사교육 기관은 일괄적으로 비영리기구로 전환하도록 하고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국은 또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급성장한 온라인 교육 업체에 대해선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고 기존 업체는 조사를 거쳐 다시 허가를 받도록 했다. 비학과류인 예체능 분야에 대해서는 수업 시간이 3개월이나 6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수업료는 5000위안(89만원)을 넘지 않도록 했다. 이로 인해 약 2조 위안(357조원)으로 추산되는 중국 사교육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정책 시행 초반 중국 최대 학원 기업인 신둥팡은 직원 8만명 중 6만명을 해고하고 1500개 지점을 폐쇄했다. 사교육 업체 80% 이상이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국의 강력한 단속이 사교육 수요를 꺾지는 못했다. 단속망을 피해 ‘사고력’이나 ‘문학’ 등의 간판을 내걸고 소규모로 운영하는 학원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소규모로 운영하다 보니 교습비는 더 올라 일반 가정에선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문턱이 높아졌다. 학원뿐 아니라 좋은 강사를 찾는 건 더 어려워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상하이 징안구의 한 상업건물에서 수학과 중국어 교습이 진행되고 있었고 회당 수업료가 300~500위안(5만3000~9만원)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교육 단속 이전의 2배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상하이 같은 도시에서 가구당 연간 사교육비는 10만 위안(1790만원)을 쉽게 넘어선다”며 “이는 저출산과 빈부격차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중국 당국이 직면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솽젠 정책을 도입한 배경에는 저출산 문제가 있다. 중국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피하는 원인 중 하나가 치솟는 집값과 자녀 양육비이기 때문이다. 2022년 말 기준 중국 인구는 14억1175만명으로 2021년보다 85만명 줄었다. 출생아 수는 2016년 1880만명에서 지난해 950만명으로 반 토막 났다. 연간 신생아 수가 100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처음이다.
사교육 단속이 암시장만 키웠다는 지적에도 당국은 단속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안후이성 허페이 당국은 지난달 28일 하루에만 사교육 기관 77곳을 급습했다. 호텔이나 아파트에 ‘교육 상담’ 같은 간판을 내걸고 학과 강의를 진행한 곳이 줄줄이 조사 대상이 됐다. 당국은 방학철이 되면 상업용 건물, 주택가 등에서 이뤄지는 1대 1 과외나 학생 집에 거주하며 가르치는 가정교사, 가사 도우미로 위장해 수업하는 ‘가사교사’ 등 각종 편법 과외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러면서 솽젠 정책이 교육 불평등을 해소했다고 강조한다.
최근 산시성 시안에서 벌어진 중카오(中考·중학교 졸업시험 및 고등학교 입학시험) 회류생 논란은 중국의 교육열을 보여주는 사례다. 회류생은 외지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본적지의 중카오에 응시하는 학생들이다. 지난 21일 시안의 한 민원접수센터 앞에 학부모 수천명이 모였다. 이들은 올해 치러진 시안 중카오에 허난성 회류생들이 대거 응시하는 바람에 합격선이 높아져 현지 학생들이 탈락했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중카오는 매년 1000만명이 응시하는 대학 입학시험 가오카오(高考)의 전주곡이어서 경쟁이 치열하다.
이 문제는 지난해 8만명 수준이던 시안의 중카오 응시자가 올해 11만명으로 늘고 이 중 4만명이 허난성 회류생이라는 소문이 SNS에 퍼지면서 불거졌다. 시안시 교육국은 응시생 10만3031명 중 회류생 비율은 3.5%라고 설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시안 공안은 회류생 3608명의 호적과 학적, 졸업증명서, 성적 등을 전수 조사해 서류를 위조한 경우 합격을 취소하고 이를 도운 교육 업체 관련자들을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인구 3800만명의 산시성에는 명문 대학이 10곳 넘게 있는 반면 9800만명인 허난성에는 1곳밖에 없는 현실이 이런 논란을 불러왔다.
중국신문주간은 최근 몇 년 새 일부 지역에 회류생을 전담하는 기관이 생겼고 이들이 가오카오에 유리하도록 타지 진학을 알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허난성 정저우에 이런 업체가 많고 이곳에선 시안뿐 아니라 톈진시 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집을 사려는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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