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유의 국무위원 탄핵 기각…거대 야당의 무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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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일간 혼란 초래한 야당, 정치적 책임 불가피
안전 시스템 재구축, 수해 복구에 전력 다해야
헌정사 초유의 국무위원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헌재는 어제 탄핵심판 사건 선고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 재판관 아홉 명의 전원일치 결정이었다. 국회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 167일 만이다. 그동안 직무정지 상태에 있던 이 장관은 즉시 직무에 복귀했다. 이 장관은 “이번 기각 결정을 계기로 소모적 정쟁을 멈추고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헌재는 다수 의견에서 이 장관이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대응과 관련해 재난안전법이나 국가공무원법을 어겼다고 보지 않았다. 또 이 장관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하는 헌법상 의무를 위배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소수의견에선 이 장관의 사후 대응이 국가공무원법에서 규정한 성실 의무를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이번 헌재 결정을 보면 지난 2월 야당 주도의 탄핵소추 의결은 애초부터 무리수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 3당은 여당의 거센 반발에도 수적 우위를 내세워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우리 헌정사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은 두 차례 있었지만 국무위원에 대해선 처음이었다.
국회가 고위 공직자의 탄핵소추를 의결할 때는 전제조건이 있다. 해당 공직자를 파면할 정도로 헌법이나 법률의 중대한 위반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장관의 직무 수행에서 구체적인 위법 사항을 찾기는 어려웠다. 당시 야당 안에서도 이런 취지의 신중론이 나왔지만 야당 지도부는 애써 무시하고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였다. 결국 국정 혼란과 행정 공백만 안겨주고 탄핵소추가 기각된 것에 대해 야당은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반면에 이 장관도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헌재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장관은 159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됐을 문제가 아니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헌재도 “피청구인(이 장관)의 참사 원인 등에 대한 발언은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헌재 결정으로 정무적·도의적 책임까지 면제되는 건 아니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는 거듭된 경고에도 국민 안전에 대한 국가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한 사건이었다. 국민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이 장관은 국민 안전을 책임진 주무 장관으로서 지금부터 비슷한 사건의 재발 방지와 수해 복구 등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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