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낙찰가, 감정가 웃돌았다는데…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7. 2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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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끈 달아오른 경매 시장

수도권 주택 지표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집값 바닥론’이 확산되자 아파트 경매 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위주로 경매 낙찰가가 치솟으면서 실수요자 관심이 쏠린다.

서울 강남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치솟으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서울의 한 경매법정. (매경DB)
압구정 아파트 낙찰가 급등

현대4차 118㎡ 55억에 낙찰

경·공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7월 12일 경매 시장에서 서울 강남구 압구정현대4차 전용 118㎡ 아파트가 55억2799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44억3000만원)와 비교하면 25%가량 비싼 금액이다. 낙찰자뿐 아니라 2, 3위 입찰자도 감정가보다 훨씬 높은 51억원 이상을 써냈다.

압구정현대4차 낙찰 가격은 일반 거래시세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2021년 4월 41억75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최근 거래는 없지만 호가는 48억원 수준이다. 낙찰가가 호가보다 3억원가량 높다.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2차 전용 74㎡도 지난 6월 27억7950만원에 낙찰됐다. 같은 달 실거래가(26억3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가량 높은 가격이다.

압구정뿐 아니라 다른 강남권 아파트 경매 열기도 뜨겁다. 지난 5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 경매에 응찰자 45명이 몰린 끝에 26억5288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은마아파트 같은 평형 호가가 24억500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2억원 이상 높다. 청담동 대우유로카운티 전용 122㎡도 지난 6월 감정가(25억원)보다 높은 25억1000만원에 낙찰됐다.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전용 163㎡는 지난 3월 감정가 30억원으로 경매에 나왔지만 한 차례 유찰돼 최저 입찰 가격이 24억원으로 떨어졌다. 이후 7명이 몰려 감정가에 근접한 29억3880만원에 낙찰됐다. 서초구 신반포2차 전용 69㎡의 경우 지난 4월 감정가 26억원에서 한 차례 유찰됐다. 2회 차 입찰에서 응찰자 6명이 몰리면서 23억7274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1.3%로 90%를 넘어섰다.

강남 아파트 경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최근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경매 수요가 대거 몰린 영향이 크다. 일반 아파트 매매가가 뛰면서 투자자들이 경매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지지옥션 경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입찰에 부쳐진 물건 중 낙찰된 물건 수 비율)은 28.3%로 5월(24.8%)보다 3.5%포인트 상승했다. 낙찰가율도 80.9%로 5월(81.1%)에 이어 두 달 연속 80%를 웃돌았다. 지역별로는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인기가 두드러진다. 강남3구 아파트 낙찰률이 34.3%로, 그 외 22개구(26.6%)보다 7.7%포인트 높았다. 낙찰가율도 85.2%로 다른 지역(78.4%)을 한참 앞섰다.

응찰자 수도 계속 늘어나는 모습이다. 지난 5월 강남 3구 아파트 경매 물건당 평균 응찰자 수는 12.7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2월(17.7명)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대치다. 5월 서울 전체 아파트 물건의 평균 응찰자(7.8명)를 크게 웃돈다. 강남 3구 응찰자 수는 올 1월 4.4명에서 3월 8.3명, 4월 9.6명으로 매월 증가세다.

강남 아파트 경매가 인기를 끄는 것은 경매로 낙찰받으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도 실거주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위치한 주택을 매수할 경우 매수인이 의무적으로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하지만 경매로 낙찰받으면 이런 의무가 사라진다. 경매로 낙찰받고 곧바로 전세 세입자를 구하면 실제 투자 금액을 아낄 수 있다는 의미다. 경매로 집을 사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도 없다. 일반 매매보다 대출 규제도 덜해 갭투자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강남권 아파트 경매 물건 중에서도 재건축 단지 물건이 인기다.

압구정현대4차의 경우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면서 재건축이 속도를 내 시세 차익 기대가 크다. 이 단지는 압구정동 아파트 중 유일한 5층짜리 저층 단지로 이번에 낙찰된 경매 물건(공급면적 140㎡) 대지면적만 121.2㎡에 달할 정도로 투자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이런 매력 덕분에 낙찰가가 일반 거래 시세보다 높았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 낙찰가가 시세보다 높다는 것은 실거주 의무가 없다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가격 부담이 커도 입지가 좋아 추후 시세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위치하면서 입지가 좋은 재건축 단지 경매 수요가 계속 몰릴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서울에서는 ‘잠삼대청’ 즉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 대치, 청담동뿐 아니라 압구정과 여의도 아파트지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성수전략정비구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이들 지역 중 잠실, 삼성, 대치, 청담, 압구정 등 강남권 아파트 경매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매 전략 어떻게

2회 이상 유찰된 물건 노려볼 만

강남권 아파트 경매가 인기지만 ‘묻지마 입찰’은 금물이다. 아무리 가격이 저렴하다 해도 경매할 때 주의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경매에 앞서 권리 분석을 꼼꼼히 하는 것은 필수다. 경매로 나온 부동산에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낙찰자가 낙찰 금액 외에 별도로 인수해야 하는 권리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등기부등본을 살펴보고 말소기준등기 이후에 올라온 권리는 모두 소멸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최저 가격이 낮다고 무조건 싼 가격으로 낙찰받을 수는 없다. 유찰되면서 감정가보다 낙찰 가격이 낮아졌다고 해도 매매 시장의 실거래 가격, 호가 등과 비교해봐야 한다.

경매가 신청될 경우 법원은 경매개시결정등기와 동시에 부동산 감정평가를 진행한다. 이후 여러 절차를 거치다 보면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 후에 투자자가 입찰할 수 있는 매각기일이 잡힌다. 감정평가 시점과 매각기일 간 시차가 꽤 있기 때문에 감정가가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최소 두 차례 이상 유찰된 물건을 노려보는 것이 유리하다. 법원경매에서는 1회 유찰될 때마다 입찰 최저가가 20%씩 내려가기 때문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장은 “시세 대비 감정가가 얼마나 높은지 꼼꼼히 따져보고 경매에 나서야 한다. 환금성이 좋고 두 차례 이상 유찰돼 감정가가 급락한 매물을 노려볼 만하다”고 주문한다.

적정 가격 판단이 끝났다면 반드시 현장에 가보는 것이 좋다. 실제로 ‘임장’을 해보면 채무자의 밀린 관리비가 쌓여 있는 등 예상 못한 문제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행상 밀린 관리비는 낙찰자가 부담하는 사례가 많다. 주변 공인중개사사무소는 물론이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도 들러서 현황을 파악하고, 밀린 비용이 있다면 입찰가에 미리 반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연달아 유찰되는 물건은 복잡한 권리 문제가 얽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제대로 된 권리 분석을 통해 낙찰 이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치열한 경쟁 끝에 괜찮은 물건을 낙찰받는다 해도 이후 챙길 게 많다. 낙찰받은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을 내보내는 명도 절차가 만만치 않아 명도소송에 들어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점유자를 상대로 ‘인도명령신청’을 해두면 명도 판결문과 같은 강제집행권원을 얻을 수 있다. 인도명령신청은 낙찰자가 법원에 신청하면 보다 빠르게 강제 집행할 수 있도록 한 절차다. 채무자나 대항력 없는 세입자 등 점유권이 없는 자는 인도명령결정 대상이 된다. 가능하면 명도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는 물건을 골라야 안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한목소리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9호 (2023.07.26~2023.08.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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