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막힌 영국행... 연극 '하녀들'로 3년만에 다시 가다

무소의 뿔 2023. 7. 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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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프린지 현장리포트] #0 다시 만난 에든버러

극단 무소의 뿔이 작품 <하녀들>로 2023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드립니다. <편집자말>

[무소의 뿔 기자]

▲ 극단 무소의 뿔 <하녀들> 2023에든버러 프린지 무대에 오르는 극단 무소의 뿔의 <하녀들>. 3년 전 코리안시즌에 선정된 작품이었으나 코로나19로 3년간 갈 수 없었다. 올해 8월에는 에든버러에서 극단 무소의 뿔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에든버러 어셈블리 죠지스퀘어 제2스튜디오. 2023.8.2~8.27(8.2, 3프리뷰 / 8.14, 21 공연없음) 총 24회. 오후 1시 5분(러닝타임 60분). 티켓 14파운드 내외
ⓒ 극단 무소의 뿔
 
무려 3년 만이다. 극단 '무소의 뿔'은 3년 전 에든버러 프린지의 코리안 시즌에 선정되었지만 영국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때문이었다. 축제는 취소되었다. 75년 만의 일이라고 했다.

이듬해 축제는 자구책으로 온라인 개최라는 묘수를 두었으나 우리는 참여하지 않았다.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온전히 전해지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해야 할 걸 그랬나 되물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으려 했다. 그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만 되뇌었다. 그런 와중에도 몇몇의 도움으로 가끔 이런저런 공연을 했다.

우리는 강원도 춘천에 거점을 둔 연극 집단이다. 2014년에 창단해 이듬해 < 리투아니아 in_mirage >를 선보였다. '연극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란 이제는 사람들이 잘 이야기하지 않는 주제를 붙들고 작품을 만든다. 언어를 최대한 절제하면서 움직임과 조명, 음악, 소품 등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작품의 의미를 전달한다. 이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이다. 진실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호흡은 말을 최소화한 우리 작품의 제1의 언어이기도 하다.

<하녀들>은 무대 위 제3의 언어를 표방하며 만든 극단 아트쓰리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신진예술가 지원사업에 선정된 게 바탕이었다. 장쥬네의 희곡 <하녀들>을 재구성하여 두 하녀가 극중극 형식을 통해 마담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 증오를 표현한다. 간결한 무대 배경과 소품, 의상 등으로 절망과 환희를 오가는 하녀들의 내면에 집중한 작품이다. 2008년 체코 어퍼스트로피(APSTROF) 국제연극제에 참가했을 때 현지의 한 평론가는 이렇게 평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미니멀리즘이다. 간결한 무대 배경과 소품, 의상 등은 하녀들의 내면 갈등에만 집중할 수 있다. 여기에 하녀들의 연기로 모든 배경과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이 드라마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연극 하녀들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에서 비롯된 부조리한 이야기가 아니다. 결국 이 작품은 개인의 내면세계에 동시에 존재하는 지배와 통제의 극성과 인간의 나약함을 강조한다. 우리는 모두 '마담'을 가슴에 품고 있는 '하녀'들이다."

고맙게도 우리는 처음 참가한 연극제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 모르는 당시의 체코 관객들로부터 최우수 관객상을 받았다. 이후로도 몇 년간 부산국제연극제, 강원연극축전,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서울연극올림픽 등의 무대에 올랐고 작품은 그렇게 우리의 레퍼토리 중 한 작품이 되었다. 그리고 여느 작품과 같이 오랫동안 곳간에 보관해 두게 되었다.

코로나19로 미뤄진 기회, 3년 만에 그곳으로

가끔 곳간 속의 작품을 꺼내 보일 때가 있다. 우연히 2019년, 에든버러 프린지 코리안 시즌 참가작을 공모한다는 게시글을 보게 되었다. 코리안 시즌은 1981년부터 에든버러에서 공연장을 운영하며 다양한 작품을 프로그래밍해 온 어셈블리와 한국의 에이투비즈가 2013년부터 공동 주최해 오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매년 장르별로 5개 작품을 선정해 세계 최대 공연예술마켓인 에든버러 프린지 무대에 한국의 우수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었다.

어떠한 이유에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의 작품이 그에 어울릴 수 있겠다 생각했다. 신청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거쳐 드디어 2020년 1월 30일, 최종 다섯 단체 안에 우리 극단이 들게 되었다. 코리안 시즌에 선정된 것만으로도 작품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 같아 매우 뿌듯해 했었는데 돌이켜보면 첫 허들을 겨우 넘었을 뿐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진 것이다. 2020년 3월, WHO가 팬데믹을 선언하였고 우리의 길은 서로 꽉 막히게 되었다. 축제도 마찬가지였다. 불확실함 속에서 전전긍긍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우리는 점점 지쳐갔다. 어렵게 얻은 기회였지만 그렇게 모든 게 다 사라진 줄 알았다.

2023년 봄, 코로나바이러스의 광풍이 물러나며 에든버러 프린지는 우리를 다시 불렀다. 힘들지만 당연히 가야 할 무대였다. 무너진 텐션을 돋우고 배우를 다시 꾸리고 제작에 애를 썼다. 무엇보다 아파트 렌트비와 비행기 삯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배우 두 명과 조명감독, 오퍼레이터, 드라마터그 겸 제작감독 그리고 연출가인 나까지 모두 여섯 명의 단출한 팀인 우리는 7월 27일 인천공항을 떠나 암스테르담을 거쳐 7월 28일, 에든버러 공항에 도착한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공연팀들과 함께 한 달을 보내게 될 우리. 낯설고 어려운 환경이지만 앞으로 어떤 길이 우리 앞에 펼쳐질지 한껏 궁금하기도 하다. 에든버러로 향할 짐은 무겁고 무겁고 무겁지만 우리는 3년 만에 결국 그곳에 가게 되었다. 미리 반갑다. 에든버러!

정은경 (극단 무소의 뿔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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