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와중에도 지켰는데… 여가·취미에 발목 잡혀 멀어지는 주일 성수

손동준,최기영 2023. 7.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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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전쟁과 피란, 전 세계적 감염병 등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지켜냈던 주일예배의 가치가 새삼 무겁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주일 성수를 방해하는 요소도 각양각색이다. 이럴 때일수록 신학과 신앙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도 77%, 악천후엔 예배 빠질 수도

미국의 기독교 여론조사업체인 라이프웨이리서치가 최근 실시한 ‘성도들이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가운데 8명이 ‘악천후로 인해 예배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나들이 등 야외 활동’(55%) ‘수면 보충’(54%) ‘친구와의 약속’(51%) ‘스포츠 경기 관람’(42%) 등이 예배에 불참할 수 있는 사유로 제시됐다. ‘어떤 상황에서도 예배에 참석한다’는 응답은 10명 중 1명 수준(11%)에 그쳤다.

눈길을 끄는 건 응답자들의 예배 참석 여부가 외부 환경적 요인보다 개인적 요인에 더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예배에 한 차례 또는 몇 차례 불참할 수 있다는 응답은 ‘악천후’에 쏠렸지만 여러 차례 불참할 수 있다는 응답은 악천후(15%)보다 나들이·수면 보충(각 18%)이 더 높았고, 스포츠 경기 관람(14%)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응답자의 연령이 낮을수록 야외 활동과 수면 보충, 친구와의 만남을 이유로 예배에 빠질 수 있다는 응답이 많아진다는 점도 주목됐다.

기독대생 22%만 “주일성수해야”

한국교회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청년들 사이에서 주일 성수에 대한 의식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지난해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대학생의 신앙 의식과 생활’ 조사 결과 응답자 중 22%만이 ‘주일 성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7년 같은 조사 결과(33%)보다 11% 포인트 급락했다.

다음세대 사역단체인 브리지임팩트사역원 대표 정평진 목사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예나 지금이나 성도들의 예배 이탈 문제의 핵심은 ‘타협적 신앙’이었다”며 “과거엔 청소년의 학업, 성인의 출근이 타협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가족과 함께하는 여가와 개인의 취미 등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3년여의 팬데믹 기간 급속도로 확산된 온라인예배도 ‘주일성수·주일예배’에 대한 인식을 약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세태는 70여년 전 생사가 갈리는 전쟁통에서도 주일예배를 고수한 선배 신앙인들의 올곧은 신앙을 떠올리게 만든다. 6·25전쟁 당시 부산으로 몰려든 피란 성도들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교회를 세웠다.

고 한경직 영락교회 목사는 부산 영락교회에서 주일예배 설교를 전했다. 영락교회 35년사는 ‘북괴군의 남침 보도를 들어서 불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으나 예배를 드리기 위해 4000여명의 교우들이 예정대로 모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시 한국군을 비롯해 유엔군 등 참전 용사들도 전장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는 장면 등이 사진으로 남아있다.

한국교회, 주일성수 가치 재정립해야
1950년 9월 28일 서울 중앙청 앞에서 감사예배를 드리는 유엔군 모습.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실 제공

‘6·25전쟁과 한국교회’(CLC)를 쓴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전쟁이라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 예배를 지킨 선배 신앙인을 본받아야 한다”며 “당시 교회는 비기독교인도 찾아올 정도로 사회에 소망을 주고 살길을 열어주는 곳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엔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성도들이 자신의 신앙을 다시 점검하고 재정립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시됐다. 윤영훈 성결대 교수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주일뿐 아니라 모든 날이 중요하다는 신학이 강조됐다”며 “모순되게도 모든 날이 중요하면 어떤 날도 중요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안식일 신학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성경 속 ‘성소’와 ‘구별’의 개념을 재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주일을 구별해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손동준 최기영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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