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기각에 민주당 역풍..."헌재법 개정" 이말까지 나왔다
헌법재판소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 청구를 만장일치로 기각하면서, 다수 의석의 힘으로 탄핵소추를 밀어붙였던 더불어민주당이 ‘역풍’을 맞게 됐다. 당장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습관적 탄핵병’에 걸렸다.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오후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9명)의 일치된 의견으로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를 일으킨 책임을 묻겠다”며 정의당·기본소득당과 함께 제출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2월 8일)한 지 167일 만이다.
여당은 특히 민주당이 초래한 ‘재난 콘트롤타워 공백’ 사태가 수해 피해를 키웠다며 역공에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은 반(反)헌법적 탄핵소추로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콘트롤 타워를 해체시키고 그로 인해 엄청난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하여,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면서 “고통받는 이들의 분노를 교묘히 증폭시켜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뒷골목 정치’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행안부 장관의 장기 공백은 이번 수해 피해와 같은 재해·재난을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행안부 본연의 업무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며 “민주당의 의회폭주 폐해는 또다시 국민에게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충남 부여 일대 수해복구 지원을 나간 현장에서 소식을 듣고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라면서도 “파면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모든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는 게 헌재결정문에 나와 있고 국민의 일반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은 사라졌고, 재난 대응 실패 책임을 물을 수도 없게 됐다.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탄핵을 주도한 사람들과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탄핵에 맛 들여서 툭하면 장관을 탄핵하자는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강경파는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 탄핵 TF 단장인 진선미 의원은 이날 오후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헌재 판결은 국가가 국민의 안전한 삶을 지켜 주지 않는 소위 ‘각자도생’의 시대임을 증명한 것”며 “다시 한번 이상민 장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원내대표로 탄핵 소추를 이끌었던 박홍근 의원은 페이스북에 “헌법재판소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피맺힌 절규를 제대로 듣기나 한 것이냐”고 반발했다.
일각에선 '헌법재판소법 개정'도 거론했다. ‘처럼회’ 소속 김승원 민주당 법률위원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장관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졌다면 법 위반에 대해서 더 풍부한 자료와 근거를 갖고 탄핵심판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탄핵과 형사 절차를 별개로 규정해 수사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헌재가 직접 수사권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지난 1월 이 장관을 무혐의 처리한 상태여서, 당내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헌정사 최초의 국무위원 탄핵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면서 정치권에선 당분간 후폭풍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논란을 둘러싸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 대한 ‘탄핵’까지 거론하던 민주당의 공세는 한풀 꺾이게 됐다.
직무 정지에서 풀려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장 다음 달 열릴 예정이던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 관련 국회 행정안전위 현안질의에 이 장관이 직접 출석해 야당과 맞붙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친윤계 의원은 “전국적 지명도가 낮았던 이상민 장관이 마녀사냥식 핍박을 받으면서 내년 총선에 출마해도 될 정도의 인지도를 갖게 됐다”며 “민주당이 스타 하나 키워준 셈이 됐다”고 말했다.
김준영·정용환·강보현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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