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성장률 반등할까…중국·반도체·날씨 3가지에 달렸다
상반기 한국 경제가 우려했던 것보다는 나은 성적표를 받았다. 자동차와 반도체 업황이 다소 개선되고, 원유 등 에너지 수입이 줄면서다. 다만 올해 정부가 목표로 삼은 경제성장률(1.4%)에 도달하려면 난관이 여전히 남았다.
반도체·자동차 개선에 수출 선방
주목할 점은 수출 감소 폭이 줄었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지만, 2분기에는 0.6% 줄면서 회복 기미를 보였다. 상반기 내내 한국 경제를 짓눌렀던 수출이 살아나는 모습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출의 경우, 자동차 호조세가 이어지고 반도체 수출이 늘어나며 소폭 감소에 그쳤다”고 했다. 여기에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량은 수출 감소 폭보다 더 크게 줄면서 전체 순수출은 플러스(+) 성장했다. 순수출은 수출과 수입의 차이로, 수출이 수입보다 많으면 플러스를 나타낸다.
다만 올해 정부가 목표한 GDP 성장률 1.4%를 달성하려면, 하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7% 더 성장해야 한다. 상반기 성장률의 약 2배에 달하는 경제 반등이 하반기에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경제가 상반기에 저조하고 하반기에 반등)’ 시나리오가 순탄치는 않다.
‘더블딥’ 우려에 커지는 ‘차이나 리스크’
우선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중국 경기 침체다. 원래 정부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로 한국 경제가 하반기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면서, 관광객 비중도 높아 수출과 내수에 모두 큰 영향을 끼치는 국가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제를 두고 ‘더블딥(불황에 빠졌던 경기가 일시 회복했다가 다시 불황에 빠지는 현상)’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 5월 중국의 소매 판매는 지난해 5월과 비교해 12.7% 늘어나는 데 그치며, 4월(18.4%)보다 오히려 둔화했다. 산업생산도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하며, 4월(5.6%)과 견줘 큰 폭으로 내렸다. 반면 16~24세 청년실업률은 20.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생산·고용 지표의 뚜렷한 둔화에 씨티그룹과 JP모건은 올해 중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5%에서 5%로 낮춰 잡았다. 모건스탠리도 기존 5.7%에서 5%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유동성을 늘리는 등 경기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하반기에 경기가 반등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하지만 시장이 우려하는 대로 중국 경제가 구조적 침체로 빠진다면 한국 정부가 목표한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개선 조짐 반도체, 스마트폰은 변수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열리면서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긍정 신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황 개선이 3분기부터 본격 시작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변수는 있다. 반도체의 핵심 시장인 스마트폰과 PC 수요 감소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시장조사 업체인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해 8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최대 시장인 중국이 경기 둔화를 겪은 영향이다.
이 때문에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반도체 경기가 괜찮아진다고 했지만 장담은 못 한다”면서 “언제 회복될지, 회복 시기가 늦어질지, 중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 강도가 셀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집중호우, 내수 진작에 찬물
하지만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소비 심리 회복에 찬물을 부었다. 실제 이날 한은 발표에 따르면 2분기 민간소비는 의류 등 준내구재와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소폭 감소했다. 신 국장은 “5월 연휴 기간 중 기상 여건 악화로 대면 활동이 일부 제약된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7~8월 휴가철 특수도 집중호우가 계속된다면 위축할 수밖에 없다.
날씨는 겨울철 에너지 수입에도 영향을 끼친다. 동절기 예상 밖 한파가 닥치면, 에너지 수입량이 크게 늘면서 한국 GDP 성장률을 제약할 가능성도 있다. 2분기 GDP 성장률 선방도 원유 수입 감소로 전체 순수출이 늘어난 덕을 봤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2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는 좋았지만, 소비와 투자·수출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여전히 마이너스”라면서 “중국과 반도체 불확실성이 남은 가운데, 고금리로 극적인 내수 회복도 어려워 정부 예상대로 경제가 상저하고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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