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틱 스위밍 변재준·김지혜의 바람 "정식 국가대표 되었으면"
[박장식 기자]
▲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을 마치고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아티스틱 스위밍 변재준-김지혜 듀오. |
ⓒ 박장식 |
'혼성 선수 1호'로 대한민국 아티스틱 스위밍의 역사를 쓰고 있는 변재준과 김지혜 듀오가 생애 첫 세계선수권 무대를 마쳤다. 변재준·김지혜(경희대)는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탑 텐'에 진입하며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의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변재준·김지혜 듀오는 22일 오전 일본 후쿠오카 마린 멧세 A홀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스위밍 혼성 듀엣 프리 결승전에서 10위를 기록했다. 예상보다 많은 베이스 마크(최저점)에 당황하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두 선수는 한국 첫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자신들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 후 꺼낸 이야기는 뜻밖이었다. 세계선수권에 출전했지만 두 선수는 '파견대상'일 뿐 국가대표가 아니라는 것. 두 선수는 "경험이라고 하기에 세계선수권은 너무나도 큰 대회"라며 "선수촌에서 훈련도 하고, 월드컵 출전 등을 하기 위해서 국가대표로 승인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작심발언을 했다.
석연치 않은 베이스 마크 4개에도 두 번째 '탑 텐' 지켰다
지난 21일 오전 열린 예선에서 11위로 '문을 닫고' 들어간 두 선수. 변재준 선수의 예상치 않은 부상을 딛고 예선에서 멋진 활약을 펼친 선수들은 결승 무대에서 더욱 나은 연기를 펼칠 것을 약속했다. 변재준과 김지혜는 다음 날 같은 시간 열린 결승 무대에서 네 번째 순서로 경기를 시작했다.
지난 예선에서의 실수가 보완된 선수들이었다. 두 선수는 초반 아크로-페어 동작과 하이브리드 동작을 안정적으로 수행했다. 특히 지난 예선에서도 좋았던 초반 페이스를 그대로 이어가며 자신들의 연기력을 뽐냈다. 선수들은 이어지는 중반 루틴에서도 지난 예선에서보다 더욱 힘 있는 연기를 펼쳤다.
마지막까지 하이브리드 루틴과 아크로-페어 루틴을 이어가며 완성도가 높아진 연기를 펼쳤다. 특히 지난 예선에서는 약간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졌던 수정된 일부 동작들 역시 결선에서는 맞는 모습으로 바뀐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연기를 끝낸 선수들은 동료 선수와 관중들의 박수 속에 물 밖으로 나왔다.
선수들의 최종 점수는 구성 점수 44.2042점과 예술 점수 80.95점을 합친 125.1542점. 지난 예선 때와 큰 차이가 없는 점수였다.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음에도, 하이브리드 루틴에서 나온 베이스 마크 판정이 네 개나 달했다. 석연치 않은 판정이었다. 지난 예선보다도 완성도가 더욱 높아진 연기를 펼쳤기에 더욱 그랬다.
김지혜와 변재준 역시 예선 때보다 더욱 나은 경기력을 펼쳤다고 스스로 확신했기에 더욱 아쉬웠을 터. 하지만 두 선수는 태국·카자흐스탄 등에 이은 10위의 최종 점수를 기록하며 테크니컬에 이어 두 번째 '탑 텐' 진입에 성공해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1호' 혼성 듀엣의 새 역사를 써내려 간 셈이었다.
▲ 연기 펼치는 변재준-김지혜 '변재준-김지혜'가 21일 오전 일본 후쿠오카 마린 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스위밍혼성 듀엣 프리 예선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
ⓒ 연합뉴스 |
변재준 선수는 자신의 첫 세계선수권의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정말 힘들었긴 했다"며 대회를 복기했다. 변재준은 "한편으로는 쫄깃한 이 긴장감이 그렇게 나쁜 긴장감같지는 않았고, 인생에 있어 좋은 경험을 얻었다"며 첫 세계선수권 소감 역시 전했다.
특히 변재준 선수는 어깨 부상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냐고 묻자 "부상이 다시 도졌을 때 경기를 피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긴 했다"면서도, "단 한 번 남았으니, 끝까지 참고 결승만 찍고 가자는 생각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그 덕분에 이런 의미 있는 경험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김지혜 선수 역시 "채점 기준이 바뀐 이후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이라 더욱 긴장되었다"면서도, "이번 대회가 기술이나 채점 부분에 대해서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며 세계선수권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특히 김지혜 선수는 2019년 광주 대회에서 단체전의 막내 선수이기도 했다. 여럿이 나갔던 세계선수권, 그리고 친구와 함께 나간 세계선수권의 의미도 다를 터. 김지혜는 "첫 번째 때는 단체경기여서 의지되는 면이 컸다"면서도, "이번에는 둘 뿐이니, 더욱 잘 하고자 하는 마음이 훨씬 커서 긴장도 꽤 되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다만 김지혜 선수는 "마지막 경기인 프리 결승에서의 점수가 아쉬웠다"는 말을 꺼냈다. 김지혜는 "싱크로나이즈드 부분이 예선 때는 합이 잘 안 맞아서 깎일 만했다고 생각하지만, 오늘은 싱크로 에러를 최대한 줄였다"면서도, "예선 때보다도 전체적으로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베이스 마크를 많이 받았다"며 아쉬워했다.
변재준 선수는 의연해 했다. "사실 베이스 마크를 프리 예선 때는 덜 주더니 결승 때 준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느님께서 첫 대회라고 해서 너무 점수가 잘 나오면 안 되니, 교만해지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이라고 받아들이려 한다"고 말했다.
아직 '파견대상' 선수들 "정식 국가대표 되고 싶어"
22일은 아티스틱 스위밍의 경기 마지막 날이었다. 선수들의 경기 이후에는 갈라쇼 순서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변재준과 김지혜 선수는 갈라쇼에 초대받지 못했다. 변재준 선수는 "갈라쇼 무대에 특히 자신감이 있다"면서, "갈라쇼를 꼭 뛰고 싶었는데 아쉽게 되었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갈라쇼에 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국가대표가 아닌 종목 육성을 위한 파견 대상으로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쉬운 것은 갈라쇼 출전 불발 뿐만이 아니다. 변재준·김지혜 듀오는 세계선수권 이후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것 역시 쉽지가 않다.
국내에 혼성 듀엣은 커녕, 다른 남성 선수가 없기 때문에 출전 선수가 한 명, 한 팀뿐인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지 못하고, 그에 따라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두 선수의 설명이다. 남성 선수가 뛸 자리가 더욱 많아지고 있는 세계 아티스틱 스위밍의 흐름과 비교하면, '개척자' 노릇을 하는 두 선수의 위치에 아쉬운 점이 많다.
김지혜 선수는 "사실 경험이라고 하기에는 세계선수권은 너무 큰 대회이고, 2년마다 한 번만 태극마크를 다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다"면서, "앞으로 월드컵과 같은 대회에서 더욱 활약하고, 그를 바탕으로 더욱 큰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정식으로 국가대표 승인이 되기를 원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런 만큼 두 선수의 후쿠오카 대회 출전은 끝났지만, 변재준과 김지혜의 꿈은 크다. 변재준은 "이번 세계선수권 준비 기간이 짧아 부족한 점도 있었다"면서, "다음 세계선수권에 나갈 때는 길게 시간을 두고 연습하면서 준비하고 싶다. 특히 이렇게 한 번 대회를 나가봤으니, 불안한 감정이나 연습이 덜 된 부분이 없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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