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반란 때 푸틴 우유부단, 결단 못했다"… 크렘린궁 "난센스"

이해준 2023. 7. 26.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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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 당시 거의 하루 동안 결단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안보 당국자를 취재해 25일 이같이 전했다.

러시아 용병 쿠데타 이후 푸틴의 운명. [일러스트=김지윤]


WP에 따르면 러시아 정보기관은 바그너그룹이 지난달 24일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하기 최소 2, 3일 전 푸틴 대통령에게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의 대통령 경호 인력을 늘리고 무기를 더 지급하는 등 전략 시설 몇 곳의 경비를 강화했을 뿐 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유럽의 한 안보 당국자는 "푸틴은 반란을 진압하고 주동자들을 체포하기로 결정할 시간이 있었다"며 "하지만 반란이 시작되자 (러시아 정부는) 모든 급에서 마비됐고 완전한 당황과 혼란에 빠졌다. 그들은 오랫동안 어떻게 대응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당시 중무장한 바그너그룹의 용병들은 러시아군으로부터 일체의 저항을 받지 않고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와 보로네시의 군사시설을 빠르게 접수하며 러시아 앞까지 밀고 올라왔다.

우크라이나의 고위 안보 당국자는 "현지 당국은 상부에서 어떤 지시도 받지 못했다"며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상부의 매우 명확한 지시가 없으면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안보 당국자들은 러시아 안보·군 당국자 중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방식에 불만을 품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축출하려는 프리고진의 시도에 동조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걸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한 고위당국자는 "러시아 권력구조 내에 반란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고위급 인사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이들은 프리고진의 시도가 더 성공했다면 반란에 가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대통령궁은 푸틴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선전 공세를 펼치고, 군 내 비판론자와 프리고진 지지자를 숙청하기 시작했지만, 러시아 엘리트층은 군 지도부의 전쟁 수행을 둘러싼 분열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WP는 보도했다.

반란 당시 지휘의 공백은 푸틴의 권위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게 WP의 시각이다. 러시아 정보기관과 관련된 모스크바의 금융업자는 "러시아는 마피아식 규정대로 운영되는 국가로 푸틴은 용서할 수 없는 실수를 했다"며 "그는 동네에서 가장 센 놈이라는 평판을 잃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WP가 보도한 서방 당국의 평가를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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