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뛰지 마' 혼나는데, 이웃은 담배연기"…초등생 쓴 호소문
한 초등생이 이웃의 흡연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벽보를 붙여 안타까움을 샀다.
지난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파트 집안 내 흡연 관련 초등학생 호소문’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을 포함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진 속 호소문에서 자신을 초등학생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우리 엄마 아빠는 이웃이 불편할까 봐 ‘뛰지 말아라, 의자 끌지 말아라, 실내화 신고 다녀라’하고 저를 혼내시는데 우리 이웃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담배 연기로 저를 괴롭힌다”고 말문을 뗐다.
이어 “제가 제일 억울한 건 이런 이웃 때문에 엄마 아빠한테 혼나는 것”이라며 “이젠 저도 새벽에 (담배 냄새로) 깨는 것이 습관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발 머리 아프지 않게, 목 아프지 않게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벽보를 읽은 누리꾼들은 “어린아이까지 괴롭히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 “우리 집 엘리베이터에도 붙여달라” “혼자 흡연하는 건 좋은데 남한테 피해 끼치지는 말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현행법상 세대 내 흡연으로 이웃에게 피해를 준다고 해서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 2항에서 ‘공동주택 입주자 등은 발코니, 화장실 등 세대 내 흡연으로 다른 입주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의 처벌 조항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거주 세대 2분의 1 이상이 지자체에 공동주택 내 금연 구역 지정을 신청해 ‘금연아파트’로 지정되는 것 역시, 복도 및 엘리베이터 등 외부 공용 공간만을 대상으로 할 뿐 ‘집 안 흡연’을 막기는 어렵다.
일각에서는 “집 안에서의 행위까지 제재하는 건 국가 권력이 사적 공간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금연 정책과 공동주택 관리 정책을 담당하는 복지부·국토부가 관련 법안을 마련하기 난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아파트 거주자 12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층간흡연 규제(처벌)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인원은 전체 66.2%(794명)를 차지했다. 반면 규제가 지나치다는 응답은 21.6%(259명)였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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