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단독 인터뷰] ① "언제나 나를 원하는 감독에게 이적했다" 바이에른행 뒷이야기

김정용 기자 2023. 7. 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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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바이에른뮌헨). 김정용 기자

[풋볼리스트=뮌헨(독일)] 김정용 기자= 이만큼 큰 대접을 받으며 빅 리그로 간 선수가 있었나? 김민재를 둘러싼 바이에른뮌헨 분위기를 보며 내내 생경했다. 구단 인스타그램에 김민재 사진만 연달아 올라오는 걸 보며 다른 영입선수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걱정됐다.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김민재가 무조건 주전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세계 최고 명문팀의 주전감으로 인정받는 나날, 김민재의 마음은 어떤지 듣기 위해 22일(현지시간) 머무르고 있던 독일 뮌헨의 호텔로 찾아갔다. 김민재는 바이에른을 비롯한 이적 과정마다 감독의 강한 러브콜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유럽에서 만 2년 동안 초고속으로 3개 나라를 경험하면서 생각의 범위는 한결 넓어진 듯 보였다.


2년 전 오늘 어디 소속이었는지 아시나요?


- 2년 전 오늘이요? 음…, 그때는 베이징.


그렇죠. 여전히 베이징 궈안입니다. 페네르바체 오피셜이 8월 16일에야 났기 때문이죠. 다시 말하면 만 2년 만에 팀을 3번 바꿨습니다. 바이에른에 들어와 며칠 안 된 오늘 기분은 어떤가요?


- 하아, 뭐랄까 저도 안 믿긴다고 해야 하나? 페네르바체 때는 사실 세계적으로 엄청난 팀에 간다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도착한 뒤에 팀과 팬 문화가 좋아서 감동을 받았죠. 나폴리 갈 때부터는 그 정도 팀에 내가 간다는 게 믿기 힘들었고. 게다가 바이에른 이적은되게 빨리 진행되기까지 했으니 여전히 믿기 힘들다는 느낌이에요.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팀 바꿀 때마다 '여기서 주전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긴장감과 '될 것 같다'는 자신감이 늘 공존하는 것 같은데, 오늘은 두 기분의 비율이 몇 대 몇인가요?


- 밖으로는 표현을 안 하지만 에이전트들은 제가 많이 괴롭혀서 잘 알아요. 늘 그 생각을 해요. '이런 팀에서 뛸 수 있을까?' 지금은 긴장이 7, 자신감이 3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어제 기자회견에서도 '괴물' '3번' 등이 부각됐는데 그럴 때마다 오는 압박감이 있죠. 예전에는 단기적 목표와 장기적 목표를 따로 정하곤 했는데 이번엔 장기 목표는 없어요. 일단 경기장에 나가야 뭐라도 하는 거잖아요. 그것만이 목표죠. 못 나가면 제가 누군지 보여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어느 팀을 가든 항상 긴장하는 것 같아요.


세리에A 최고 수비수상을 타고 바이에른이 러브콜을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외부에서는 이미 잘할 거라는 평가를 내린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 그렇죠. 구단 입장에서는 그러니까 영입했겠죠. 그런데 제 관점에서도 통할 것 같냐고 한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가 없죠. 언어도 바뀌었고 리그도 바뀌었잖아요. 같은 리그 안에서 이동한다면 스타일을 알 수 있지만. 항상 '여기서 뛸 수 있어?'라고 누군가 물어보면 '모르겠어, 봐야 알지'라고 답할 수밖에 없어요. 구단 입장과 이적료 액수는 중요한 게 아니고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세리에A가 아닌 다른 빅 리그의 강팀, 즉 리버풀이나 프랑크푸르트와 만나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잖아요? 리그를 가리지 않고 경쟁력이 있다는 걸 확인한 것 아닌가요? 너무 겸손한 대답만 하니까 제가 여러모로 좋은 점들을 늘어놓게 되네요.


-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시는데 밖에서 보기엔 그렇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부담감이 컸죠. 리버풀전은 나폴리의 흐름이 좋았어요. 팀이 흐름을 타면 막기란 쉽지 않아요. 그날은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잘 해줬고요. 근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지금은 경기장에 나가는 것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바이에른은 오랫동안 꾸준히 구애한 팀은 아니죠. 유럽 이적시장을 세 번 겪어보니, 오랫동안 구애한 팀으로 간 적은 한 번도 없네요. 다 뒤늦게 나타난 팀이 채가는 식이었는데. 그래서 매번 더 얼떨떨하지 않았을까요?


- 그렇게 갑자기 들어온 팀의 러브콜이 매번 제일 와 닿았어요. 페네르바체 빼면 나폴리와 바이에른 모두 기존 선수가 나가면서 러브콜이 왔어요. 그러니까 팀 입장에서도 좀 더 간절했겠죠. 나폴리는 칼리두 쿨리발리, 바이에른은 뤼카 에르난데스가 나가면서 빈자리를 메워야 했을 거예요. 그리고 감독과 미팅을 했을 때 좋았어요. 올해의 경우 토마스 투헬 감독님과 이야기할 때 가장 와 닿는 말을 했어요. 물론 이적했을 때 경쟁이 가장 힘든 팀은 뮌헨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긴 뮌헨이니까 갈 수 있을 때 가야죠. 그리고 구단이 보여준 태도가 너무 좋았고요.


투헬 감독이 어떤 면에서 감명을 줬는지 약간 이야기해준다면?


- 전술 이야기 같은 건 거의 안 했어요. 대신 제 장점이 뭔지 이야기하는데 굉장히 세밀했어요. 저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과 비슷했고요. 날 잘 아는 감독이라는 느낌이 강했죠.


페네르바체의 비토르 페레이라, 나폴리의 루치아노 스팔레티의 경우에도?


- 페레이라 감독님은 중국 리그에 있을 때 절 직접 봤잖아요. 잘 아는 감독이 데려가려고 한다는 게 결정에 영향을 미쳤죠. 나폴리도 스팔레티 감독님이 많이 원했죠. 그 감독님은 축구적인 표현은 잘하시지만 절 얼마나 원하는지 영어로 소통하는 건 쉽지 않았고요. 대신 이탈리아 사람답게 큰 제스처와 느낌으로 엄청 전달해주셨어요. 그리고 결정적이었던 건 스팔레티 감독님이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하셨던 거죠. 모든 사람이 듣도록 '킴 사달라, 쟤는 챔피언스리그 레벨이다'라고 하셨으니 그 이상의 러브콜이 있겠어요? 거기서 끝났죠.


병역혜택을 받아 군사훈련을 받은 축구선수는 많았지만 퇴소 당일에 바로 메디컬 테스트를 하는 경우는 처음 보는데요. 그날 아침까지는 군대 체련복 입고 있었는데 오후에는 바이에른 팀 닥터를 만났잖아요.


- 얼떨떨했죠. 그만큼 팀에 빨리 합류할 수 있었다는 게 좋아요. 이렇게 빨리 합류한 적이 없어요. 베이징, 페네르바체, 나폴리 모두 프리시즌 막판에 합류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몸 상태가 문제죠. 훈련소에서 운동을 못했잖아요. 구보 두어 번 한 게 전부거든요. 군대 내 체력측정에서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뛴걸음 할 때만 조금 운동했죠. 이 측면에서는 오히려 지난 이적들보다 더 분발해야 해요. 사실 나폴리는 늦게 합류했지만 페네르바체에서 훈련하다 간 거라 몸을 약간 만든 상태였거든요.


훈련소에서 자유시간에 운동을 할 순 없었나요?


- 한 번 있었는데 뛰다가 비가 왔어요. 그 시기에 비 아니면 폭염이었거든요. 둘 다 운동 금지죠.


하체 근력운동이 필요했을텐데, 생활관 바닥에서 런지라도 하지 그랬어요?


-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다행인 게 운동용 튜브가 하나 있더라고요. 그걸로 발목 운동 정도 하고.


김민재와 얀 크리스티안 드레센 바이에른뮌헨 CEO. 김정용 기자
김민재(바이에른뮌헨). 게티이미지코리아

'김민재 훈련소에서 본 썰'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많이 올라왔는데 봤나요?


- 하나 봤어요. 반 정도는 맞는 이야기에요. 약간 과장된 내용도 반 정도지만. 같은 생활관 전우 중 한 명인 것 같아요. 정말 옆에서 봐야만 알 수 있는 내용이 있었죠.


메디컬이 유독 꼼꼼했다고 들었는데요.


- MRI를 유독 길게 찍었어요. 4시간이나 했죠. 잠들 수도 없는 게 저는 자다가 가끔 경련이 일어서 발로 허공을 차곤 하거든요. 맨정신으로 가만히 있는 게 너무 힘들긴 했어요. 막판에는 하도 심심하니까 기계에서 삐삐 소리가 얼마나 나면 다른 부위로 이동하는지 외웠어요.


키가 188cm로 나왔는데 알려진 공식 키 190cm보다 좀 작네요. 이거 거짓 이력서 논란….


- (웃으며) 잘못 나오긴 했어요. 보통 189cm는 나오는데. 하지만 다시 측정해달라고 하진 않았고요. 사실 키는 상관없는데 몸무게가 79kg인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들어가기 전보다 5kg이 줄었어요. 밥도 잘 못 먹고, 운동 못해서 근육량도 줄었으니까. 전 원래 기초대사량이 높으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이 먹는데 군대는 정량배식이잖아요. 더 달라고 할 수 있는 건 탄수화물인 밥뿐인데 그것만 먹으면 살만 찔 것 같고. 결국 살이 빠질 수밖에 없었어요.


어제 얀 크리스티안 드레센 CEO도 기자회견에서 '군대에서 살 빠졌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 지금 좀 회복하고 있어요. 팀 훈련에서는 체력 위주로 훈련하고, 근력운동은 따로 섞어서 하고.


영어가 많이 늘었는데. 영어권 국가에 거주한 적은 없잖아요.


- 생존영어죠. 듣는 건 많이 늘었는데 말하는 게 좀 어려워요. 영어 하는 친구들은 제 문법이 좀 틀려도 이해해주니까 그냥 해요. 사실 중국에서 약간 시간 있을 때 미리 공부해두지 않은 게 후회스러워요. 튀르키예 때부터는 일상적으로 영어 쓰면서 동시에 레슨을 받으면 오히려 헷갈리고 입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지금은 독일어도 배워야 하네요.


지금 딱 피식쇼(미국 토크쇼를 흉내 낸 형식의 인기 유튜브 프로그램) 나가면 재밌을 정도의 영어 실력인데요.


- 맞아요(웃음). 그분들 말씀 알아듣고, 문법은 틀리더라도 한국어 섞어서 말할 수 있는 수준.


한국 선수들은 잉글랜드를 대체로 선호하고, 김민재 선수도 잉글랜드행이 목표라고 말한 기억이 있는데요.


- 그건 일종의 목표였죠. 관심이 높고 경기가 빡센 곳이니까 목표로 세웠던 거지, 다른 빅 리그는 싫다는 게 아니었어요. 그리고 사실 잉글랜드 구단이 원해야 가죠. 물론 매년 원하긴 했지만(웃음) 결국 오퍼가 오지 않거나 딜이 성사되지 않거나 했죠. 올여름은 바이에른 이적이 너무 일사천리로 진행돼서 잉글랜드 팀들이 오퍼할 시간도 없었던 것 같아요.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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