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투비 목사… 꺾이지 않는 사명으로 한국교회 섬길 것”
“제 심장을 둘로 쪼개면 한쪽은 한국교회, 한쪽은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류영모(69) 한소망교회 목사가 평소 즐겨 쓰는 이 말을 전하며 자신의 왼쪽 가슴을 덮었다.
1991년 개척한 한소망교회 명칭도 그의 이런 목회 철학에서 비롯됐다. 그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개신교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과 대표 개신교단 중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을 맡도록 한 원동력이기도 했다.
평생 한국교회와 한민족의 소망이 되는 교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류 목사의 표현을 빌려 “맨땅에, 맨손, 맨몸으로” 사역해온 류 목사는 어느덧 올해로 은퇴를 1년여 앞두고 있다. 류 목사를 지난 19일 경기도 고양에 있는 드림하우스 사무실에서 만나 사역 소회를 들어봤다.
류 목사는 먼저 “드림하우스는 은퇴 후 교회 밖에서 외부와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지난해 완공했다”며 “나아가 한국교회와 다음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마음으로 건물을 짓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드림하우스에는 다음세대 사역자들이 함께 모여 목회를 연구하고 서로 소통할 공간과 더불어 알파코리아, ‘나부터 캠페인’ 등의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가슴 속에 한국교회와 한민족 생각밖에 없다는 류 목사는 늘 “나는 목사로 태어났고, 목사로 살고 있으며, 죽어도 목사로 죽을 것”이라고 되뇐다. 류 목사가 처음 목사가 되겠다고 서원한 것은 초등학생 때다.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갔다 멋모르고 서원했다.
류 목사는 “하지만 청소년 시기에 접어들며 목사 되는 게 너무 싫어지고, 정치가가 되고 싶었다”며 “성적도 좋아 육군사관학교 입학을 준비했지만, 결국 신체검사에서 떨어졌고 하나님은 그런 저를 어렸을 때 서원했던 목회자의 길로 이끄셨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강압적인 이끄심”이었지만 하나님은 그에게 리더십의 은사도 주셨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학생회장을 도맡았고, 신학대 학생회장으로도 섬겼던 저를 친구들은 늘 ‘총회장’이라 불렀다”며 “저 자신도 늘 한국교회의 리더로서 한국교회를 섬기겠다는 생각을 한순간도 잊지 않았다”고 했다. 물론 “교회의 주인이 하나님임을 항상 인정하며 살아왔다”고도 했다. “주님의 심장 속에 있는 교회를 만들겠다”는 그의 일념과 다짐은 헛되지 않았다. 예배드릴 공간 한 평도 없었던 한소망교회는 개척 33년이 지난 현재 등록 성도 수 1만4000여 명에 이르는 교회로 성장했다. 2021년에는 국내 대표 교단과 연합기관 수장을 맡아 한국교회를 위해 봉사할 기회도 주어졌다.
류 목사는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의 그늘에서 조금씩 벗어나던 당시를 회상하며 “이토록 위험천만한 전환기는 없었다”고 했다. 전염병이 창궐한 시기 개신교 연합기관 수장으로서 자신이 헛다리를 짚으면 한국교회가 끝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과 부담감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간다면, 사회와 정치계를 향해 잘못된 메시지를 낸다면, 교회의 희망을 꺾는 메시지를 낸다면 역사 앞에 무서운 죄인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이야말로 한국교회가 본질로 돌아갈 때라 생각했다. 복음으로 돌아가 다시 새롭게 일어나자고, 세상과 동떨어진 외딴 세상에 사는 교회가 아니라 세상을 이롭게 하는 교회가 되자고 늘 외쳤다”고 말했다. 당시 그의 집무실에 걸려있던 문패 내용도 ‘새롭게, 이롭게, 바르게’였다.
실제로 한교총 대표회장과 예장통합 총회장 재임 당시 경북 울진 지역에 산불 피해가 발생하자 누구보다 발 빠르게 달려가 힘들어하는 이들의 손을 잡아줬다. 류 목사는 “한국교회를 대표했던 자리이니만큼 돈으로 회유하려는 마수, 자기 진영의 편향된 목소리를 내달라는 정치적 요구도 많았다”며 “하지만 이에 꺾이지 않고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고, 항상 하나님의 편에 그리고 정의와 약자의 편에 서 있으려 노력했다. 부끄럽지 않은 자세를 지켰다고 자부한다”고 고백했다.
또 일반 언론계 기자들을 초청해 국내 주요 기독교 근대문화유적지를 함께 순례하며 한국에 복음을 전한 초기 선교사들의 헌신과 정신을 되새기고,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알렸다. 류 목사는 “그 결과 지난해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보다 긍정적 보도가 더 크지 않았나 한다”고 귀띔했다. 당시 류 목사가 했던 고민과 결단은 최근 출간된 저서 ‘꺾이지 않는 사명’에 오롯이 담겨 있다.
교회가 세상의 희망이 되려면 한국교회에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그는 “한국교회 성도들의 헌신과 기도로 6·25전쟁 이후 한국사회와 교회는 급성장했고, 민주화도 이뤄냈다”며 “하지만 그 이면에는 물질주의와 성공신학 등에 물든 후유증도 있다. 여기에서 벗어나 한국교회가 다시 하나님 앞에 낮아져 온전한 복음으로, 공적인 교회 역할을 감당하는 공공신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그가 은퇴 후 집중하려는 ‘나부터’ 캠페인 사역의 핵심 의제이기도 하다. ‘나부터’ 캠페인은 한국교회의 회개와 갱신을 통해 한국사회의 변혁을 이끄는 데 목적을 둔다.
마지막으로 류 목사는 한국교회에 “교회마다 예배가 회복되고 다음세대가 교회로 돌아오도록 교회 규모와 상관없이 성도들 모두가 각자 자리에서 기도하며 힘써야 한다”며 “초기 선교사들이 전한 복음에 빚진 자들인 한국교회가 낮아짐의 자세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실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세상의 약자 편에서 복음의 본질을 회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이 땅에 부딪히면 다시 튀어 오르듯 위기는 땅에 부딪혔고 이제 새로워질 기회가 튀어 오르고 있다”며 “예수님께서 절망 속에서 희망으로 오셨듯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우리를 은혜로 지켜주시리라 믿고 한 걸음씩 나아가자”고 덧붙였다.
류영모 목사의 목회 철학
‘주님의 심장 속에 있는 바로 그 교회로 세워 한국교회 한민족을 섬기고 열방에 예수님의 복음과 비전을 나누기 위하여 우리는 여기 비전채플을 세우노라. 2010.12.5’
류영모 한소망교회 목사는 2010년 경기도 파주시 야당동에 지금의 교회 건물, 이른바 ‘비전채플’을 완공·이전한 뒤 비석에 이같은 문장을 새겼다. 류 목사의 목회 철학이 응축돼 있다.
류 목사는 1988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서울서노회 망원제일교회에서 목사로 임직받았다. 2년 뒤 자신의 사택에서 가족 예배를 드리면서 단독 목회를 시작했고, 이듬해 경기도 고양에 지금의 교회를 개척했다. 이후 지금까지 늘 마음속에 품고 자신에게 던져왔던 질문은 “극소수 사람으로 세상을 뒤집은 초대교회는 어떤 교회일까, 마지막 때 성령님께서 임하셔서 세우신 교회, 주님을 영접할 교회는 어떤 교회일까”였다. 그래서일까. 류 목사는 항상 자신의 교회를 “주님의 심장 속에 있는 교회”라고 표현한다.
류 목사는 이런 목회 철학으로 이른바 ‘3맨’, 즉 맨땅에 맨손, 맨몸으로 교회를 세워 지금에 이르렀다고 고백한다. 단 한 평의 예배드릴 공간 없이 목회를 시작해 현재 등록 성도 수 1만 4000여 명에 이르는 교회로 성장시켰다.
류 목사는 “그동안 주님의 심장 속에 있는 교회를 세워 한민족을 섬기고 전 세계 열방을 구원하겠다는 일념으로 끊임없이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교회가 무엇인지 몸부림치며 그를 추적해왔다 생각한다”며 “두 날개로 나는 교회를 꿈꾼다. 하나는 모든 교인이 예배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교회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성도가 목장으로서 소그룹에 참여하며 각자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으로 교회의 부흥을 이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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