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주 완벽 김하성, 추신수도 넘는다
추신수(41·SSG 랜더스)도 뛰어넘을 기세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8)이 한국인 최고 성적을 향해 가고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MLB) 최고의 선수는 단연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다. 투수와 타자로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 아메리칸리그 MVP가 유력하다. 내셔널리그 MVP 1순위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다. 호타준족인 아쿠냐는 타율 0.332, 23홈런 46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3할 타율에 30홈런-30도루도 무난하게 달성할 전망이다.
세이버메트릭스(야구를 수학, 통계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로 봐도 둘은 압도적이다. 공수주 기록을 망라한 기록인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 25일 베이스볼레퍼런스 기준)에서 1위(6.8), 2위(5.1)다. 대체선수(리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선수)와 비교해 팀에 각각 7승과 5승 정도를 더해줬다는 의미다.
둘 다음으로 순위가 높은 선수가 김하성이다. 5.1로 3위다. 이 추세라면 한국인 선수 최고 WAR 기록도 무난하다. 종전 기록은 2010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뛴 추신수가 작성한 5.9다. 투수 중에선 2019년 LA 다저스에서 류현진이 기록한 5.1이 최고 기록이다. 올해 성적만 보면 김하성이 최고의 '코리안 메이저리거'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김하성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주루면 주루까지 못하는 게 없다. MLB 진출 이후 강속구 공략에 어려움을 겪어 장타가 줄었지만, 그 약점마저 보완했다. 이미 지난해 홈런숫자(11개)를 벌써 넘어섰다. 25일(한국시간)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경기에선 선배 강정호가 괸중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시즌 13, 14호 홈런을 연달아 때려냈다. MLB 입성 후 한 경기에서 홈런 2개를 친 건 처음이다.
주자로서 능력도 뛰어나다. 도루 18개(MLB 전체 21위)를 했고, 실패는 4개뿐이다. 추신수 이후 끊어졌던 한국인 20홈런-20도루 계보를 이을 수 있다. 홈에서 1루까지 달리는 시간(4.32초, 36위), 스프린트 스피드(초당 8.7m, 32위)도 리그 정상급이다.
가장 돋보이는 건 역시 수비다. 뛰어난 반사신경과 강한 어깨, 부드러운 볼 핸들링까지 완벽에 가깝다. 1경기에 두 세 번은 멋진 수비를 펼쳐 투수들의 미소를 자아낸다. 샌디에이고 팬들은 김하성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어썸 킴(Awesome Kim)'을 연호한다.
수비로 실점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나타낸 기록인 DRS(디펜시브 런 세이브)는 17점으로 전체 1위다. DRS는 어려운 타구를 잡을 수록 점수가 올라가고, 쉬운 타구를 놓치면 많이 내려간다. 김하성이 실수 없이, 호수비를 많이 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아쉽게 골드글러브(수비로 평가하는 상)를 놓쳤지만, 이번엔 2루수 부문 수상을 예약했다.
샌디에이고는 2021년 경쟁입찰을 통해 김하성을 영입했다. 4년 보장금액은 3000만달러(바이아웃 포함·약 384억원). 키움에 지급한 이적료(552만5000달러·71억원)를 포함하면 455억원을 썼다. 보통 MLB에선 WAR 1당 700만~800만달러 가치가 있다고 본다. 지난 세 시즌 WAR 합계(13.7)를 감안하면 김하성은 이미 몸값의 4배 정도 활약을 펼쳤다. 샌디에이고 입장에선 '남는 장사'다.
하지만 고민의 시간이 다가왔다. 김하성이 FA(프리에이전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4+1년' 계약을 맺었다. 2025년은 상호 동의 옵션 계약이다. 현재 절정의 기량을 뽐내는 김하성으로선 FA가 되는 게 이득이다. 샌디에이고 입장에선 2024시즌 종료 전 연장 계약을 맺거나, 풀어주는 수밖에 없다.
샌디에이고는 연봉총액 3위의 부자 구단이다. 하지만 여유는 없다. 장기계약을 맺은 고액연봉자가 많기 때문이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034년), 매니 마차도(2033년), 잰더 보가츠(2033년), 다르빗슈 유(2028년), 조 머스그로브(2027년)를 묶느라 거액을 썼다. 마무리 조시 헤이더는 FA가 되고, 후안 소토와 제이크 크로넨워스도 장기계약을 고려해야 한다. 김하성이 잘 할 수록 고민이 커진다.
FA로 풀린다면 김하성의 몸값은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젊은 데다 2루수, 3루수, 유격수까지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신수(7년 1억3000만달러)에 이어 한국 선수 두 번째 총액 1억 달러대 계약도 꿈이 아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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