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와 틱장애, 말 많은 남편의 말 못 한 아픔
[이준목 기자]
산만하고 예민한 성격으로 주변을 피곤하게 만드는 듯 보이던 남편,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말못할 개인적 아픔과 가족을 향한 깊은 책임감이 있었다. 7월 24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에서는 '잔소리 창 VS 무덤덤 방패, 창과 방패 부부'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결혼 5년차인 KBS 공채 개그맨 출신 김찐과, 피아니스트 표신애 부부가 이날의 의뢰인으로 등장했다. 남편은 한 봉사활동에서 피아노 연주자로 온 아내의 모습을 처음 보고 "세상이 느려지고 빛이 나더라. '내 여자구나' 싶었다"며 운명적인 끌림을 고백했다.
아내는 "만난지 세 번만에 프러포즈를 했다. 통장잔고를 보여줬는데, 터무니없는 돈이었다. 140원. '그래도 나랑 결혼하래?' 라고 제안하더라"라고 회상하며 "함께 있는 시간이 되게 즐거웠고 '이 사람이랑 살면 원룸에서 살아도 즐겁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좀 어렵더라도 같이 극복해나가면 세상을 잘 살아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면서 남편에 대한 애정을 고백했다.
▲ MBC 부부상담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한 장면. |
ⓒ MBC |
하지만 현재 부부는 성격차이로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였다. 남편은 모든 일에 말이 많고 사사건건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정반대로 아내는 말수가 적고 지극히 무덤덤했다. 부부는 대화을 해도 평행선을 달리며 좀처럼 서로의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남편은 등장하자마자 오은영과 패널들 앞에서 '투머치 토커'의 면모를 드러냈다. 남편은 프러포즈 당시 문제의 통장잔고에 대하여 "140원을 가지고 살겠다는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갈수록 점점 장황하게 길어지며 산으로 가는 이야기에 패널들은 지쳐갔다. 오은영은 "말씀이 진짜 많으시다. 140원으로 작문을 하셨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지며 남편을 머쓱하게 했다. 아내는 "사소하다고 느끼는 것을 남편이 자꾸 지적하는 것에 대한 갈등이 있다"고 고민을 의뢰했다.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부부는 더 넓은 집에 살길 원하는 아내의 소원을 따라 김포의 한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의 의지로 처가댁의 경제적 지원까지 받아가며 무리하게 이사를 서두른 데 불만이 많았다.
저녁에 이삿짐을 정리하는 동안 남편과 아내의 극명한 성향 차이가 드러났다. 남편은 본인이 짐을 정리할 동안 아내에게 아이들을 케어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남편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오락가락하는 산만한 행동을 보였다. 아이들을 위해 치킨을 주문하다가 갑자기 눈에 보이는 짐들을 정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본인의 뜻대로 되지않거나 거슬리는 행동이 나올때마다 아내에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잔소리를 일삼았다. 듣고있던 아내의 표정도 점점 굳어져갔다. 아내는 "남편이 오락가락하는 말투가 되게 힘들다"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패널들은 "보는 내내 정신이 없다. 남편은 뭔가를 끊임없이 요구해놓고 외면하는 일의 반복이다보니 오히려 일처리가 더디다," "잔소리도 많이 하고 정리하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훨씬 더 지저분해졌다"고 말만 많고 비효율적인 남편의 일처리를 꼬집었다.
남편은 "아이들이 다칠 수 있어서 이사 당일에는 처갓집에 맡기기로 이야기가 됐는데 그냥 들어왔다"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며 "화면만 보면 제가 참 못됐는데, 저는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아내는 "남편이 생각하는만큼 위급한 상황이라고 보지 않았다. 그래서 좀더 무심하게 반응이 나온 것"이라고 밝히며 "저는 아이들에게 빨리 저녁을 먹이고 재운뒤에 짐을 정리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치킨을 빨리 안 시켜주더라"며 서로의 입장차를 설명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번에도 방금했던 이야기를 또다시 반복하는 도돌이표 화법으로 일관했다.
경청하던 오은영은 급기야 "일을 이렇게 처리하면 눈떠서 잘때까지 생활이 너무 힘들겠다"며 팩폭을 날렸다. 오은영은 남편의 특징으로 "본인이 이 순서대로 가야 한다고 꽂히면 그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본인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도 이미 진행되어 있는 일이면 바뀐 상황에 맞게 체계적으로 순차적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남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지난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한다"고 분석했다.
남편은 '이사를 지금하는 게 아니었다' '이사업체 선택이 잘못됐다' '아이들이 여기 있으면 위험하다'는 자신만의 포인트에 꽂힌 상태였다. 오은영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자신이 꽃힌 이야기만 하느라고 애들 밥도 안 시킨 거다. 남편이 주의력이 많이 떨어진다"라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남편의 상황을 공항의 관제탑에 비유하여 "우선순위를 정하고 일의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남편은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면서 '성인 ADHD'라는 진단을 내렸다. 남편은 "저는 지금까지 멀티(한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것)가 잘 된다고 생각하고 살았다"며 당혹스러워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은영은 남편이 아내를 만난 것이 '천생연분'이라고 평가했다. "남편은 인지적 충동성이 강하다. 반응의 속도가 빠른 것이다. 반만 아내는 반응의 속도가 느리고 강도도 강하지 않다. 남편은 답답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덜 부딪히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편에게는 말못한 또다른 아픔이 있었다. 남편은 어린 시절부터 '틱 장애(Tic disorders, 근육이 불수의적으로 움직이는 신경병의 일종)'를 앓아서 고생했던 사실을 고백했다. 남편은 "지금은 많이 호전 돼서 거의 없는 편이다. 예전에 심할 때는 옷을 잡아 당기고 입을 벌리고 팔을 돌리곤 했었다"라고 털어놨다. 결과적으로 방송을 그만두게 된 계기도 틱 장애 때문이었다고. "지금보다는 보수적인 방송 시기였으니까. 저를 이해하기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그때는 제가 적합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라고 덤덤하게 밝혔다.
현재 남편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페인트칠에서 잔디심기, 음식점 서빙 등 돈이 되는 일이라면 각종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탁송이나 대리운전을 할 때는 취객들을 상대하다가 폭행을 당한 적도 있다는 일화를 밝히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틱 증상은 15세 이상이 되고 치료를 동반하면 대체로 호전되는 편이다. 하지만 오은영이 남편은 아직도 틱 증상이 남아있다고 진단하며 긴장과 불안이 증상에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편은 틱 증상을 앓게 된 배경을 이야기하며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남편은 "집안이 물질적으로는 풍족했지만 가정적으로는 행복하지 못했다"며, "아버지가 많이 엄했고 수시로 체벌을 당했다"라고 폭로했다. 9살의 어린 나이에 엄한 집안 분위기에 지쳐서 차라리 부모님이 이혼하거나 혼자 보육원에 가기를 원했던 시절도 있었다고.
또한 학창시절에는 틱 장애로 인한 행동이 오해를 받아서 집단폭행을 당하거나 성추행범으로 오인받았던 아픈 추억도 있었다.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오히려 남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야단만 맞아야 했다고. 오은영은 "감당하기 벅찼을 것 같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정작 아내는 남편의 틱 증상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아내는 "데이트 중에 불편한 제스처를 했을 때 제가 그게 불편하지 않았다. 너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었다. 잘 마음이 맞고 앞으로 미래를 함께 그려나갈 사람을 소망했는데 그런 사람을 만난 거다"라며 "외적인 것들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라고 고백했다.
패널들은 "천생연분이네"라며 감탄했다. 오은영은 "제일 틱 증상이 가장 완화가 될 때가 마음이 편안할 때. 가장 덜하다"라고 이야기하자, 아내는 "그래서 연애할 때 틱 증상이 많이 안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 MBC 부부상담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한 장면. |
ⓒ MBC |
하지만 부부간 대화 방식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남편은 저녁에 아내와 둘만의 대화를 하면서 또다시 이사를 주제로 이야기가 나오자 갈등을 빚었다. 아내는 "넓은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상상을 하는 것이 행복했다"며 이사를 추진한 이유를 설명했지만, 남편은 "아내가 본인이 원해서 이사를 왔으면서 아이들의 핑계를 댄다"며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다. 남편은 아내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의 생각만 일방적으로 쏟아냈고 두 사람은 각자 다른 표현방식에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며 서로 마음이 상했다.
오은영은 영상을 보고 "남편이 진정으로 원했던 말은 '고마워'라는 것이다"라고 분석하며 "남편은 어린 시절부터 주변의 인정이나 감정적인 보호, 따뜻한 사랑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그래서 내가 가장 사랑하고 가까운 사람인 아내의 인정과 사랑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남편의 속내를 설명했다. 실제로 심리검사에서 남편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을 때 행복을 느끼는 성향이며, 동정심과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만 부부간의 대화 유형에서는 이혼으로 가는 4가지 독인 '비난, 방어, 경멸, 담쌓기'의 화법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는 주의를 받았다. 남편은 아내가 자신에게 고마워하지 않고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을 품고 있었다. 반면 아내는 자율성과 인내력이 낮고 쉽게 포기하려는 성향이 강하며, 남편의 강한 언행에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내는 "여러 가지 일이 쌓이면서 남편과의 대화가 어려워졌다. 말을 편하게 못하다보니 인정과 칭찬도 어려워졌다"고 해명하면서 "이번 촬영을 통하여 남편의 마음을 좀더 챙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남편은 촬영 중 우연히 만난 취객들의 무례한 요구도 넉살좋게 받아넘기며 유연한 친화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장인-장모의 방문에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친정부모님은 익숙한 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빨래와 화장실 청소 등 집안일을 도왔다. 느긋한 성격의 아내는 친정 부모님이든 시부모님이든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당황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남편은 내내 가시방석처럼 안절부절하지 못하다가 결국 자리를 피해 버렸다.
이를 두고 오은영은 "남편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 잘못이 아니어도 억울한 일을 겪다보니 내면에 불안감과 두려움이 있다. 예상못한 일이 벌어지면 '위기'라고 받아들이는 면이 있다. 부모님과 사이가 가까운 아내에 비하여 남편은 심리적 거리가 있었다보니 상처를 받지않기 위하여 안전한 경계를 설정하고 유지하는데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으로 오은영은 장인-장모의 입장을 대변하며 "그만큼 사위를 자식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평생 살아온 것이 있어서 태도를 바꾸라고 하면 상처를 받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에 남편은 "앞으로는 장인-장모님을 더 반갑게 맞이하겠다"며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솔루션의 시간이 찾아왔다. 오은영은 "현재 인지적 충동성, 꽂히는 현상, 틱, 불안증이 있다"고 진단하며 생활에 불편하지 않을 선에서 상담이나 약물을 활용한 전문적인 치료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부부를 위한 힐링포인트로는 "두 사람은 일처리에 대한 시각과 방식이 전혀 다르다. 오해와 마찰을 피하기 위하여 분업 시스템을 만들어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서로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솔루션을 마친 부부는 대기실로 돌아왔다. 남편은 "이번을 계기로 나도 좀 바뀌고, 말도 예쁘게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내는 "나도 더 표현하고 노력하겠다. 대신 내 이야기도 좀 들어줘"라고 부탁했고, 남편은 "알겠다. 대화를 좀더 자주하자"고 화답하며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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