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탄핵 기각…국민의힘 "野, 탄핵병 죗값 치러야" 민주 "정부 책임 여전"
김기현 "참사, 정쟁 악용한 처사 근절해야"
유상범 "행안부 손발 묶은건 바로 민주당"
박용진 "후안무치…위기대기 정부 만들어"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문제로 탄핵심판대에 오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가 기각되면서 여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반(反)헌법적 탄핵소추로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를 해체시킨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사태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번 기각 결정이 정부의 위기부실 대응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감사원이 즉각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헌법재판소가 이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한 것에 대해 "국회 논의 단계부터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었으니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그는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거대 야당의 일방적 횡포라는 판결을 선고했다"며 "경찰의 수사와 국정조사 등으로 진실규명을 한 결과, 탄핵사유에 해당할 만한 위법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거대 야당이 오로지 당리당략을 위한 수단으로 국민적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은 악행에 대하여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며 "탄핵소추 같은 마약에 중독된 채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고 고통 받는 이들의 분노를 교묘히 증폭시켜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뒷골목 정치'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앞서 헌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 탄핵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탄핵안이 기각되면서 이 장관은 즉시 업무에 복귀한다.
헌재는 "이 장관의 사후 재난대응은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일부 사후 발언은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면서도 "법 위반행위가 중대해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헌재는 "이태원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하고 확대된 것이 아니다"며 "종래 재난안전법령상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관리 및 매뉴얼의 명확한 근거규정이 마련되지 않았고 각 정부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역량을 기르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난상황에서의 행동요령 등에 관한 충분한 홍보나 교육, 안내가 부족했던 점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규범적 측면에서 그 책임을 피청구인에게 돌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269일,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때로부터는 167일 만에 나왔다.
기각 결정이 나오자마자 여야는 각자 다른 의견들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그는 "민주당은 반(反)헌법적 탄핵소추로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를 해체시키고 그로 인해 엄청난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하여,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참사를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해 고통을 가중시키는 이러한 처사를 차제에 근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즉각 논평을 내고 "'탄핵의 이유가 없다'라는 이 당연한 결정을 받아내는데 이리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난 2월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무려 6개월 가까이 걸렸다"며 "국민 피해만 가중시킨 민주당의 습관적 '탄핵병', 이제는 국민 심판으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주무장관이 사퇴를 해야 한다면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라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있었는가.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국토부 장관이 물러났는가"라고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또 "특히 행안부 장관의 장기 공백은 이번 수해 피해와 같은 재해와 재난을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행안부 본연의 업무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며 "재난안전 주무부처인 행안부의 손발을 묶어 정작 재난 상황에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게 만든 것은 바로 민주당이다. 이제 민주당이 책임져야 할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이번 기각 결정이 이 장관이나 윤 대통령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법의 영역, 정치의 영역, 윤리의 영역은 각각 다른 것이고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정권의 책임은 온전히 남아있다"며 "정권의 후안무치가 재난위기와 각종 사회적 참사에 대응이 아니라 대기만 하고 앉아있는 '위기대기 정부'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태원 참사와 최근의 오송 참사까지, 이상민 장관의 탄핵은 책임지지 않는 '구경꾼 정부'의 난맥상을 표면에 드러낸 일"이라며 "특히 참사의 책임을 일선 경찰관과 소방관에게 전가하는 듯한 태도는 책임을 지는 정무직 장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태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박 의원은 감사원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박 의원은 "감사원은 연말로 미룰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이태원 참사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감사를 통해 이상민 장관의 책임과 재난대응시스템의 미비를 적극적으로 추궁해야 한다. 감사원 감사가 대통령 학교 후배 봐주기로 끝나선 안 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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