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책방이지만 조용히 하지 않아도 돼요
[화성시민신문 안해림]
한 30대 여성 분이 네 다섯 살 쯤 된 아이의 손을 잡고 책방을 방문하였습니다. 아이는 발랄하게 '우와~ 이게 뭐야? 이건 뭐야?' 하며 두리번 두리번 책방을 둘러봅니다. 하지만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그 분은 아이의 천진난만한 행동을 걱정하며 미리 단속시킵니다.
"쉿, 여기선 조용히 해야돼!"
저는 그럴 때마다 안타까워서 소리치고 싶습니다. 가끔은 정말 이렇게 말씀드리기도 합니다.
"조용히 하지 않으셔도 돼요."
생각보다 꽤 많은 분들이 그렇게 책방에서 아이를 단속시키시거든요. 하지만 정말 조용히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물론 아이가 뛰어다니거나 온 힘을 다해 소리를 내지른다면 곤란하겠지만, 그런 경우만 아니면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으면 몰라도, 저희 책방은 대부분 저 혼자 있을 때가 많습니다.
제가 조용히 책을 읽고 있으니 순간적으로 조용히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저절로 소곤소곤 말 소리를 낮추는 손님 분들의 그 마음은 감사하지만, 저는 아이가 천진하게 저희 책방을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게 더욱 좋답니다.
한 마디를 더 덧붙이자면, 아이에게 책을 어떻게 보면 좋을지 설명 해주시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행동으로 보여 주셔도 되고, 아이가 관심을 갖는 책이 있다면 함께 봐주세요. 새 책을 소중히, 조심스럽게 탐색하는 법을 알려주세요. 소곤소곤 말고 아이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해주세요. 비행하는 법을 차근차근 알려주고, 먹이를 어디서 어떻게 구하여 먹는지 어린 새에게 직접 시범을 보이며 가르치는 부모 새처럼. 그런 부모님들도 저희 서점에 종종 오십니다.
스스로 책을 사랑해서 책방에 아이와 함께 온 부모님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책을 관심 있게 골라보며, 아이가 자유롭게 책방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을 줍니다. 이 작은 책방은 모든 공간이 한 눈에 들어오니 아이를 잃어버릴 염려가 없어요.
그리고 저희 책방은 위쪽에는 대체로 성인들이 읽는 책, 아래쪽에 아이들이 있는 책을 비치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한 공간에서 책을 고르는 것이 가능합니다. 대형 서점이나 도서관과는 다른 우리 작은 책방의 장점이죠. 아이는 나름대로 어떤 책을 고릅니다.
저는 그런 장면을 볼 때 감동합니다. 아이가 직접 고른 책을 부모님이 선뜻 사줄 때도 감동하지만, 부모님이 '엄마(혹은 아빠) 책도 하나 고를게. 잠깐 보고 있어' 하고 아이에게 다정하게 말할 때 더욱 감동합니다. 아이는 당연한 듯 자리에 앉아 자신이 고른 책을 가만히 펼쳐볼 때, 그 장면에 영원히 머무르고만 싶습니다.
그 아이가 우리 책 업계의 미래를 밝혀 줄 하나의 등불처럼 느껴집니다. 그 아이가 성장하는 시간 안에 우리 책방이 있다는 사실에, 그 아이가 우리 책방에서 자신의 취향 한 조각을 발견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용히 벅차오르곤 합니다.
많은 부모가 자신은 책에 관심이 없을지라도 아이 만큼은 자발적으로 책을 읽는 아이로 자라길 바랍니다. 저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그리고 책방지기로서,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아이들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동네 책방에서 아이와 함께 정답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안해림 바다숲 책방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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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인느 바다숲책방 책방지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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