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말씀에 푹 빠져 느슨했던 신앙을 돌아보다
가만히 있어도 구슬땀이 맺히는 여름엔 한없이 늘어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무더위에도 신앙의 끈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말씀 읽기에 몰입하거나 신앙훈련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산이나 바다,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대신 영성훈련에 참여하거나 기독교 관련 강연을 듣는 기독교인은 독특한 영적 경험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 광주 진새골 영성수련원에는 24명의 크리스천이 모였다. 20대부터 70대까지 직업이나 직분도 다양했다. 이들은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수련원에 오기 위해 휴가를 내거나 사업장 문을 닫았다. 참가자들은 2박 3일간 이곳에서 함께 성경을 읽고 예배를 드리며 집중적인 영성 훈련을 받는다.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진행된 프로그램 중 백미는 ‘렉시오 디비나’라는 말씀 묵상 기도였다. 참가자들은 ‘베데스다의 기적’(요 5:2~9), ‘위기 앞에서’(창 32:1~23) 등 주제로 묶인 성경 구절을 수차례 반복해 읽고 관찰하며 이를 삶에 적용하는 연습을 했다. 둥그런 테이블에 조별로 앉아 성경을 읽는 동안엔 새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취업준비생 백채림(24)씨는 “혼자 큐티(QT·말씀묵상)를 할 땐 해석본을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성경 말씀만 오로지 의지하며 직접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좋았다”며 “하나님이 제게 주시는 말씀으로 영혼의 양식을 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전남 순천에서 온 권성주(68)씨는 “지난해 갑작스러운 병으로 몸이 많이 아팠는데 회복했다. 그 과정을 지켜본 딸이 프로그램을 권해 오게 됐다”며 “신앙이 해이해지지 않도록 더 깊이 있는 신앙을 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희귀 성경과 기독교 관련 유물 5000여점이 전시된 국제성서박물관. 지난 8일 오후 인천 지하철 2호선 주안역에서 멀지 않은 이곳에 관람객 10여명이 2층 로비에 모였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성경공부를 하기 위해 탐방을 신청한 것이다. 인근 교회에 다니는 학생들은 활동지를 손에 들고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쫑긋했다. 금속활자 인쇄기를 관람할 무렵 몇몇 학생은 “학교 수행평가에 나온 것”이라며 신기해했다.
함께한 어른들도 구텐베르크 성경의 초판본 표지 원본 등 전시품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해설사는 중세시대 필사 성경, 성가본부터 인쇄 성경에 이어 종교개혁의 단초가 된 마르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을 접하며 당시 소수만 읽던 성경이 어떻게 대중에 전해졌는가를 설명했다.
학생들은 1시간여 탐방 수업이 끝난 뒤 따로 마련된 공간에서 초기 성경책인 ‘코덱스’를 만드는 체험도 했다. 2시간 넘게 강연과 체험을 끝낸 현주은(17)양은 “교회에서 성경을 읽을 때와는 다르게 역사 공부를 하는 것처럼 재미있었다”며 “앞으로 성경을 읽을 때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기독교 뮤지컬을 보기 전 강의를 들으며 관련 지식을 쌓을 수도 있다. 기독문화예술 전용 극장인 서울 강남구 광야아트센터의 뮤지컬 ‘더북: 성경이 된 사람들’은 수요일마다 성경과 관련한 강연과 선교사 묘원 탐방을 진행하고 있다.
뮤지컬이 영국의 성경 번역과 도입에 관한 내용이라면 강연과 탐방은 한국 선교 상황을 담고 있다. 지난 19일 세계선교공동체(WMC) 소속 선교사는 마포의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인근의 서현교회에서 1시간가량 한글 성경이 번역된 역사 등을 강연했다. 참여자들은 장소를 옮겨 언더우드와 레이놀즈 선교사 등 초기 선교사 8명의 묘원을 순례했다.
이길재 WMC 본부장은 “성경과 관련한 선교사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묘원을 둘러보면서 ‘복음이 어떻게 우리에게 전달되었는지 알게 됐다’는 후기가 많다”며 “뮤지컬에 학습적인 면을 연결하면서 반응이 뜨겁다. 방학이 시작되면서 100명 넘게 신청하는 단체도 있다”고 말했다.
광주·인천=글·사진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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