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삼 목사의 신앙으로 세상 읽기] 내 자식 성공 위해 누군가 불행하게 된다면

2023. 7. 2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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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큰 신드롬을 일으켰던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 올인했지만 결국 자살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벽에 걸린 성경구절이 묘하게 겹쳐졌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내 자식의 성공을 위해 누군가의 불행을 개의치 않는 우리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자식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 속임수를 쓰면서까지 복을 위해 자식을 변장, 위조시키는 일그러진 사랑의 표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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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큰 신드롬을 일으켰던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 올인했지만 결국 자살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벽에 걸린 성경구절이 묘하게 겹쳐졌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성경구절을 벽에 걸어 둔 가정이 얼마나 세속적으로 망가져 버렸는지 보여주며 신앙에 회의를 주려는 장치였을까. 그 장면을 보며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 교회 엄마 아빠들도 저럴까?”

내 자식의 성공을 위해 누군가의 불행을 개의치 않는 우리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지난 1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24살의 초임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아직 진실이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학부모 갑질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한쪽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교사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학생이든 교사든 다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 맞는다.

하지만 이번 비극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이유는 자기 자식의 안위와 성공을 위해 타인에게 갑질을 마다하지 않는 일부 일그러진 부모애를 알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자식의 행복을 위할 뿐, 누군가의 수고와 아픔을 배려하려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교사도 누군가의 부모이며, 누군가의 자식인데 그러한 사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한 부모의 이야기를 할 때 ‘맹모삼천지교’를 예시로 든다. 묘지 근처에서 살 때는 장례예식을 따라하고, 시장 근처에서는 물건 파는 것을 흉내 내니 서당 근처로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것이다. 서당 근처에서 비로소 맹자는 공부하는 습관을 익혀 공자와 함께 대학자가 되었다는 성공담이다.

그런데 맹모삼천지교를 다르게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맹모가 장소를 가려 이사를 한 게 아니라 묘지 근처에서는 인간의 죽음을 깊이 생각하게 하고, 시장 근처에서는 삶의 치열함을 배우게 했으며, 이윽고 서당 근처로 이사해 학문을 배우게 했다는 것이다. 주위 환경을 따진 것이 아니라 배움을 위해 세상 속으로 자식을 데리고 간 진정한 교육의 대가가 맹자의 어머니다.

성경에도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다른 이의 불행은 생각하지 않았던 어머니의 이야기가 나온다. 축복을 가로채려는 야곱의 어머니 리브가의 전략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축복’이 ‘하나님의 뜻’을 앞서면 하나님을 속이려는 행위조차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 사람임을 나타내는 장면이다. 형처럼 꾸미고 축복 기도를 가로채는 것은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샀던 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어머니 리브가는 참 담대하게(?) “내 아들아 너의 저주는 내게로 돌리리니 내 말만 따르고 가서 가져오라”(창 27:13)고 말한다. 이런 리브가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본다. 자식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 속임수를 쓰면서까지 복을 위해 자식을 변장, 위조시키는 일그러진 사랑의 표현을 말이다. 누군가의 복을 가로채면서까지 자식의 성공을 바란다면 한참 잘못된 일이다.

김근영 목사가 쓴 ‘나를 포기할 수 없었다’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리브가가 망설이는 야곱에게 한 말 중에 눈에 띄는 표현이 ‘내 말만 따르고’입니다. ‘야곱아, 너는 딴 생각 말고 엄마 말만 따르면 돼’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 말이 신앙적으로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모릅니다. 보십시오. 분명 리브가는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는 분명한 하나님의 뜻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곱에게 하나님의 뜻이 아닌 자신의 뜻과 계획을 따르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섬긴다는 엄마가 앞장서서 자식에게 하나님의 뜻을 거슬러가라고 잘못된 길을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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