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라졌던 中 친강, 면직됐다…신임 외교부장은 왕이
친강(秦剛·57)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임명 208일 만에 낙마했다. 부총리급 국무위원 낙마는 138일만이다. 25일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상무위원회를 열고 친강이 겸임하는 외교부장 직무를 해임하고 왕이(王毅)를 외교부장에 임명했다고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전인대 상무위 결정에 따라 친강이 겸임하는 외교부장 직무를 면직하고 왕이를 외교부장에 임명하는 주석령을 발표했다고 중국중앙방송(CC-TV) 메인뉴스가 보도했다.
이로써 지난달 25일 베이징에서 베트남·캄보디아 외교부장과 회담을 끝으로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친 부장은 한 달만에 최종 낙마가 결정됐다. 친 부장의 부재가 길어지자 중국 안팎에서는 그의 건강 이상설, 혼외불륜설, 노선투쟁설 등이 불거졌다. 이날 중국 관영 매체는 친강 부장의 해임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당원의 기율 위반을 적발하는 당 중앙기율위도 친강의 처분 여부를 별도로 발표하지 않았다.
이날 면직으로 친강은 중국 최단명 외교부장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20차 당 대회에서 중앙위원에 선발되면서 왕이 외교부장의 후임을 예약했던 친강은 12월 30일 주미 중국대사에서 외교부장에 정식 임명됐다. 지난 3월 12일에는 전인대에서 부총리급인 국무위원에 선출됐다.
친강의 갑작스러운 부재에 중국 당국은 건강을 이유로 제시했다. 지난 11일 왕원빈 대변인은 “친강 부장이 신체(건강) 원인으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불참한다”고 발표했다. 홍콩 성도일보와 명보도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전해진다며 건강이상설을 거들었다.
이후 중국 SNS를 중심으로 불륜설이 떠올랐다. 홍콩 피닉스TV 앵커 푸샤오톈(傅曉田·40)이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지난해 3월 친강 당시 주미 대사와의 인터뷰 사진과 그녀의 아들 사진을 올린 것이 불륜설의 근거가 됐다. 다만 205명에 불과한 당 중앙위원급의 고위 간부가 여성 편력만을 이유로 낙마한 선례가 드물다는 이유로 노선투쟁설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우궈광(吳國光) 미국 스탠퍼드대학 선임연구원은 “당내 친러파가 시진핑에게 친강은 친미파라고 고발했다. 파벌 알력과 권력투쟁이 있었을 것”이라고 미국의 소리(VOA)에 말했다. 베이징 특파원 당시 친강 대변인과 7년간 교류했던 야이타 아카오(矢板明夫) 일본 산케이신문 타이베이 지국장은 24일 페이스북에 “친강의 부인은 당시 모 영국 언론사의 보조로 일했으며 친강은 외국 언론에 절반은 자기 사람으로 여겨졌다”며 친강의 낙마 이유로 당내 노선투쟁으로 분석했다.
친 부장에 앞서 낙마한 부총리급 고위직으로는 지난 2018년 2월 24일 전격 낙마한 양징(楊晶) 국무위원 겸 국무원 비서장이 가장 최근 케이스다. 16기 후보중앙위원, 17~18기 중앙위원, 18기 중앙서기처 서기를 역임하며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보좌했던 양징은 심각한 정치 기율 위반을 이유로 기율위로부터 당내 잔류 1년간 관찰 처분을 받고 직급이 장관급으로 강등되는 행정 처분까지 동시에 받았다. 당시에도 낙마 당일 전인대가 상무위원회 회의를 열고 양징을 국무위원 및 국무원 비서장 직무에서 해임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한편 이날 한때 중국의 SNS를 중심으로 당 20기 중앙위원인 류젠차오(劉建超·59) 당 중앙 대외연락부장이 친강의 후임에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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