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 [임상균 칼럼]

임상균 매경이코노미 기자(sky221@mk.co.kr) 2023. 7. 2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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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수요가’라 부르던 초슈퍼 갑 포스코
中 철강 공세에 살길 찾아 리튬 사업 추진해 ‘대박’
치열한 경쟁 덕에 생존력 키운 민영화 성공 사례 되길
임상균 주간국장
“수요 업체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2003년 포스코 이구택 당시 회장의 취임사 중 한 대목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놀랄 만한 표현이다.

우선 자사 제품을 사주는 고객인데, 고객이라 부르지 않고 수요 업체라고 부른다. 당시 포스코 보도 자료에도 ‘수요가(需要家)’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고객이라는 지극히 평범하고도 내 물건을 사주는 사람에 대한 존중의 뜻이 담긴 표현을 외면하는 데 대한 문제의식은 전혀 없었다. 이유를 물어보면 “오랫동안 그리 써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리고 고객과 ‘공생’하겠다고 한다. 요즘 단어로는 ‘상생’이다. 기업이 상생하겠다고 나서는 대상은 기본적으로 하청 업체다. 부품·소재·서비스 등을 공급하는 협력사를 쥐어짜더니 이제는 정신 차리고, 윈윈을 하겠다며 내세우는 단어가 ‘상생’이다. 포스코는 고객을 그런 대상으로 취급해왔다는 얘기다.

그때 포스코는 그랬다. 철강 시장은 메이커가 굳이 고객에 감사의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는 ‘판매자 시장(Seller’s Market)’이었다. 2000년대는 철강 최대 호황기였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이 20% 내외를 기록할 정도였다. 공급이 달리다 보니 포스코에서 냉연강판을 받기 위해 철강 대리점이 줄을 섰다. 심지어 뒷돈을 받고 물건을 파는 ‘초슈퍼 갑’이었다.

2013년 ‘라면 상무’ 사건은 이런 포스코 직원들의 ‘갑질 마인드’가 밖으로 표출된 대표적 사례다. 포스코 한 계열사 상무급 임원이 기내식 서비스에 불만을 표하면서 잡지책으로 승무원의 눈두덩을 때린 사건이다. 포스코가 부당하게 하도급 대금을 깎다 공정위에 적발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철강 시장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중국 철강 업체의 신규 설비 가동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철강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로 돌변했다. 낮은 생산비용을 무기로 갖춘 중국산 철강에 포스코도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포스코는 2차전지 소재 산업에서 새로운 살길을 찾아 나섰다. 철광석에서 철을 뽑아내는 제련 기술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신사업을 찾았다. 리튬, 니켈, 양극재, 음극재 등 2차전지의 핵심 소재들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변신을 서둘렀다.

2010년대부터 착실히 준비를 시작했다. 2018년에는 아르헨티나 살타주에 위치한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를 3300억원에 사들였다. 당시만 해도 무리한 투자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전기차 열풍 덕분에 리튬 가격이 급등한 것은 물론 당초 229만t으로 예상했던 매장량이 실제는 6배인 1350t으로 급증하는 등 호재가 잇따라 터졌다.

최근 포스코는 2030년 2차전지 소재 사업 매출 목표를 62조원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포스코홀딩스의 연결 매출이 84조7502억원이었다. 2030년대는 본업이 바뀔지도 모른다. 덕분에 포스코 주식은 최고의 미래 성장형 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 시작은 중국산 철강 공세, 즉 치열한 시장 경쟁이었다. 현실에 안주하며 시장에 군림하는 온갖 공기업들에 좋은 본보기가 되길 기대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9호 (2023.07.26~2023.08.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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