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 화두는 ‘脫’…기존사업 벗어던지니 주가 ‘쑥’ 영토도 ‘확장’
기후변화와 디지털 전환, 성장 정체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대변신’을 선택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온 기존 사업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과감히 뛰어드는 모양새다. 주식 시장에선 긍정적인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중장기적으로 영토 확장도 가능하다. 다만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력에 따라 성적이 판가름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포스코그룹의 상장 계열사 6곳의 시가총액 합계는 115조322억원으로 지난해 말(41조5917억원)과 비교해 거의 세 배(176.6% 증가)로 뛰었다. 금융투자 업계는 철강 사업에 뿌리를 둔 포스코그룹의 ‘탈(脫)철강’ 기조가 최근 전기차 배터리 시장 급성장과 맞물리면서 그룹 전체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전날 친환경 철강과 2차전지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시장에서도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포스코DX, 철강 제품 포장이 주사업인 포스코엠텍,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시총은 각각 지난해 말 대비 436.8%, 358.1%, 316.4% 올랐다. 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시총 역시 23조3839억원에서 54조2947억원으로 132.2% 증가했다.
포스코홀딩스에 이어 두 번째로 그룹 내 기업 가치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포스코퓨처엠(42조원) 역시 지난해 말 대비 201.1% 높아졌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포스코퓨처엠에 대해 “양극재 기업 중 성장 흐름이 가장 명확하다”며 같은 분야 기업 중 최선호 주로 꼽았다.
삼성전자와 함께 가전 산업의 양대 축을 이뤄온 LG전자도 ‘탈가전’을 공표했다. 지난 12일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이제 가전을 넘어 고객경험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이 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래 먹거리로 비(非)하드웨어 사업 모델 혁신, 기업 간 거래(B2B) 영역 성장, 신사업 동력 확보 등을 전략으로 꼽았다.
LG그룹은 LG전자뿐 그룹 전체가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배터리와 전장(차량용 전기장치) 사업을 주력으로 내세우면서다. 시장도 이에 화답했다. LG그룹 상장 계열사의 시총은 지난해 말 197조8551억원에서 24일 기준 246조9118억원으로 24.8% 늘었다. 이 가운데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38.7%, 37.1%의 상승률을 보였다.
전통적인 굴뚝 업종이 주력인 HD현대그룹의 ‘디지털 혁신’도 주목받는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쇼(CES 2023)에서 “조선사로서 ‘십 빌더(ship builder)’를 넘어 미래 가치를 만드는 ‘퓨처 빌더(future builder)’가 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회사는 사명을 현대중공업에서 HD현대로 바꿔 사업 범위를 무한히 넓히며 무인 선박, 로봇 조선소 구축 등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HD현대그룹의 시총은 지난해 말 28조730억원에서 이날 기준으로 36조7374억원으로 30.9% 늘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업체들도 인공지능(AI), 로봇 사업에 투자하며 숙원이던 ‘탈통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탈주력’ 움직임에 대해“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미래 사업을 선점하는 동시에 기업가치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의미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기존 산업이 성장 한계에 부딪히고 2차전지·AI 등이 부상하자 많은 기업이 2030년을 타깃으로 중장기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며 “방향성 제시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어떤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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