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주의 촌철生인] 당신을 살리지 못한 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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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학부모는 누구 탓인가참된 교육의 시작은 학부모 아닌 부모 모습을 되찾는 것초등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이 죽었다.
그리고 잠긴 교실 문 안쪽에 목매달고 죽은 담임 선생님을 보고 말았다.
2011년 개봉한 필리프 팔라도 감독의 영화 '라자르 선생님'은 당시 캐나다의 학교 현실을 바탕으로 완벽하지 못한 교사 라자르와 다양한 개성을 가진 아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위로받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줬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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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교육의 시작은 학부모 아닌 부모 모습을 되찾는 것
초등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이 죽었다. 현실이 아니라, 영화 이야기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작은 학교. 그날 아침 우유 당번 시몽은 급우들이 마실 우유를 챙겨들고 교실로 들어가려다가 문이 잠겨 있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잠긴 교실 문 안쪽에 목매달고 죽은 담임 선생님을 보고 말았다. 교사들이 뛰어와서 이제 막 교실로 들어가려고 모여든 아이들을 다시 운동장으로 떠밀고 나갔다. 그 혼란 틈에 여학생 알리스가 교실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교실에는 페인트가 다시 칠해졌다. 며칠 후 교장은 학생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마음을 모아야 이겨나갈 수 있다고, 선생님과 부모님, 상담 선생님이 도와줄 거라고. 후임 교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한 남자가 교장실을 찾아왔다. 그는 자신을 캐나다 영주권을 가진 알제리 출신의 교사 바시르 라자르라고 소개했다.
라자르 선생은 죽은 마틴 선생 반 아이들을 맡았다. 그는 동료 교사들도 오랜만에 보는 정면 책상 배치 방식이나 구식 문법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데다 11~13세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발자크 소설로 받아쓰기를 시켜 아이들의 뒷담화 대상이 됐다. 학생의 뒤통수를 치는 것이 엄격한 신체 접촉 금지 규칙에 반하는 일인지도 모르고, 마틴 선생의 죽음에 관해 쓴 알리스의 글을 학교에 게시해 학생들이 이 상처를 서로 이야기하도록 하자고 제안해 교장 선생과도 마찰을 빚었다. 학부모 상담 때는 지나치게 솔직한 표현으로 학부모의 반발을 샀다. 그래도 이런 일들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작은 갈등에 불과했다. 라자르 선생과 학생들은 서로에게 적응해갔다.
2011년 개봉한 필리프 팔라도 감독의 영화 ‘라자르 선생님’은 당시 캐나다의 학교 현실을 바탕으로 완벽하지 못한 교사 라자르와 다양한 개성을 가진 아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위로받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줬다. 캐나다 영주권을 가진 이민자 교사가 아니라 사실 고국에서 테러로 가족을 잃고 혼자 살아남은 망명자였던 라자르. 그의 슬픔은 어느 날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선생의 죽음을 맞이한 아이들의 충격처럼 내색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이 이방인 선생과 학생들은 서서히 마음을 통하고, 마침내 서로를 진심으로 안아줄 수 있었다. 체벌은 물론 어떤 신체 접촉도 획일적으로 금지해둔 학교 규칙을 어기고.
초등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이 죽었다. 영화가 아니라, 현실 이야기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그 안에서도 강남의 학교. 다행히 어떤 학생도 교사의 자살을 목격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를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니리라. 라자르 선생은 학생들에게 ‘폭력’을 주제로 글쓰기 숙제를 내고 발표를 시켰다. 지금 우리도 폭력에 대해 이야기해야만 한다. 어째서 교실은 ‘우정을 쌓고 공부하고 예의를 배우는’ 곳이 아니라 폭력이 난무하는 곳이 됐는가? 예전엔 교사가 학생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던 곳. 이제는 학생이 학생에게, 학부모가 교사에게, 심지어 학생이 교사에게 폭력을 가해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곳이 돼 버렸다.
영화 ‘라자르 선생님’이 만들어지던 그즈음 우리나라에서 집행된 공익광고가 하나 떠올랐다. 공익광고협의회가 집행한 광고로는 보기 드물게 출중한 카피여서 많은 이들이 아직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 하고, 학부모는 앞서가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부모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길, 참된 교육의 시작입니다.’
부모의 모습으로 결코 돌아가지 못하는 갑질 학부모들은 과연 누구 탓인가? 아이들이 경험하는 사회 첫 단계에서부터 폭력을 부추기고 묵인하는 거대한 폭력의 배후는 대체 무엇인가? 우리가 이것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면 어떤 공익광고가 사람을 살릴 수 있을까?
최현주 카피라이터·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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