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나라, 뜨자’… 이란 엄마들, 딸 위해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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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성 시마 모라드바이기(26)는 지난봄 남편, 세살배기 딸과 함께 이란을 탈출했다.
이어 "이들 대부분은 여성 인권이 제로에 가까운 이란을 벗어나려 하고 있다"며 "딸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선사하려는 엄마들의 설득에 남편도 동의한 가족들"이라고 전했다.
38세 여성 나짐 파트히는 1년 전 이란을 탈출한 뒤 반정부 무장조직에 갓 스무 살이 된 딸 파리야와 함께 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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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속에 둘 수 없다” 탈출 선택
이란 여성 시마 모라드바이기(26)는 지난봄 남편, 세살배기 딸과 함께 이란을 탈출했다. 삼엄한 이란 국경수비대를 따돌리기 위해 어린 딸에게 졸음 성분이 있는 기침약까지 먹여가며 국경을 넘어 이라크 술라이마니야에 도착했다. 직접적인 이유는 지난해 가을부터 더욱 엄격해진 이란의 이슬람 종교법, 그중에서도 여성에게 강요되는 히잡 착용 의무화였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최근 조국을 버리고 탈출하는 가족 단위의 이란인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들 대부분은 여성 인권이 제로에 가까운 이란을 벗어나려 하고 있다”며 “딸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선사하려는 엄마들의 설득에 남편도 동의한 가족들”이라고 전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까지 이란은 중동에서도 가장 ‘서구화’된 국가였다. 팔레비 왕조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서구화를 주도하며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을 선진국 형태의 민주주의 체제로 만들었다. 당시의 이란은 여성이 대학 교육을 받고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할 정도로 개방적인 사회였다.
서구화의 물결은 이슬람 혁명으로 하루아침에 중단됐다. 남성 중심의 전근대적 이슬람 사회 질서가 들어섰고, 여성의 히잡 착용 의무화가 실시됐다. 여성의 인권은 중세시대로 돌아간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다소 느슨해졌던 히잡 의무화 규범은 지난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 붙잡혀 무자비한 고문 끝에 숨진 마흐사 아미니 사건 이후 다시 엄격해졌다.
모라드바이기는 아미니 사건 당시 이란 전역으로 번졌던 반정부 시위에 가담한 이후 망명을 결심했다. 시위 도중 종교경찰이 휘두른 곤봉에 왼팔이 부러진 게 결정적이었다. 그는 NYT와의 접촉에서 “시위에서 매 순간 죽음을 목격했지만 어린 딸을 부패한 정권의 나라에 두고 죽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란·이라크 국경에는 230달러 정도의 비용으로 망명자들을 돕는 브로커들이 차고 넘쳐난다. 탈출한 가족들은 이라크 북쪽 쿠르드족 거주지역을 거쳐 튀르키예나 유럽, 미국, 캐나다로 간다.
38세 여성 나짐 파트히는 1년 전 이란을 탈출한 뒤 반정부 무장조직에 갓 스무 살이 된 딸 파리야와 함께 가담했다. 여성 인권운동에 동참했던 그는 종교 법정에 소환되자 탈출을 선택했다.
NYT는 “자신들이 겪은 암흑 같은 시간을 딸들이 똑같이 겪게 하지 않겠다는 이란 엄마들의 힘이 엑소더스 행렬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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