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우유 1ℓ 3000원' 코앞…정부 '밀크플레이션 저지' 총력전

나상현 2023. 7. 2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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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의 한 이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흰 우유 1ℓ들이 소비자가격이 3000원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커졌다. 원재료인 원윳값 인상이 기정사실화 했기 때문이다. 우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사전 단속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5일 낙농가와 유가공업체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올해 적용될 원윳값 인상 폭을 결정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24일까지 10차례에 걸친 협상을 이어갔지만,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르면 오는 27일 예정된 11차 협상에서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박경민 기자

정부는 올해 원윳값 인상은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상 기후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사료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농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농가 원유 생산비는 ℓ당에 570.34원으로, 전년 대비 13.7% 상승했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원윳값 인상은 지난해 상승한 생산비를 올해 반영하는 구조”라며 “농가가 1년 이상 감내한 사실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의 원윳값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낙농진흥회에서 논의되는 인상 폭은 ℓ당 최소 69원(6.9%)에서 최대 104원(10.4%)이다. 그나마 올해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시행되면서 예년보다 인상 폭이 제한됐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지난해까진 생산비 상승분의 90~110% 범위에서 인상 폭을 협상했는데, 올해는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시장 상황을 반영해 60~90% 범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원윳값이 ℓ당 996원인 만큼 처음으로 1000원선을 넘어서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원유는 젖소에서 바로 짜낸 가공하지 않은 우유를 뜻한다. 원유를 살균하고 불순물을 제거해 만든 게 소비자가 마트에서 살 수 있는 흰 우유다. 원유는 생크림·치즈·버터 등의 재료로도 쓰인다. 원윳값이 인상되면 유제품 가격도 일제히 오를 수밖에 없다. 최근 진정세를 보이는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할 우려가 크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1ℓ들이 우유 한 팩 가격은 현재 대형마트 기준 2800원대 수준이다. 이대로면 연내 ‘심리적 마지노선’인 30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정부는 벌써 업계와 접촉하며 사전 단속에 나서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7일 서울우유·매일유업·남양유업 등 유업체 10여 곳과 만나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한 데 이어 오는 28일에도 다시 한번 비공개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아울러 유통 구조 개선을 통한 소비자가격 합리화도 검토하고 있다. 김 정책관은 “일반적으로 대형마트·편의점·슈퍼 등 유통업체에선 흰 우유 납품가의 40%가 넘는 유통 마진을 책정하고 있다”며 “흰 우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생산자와 수요자뿐만 아니라 유통 효율화 등 유통 분야에서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시장에서 번지고 있는 밀크플레이션 우려는 과장됐다고 강조했다. 주요 식품류 중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을 제외하면 원유·흰 우유·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비중이 높지 않은 만큼 가공식품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김 정책관은 “아이스크림도 일부 고급 품목 아니면 국산 원유·유제품 원료 비중이 작고, 아이스바 등 일반 빙과류는 유제품 원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며 “밀크플레이션 품목으로 지칭되는 빵류와 과자류의 경우에도 유제품 원료 사용 비중이 전체 원료의 1~5%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기대와 달리 원윳값 인상 이후 유제품과 가공식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실제 원가(원윳값) 상승분보다 소비자가격을 더 큰 폭으로 올리는 ‘편승 인상’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지난해에도 원윳값이 49원 오르자 흰 우유 소비자가격은 10% 안팎으로 인상됐고, 과자·빵류 가격도 일제히 인상됐다. 주요 아이스크림 가격도 20% 안팎으로 올랐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우유는 납품가 기준으로 이익률이 1% 내외인데, 원윳값이 매년 오르는 상황에서 우유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값싼 수입산 우유와 유제품이 들어올수록 국산 우유의 가격 경쟁력은 계속 떨어질 텐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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