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마약과의 전쟁'인데…하루 2건, kg단위로 적발량 늘었다
국내 마약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마약 밀수 적발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여행자·동남아 등을 통한 밀수 시도가 점차 늘어나는 양상이다.
25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325건, 329㎏ 상당의 마약류가 국경 반입 단계에서 걸렸다. 적발 건수는 하루 평균 2건에 가깝다. 특히 마약 밀수 적발량은 1년 전보다 39% 늘어나면서 상반기 기준 최대치를 찍었다. 이는 505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건수는 줄고, 중량은 늘어나면서 건당 적발량(1015g)은 1㎏을 넘어섰다. 2020년(213g)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뛰었다. 이른바 '㎏ 단위'로 대형화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이는 해외보다 훨씬 높은 국내 마약 가격, 지속해서 증가하는 마약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필로폰 1g당 거래가격(지난해 기준)은 한국이 450달러로 미국(44달러), 태국(13달러)보다 훨씬 비쌌다.
주요 마약 밀수 경로는 국제우편 46%(건수 기준), 특송화물 28%, 여행자 25%, 일반화물 1% 순이었다. 이 중 여행자를 통한 밀수가 1년 새 103% 늘면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국제우편·특송화물 적발 건수는 감소 추세를 보였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방식에 집중됐던 마약 밀수 방식이 여행자 대면 형태로 바뀌고 있다. 다시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종류별로는 필로폰이 43%(중량 기준)로 가장 많이 적발됐다. 다만 '클럽용 마약'이라 불리는 MDMA(일명 엑스터시)·케타민, 외국인 노동자 수요가 많은 야바(필로폰계 신종 합성마약) 등의 적발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MDMA·야바 등은 상대적으로 투약하기 쉬운 알약 형태다. 또한 다크웹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온라인 거래되고 있어 젊은층 접근도 용이한 편이다.
마약이 출발한 국가는 미국·태국 24%(중량 기준), 라오스 12%, 베트남 10% 등이었다. 특히 동남아 국가(아세안 10개국)에서의 밀수 적발량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78㎏에서 올해 상반기 169㎏으로 115% 급증했다. 전체 적발량 대비 비중도 51%로 절반을 넘겼다. 이는 태국과의 합동 단속 작전이 이뤄진 데다 동남아에서의 필로폰(야바)·케타민·합성대마 등 마약 공급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국내 마약 사범은 꾸준히 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1만8395명이다. 2021년(1만6153명)보다 크게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10~20대 비율이 2017년 15.8%에서 지난해 34.2%로 두 배 넘게 뛰었다.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이 보여주듯 갈수록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모양새다.
특히 국내 마약 대부분은 해외에서 밀반입되는데, 통관 장벽을 넘은 다음 유통 단계에선 적발이 어렵다. 이 때문에 관세청은 세관 직원을 직접 해외로 파견하는 등 국내 밀반입 사전 차단을 위한 국제 마약 단속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다음 달 말까지 출국 여행객 등을 대상으로 마약류 밀반입 예방 캠페인도 진행키로 했다.
고광효 관세청장은 “앞으로 관세 행정의 최우선 순위를 마약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데 두겠다. 마약청정국 지위를 회복하려면 범정부 차원의 노력과 함께 국민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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