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승절 열병식'에 中 불렀다…"국경 개방 시간문제"
봉쇄령 이후 외부인사 '단체 방북' 처음
"개방 시간문제…시기 특정하긴 이르다"
북한이 전승절 행사에 중국 대표단을 전격 초청하면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넘게 꽁꽁 틀어막은 국경을 개방할지 주목된다. 한미일 북핵 대표들은 유선 협의를 통해 북한의 무력 도발을 규탄하면서, 전승절 동향에 주목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2020년 상반기 국경을 봉쇄한 뒤 외국 인사의 북한 입국 여부를 공식 확인한 것은 올해 3월 왕야쥔 신임 주북 중국대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한 내부 정치행사에 중국 대표단이 방북한 사례로는 2018년 9·9절이 있었고, 당시에는 리잔수 상무위원장이 방북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 당국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국 대표단을 초청한 사실을 발표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인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당 및 정부 대표단은 26일 방북할 예정이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우리 '국회 부의장' 격에 해당한다. 이들 대표단은 북한이 오는 27일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에 대한 북한식 표현)' 70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과 중국 대표단 간 만남도 점쳐진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 인사가 단체로 방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을 봉쇄한 뒤 이달 들어서야 '마스크 의무'를 해제했다. 지난 겨울부터 중국과 무역을 서서히 재개하면서도 인적 교류는 철저히 단속했다. 국제행사에도 평양에서 인사를 파견하는 대신 해외 주재 인원을 대신 참석시켰다.
'中 대표단 방북' 개방 신호?…'밀월 과시' 측면도
중국 대표단 방북이 국경을 여는 '개방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에 있는 북한 사람들도 계속 귀국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여러모로 봉쇄 조치는 한계에 부딪힌 것 같다"며 "(이번 중국 대표단 초청을 계기로) 고려항공 운행 및 북중 기차편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고위급 교류를 재개하는 선에서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북중관계가 매우 우호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과시하려는 측면이 있다"며 "북한의 필요와 이해관계에 따라 선별적으로 봉쇄를 해제할 것인지, 전면 개방을 시작할 것인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단 '국경 개방' 여부를 제쳐놓더라도, 전승절을 계기로 중국과의 고위급 교류 재개를 알린 점도 주목할 포인트다. 열병식에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북한의 전략무기가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핵 개발에 대한 중국의 '용인' 내지는 '묵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 등) 방역을 전반적으로 완화하는 조치가 있었고, 북한이 국제행사에 참여하고자 준비하는 동향이 있는 만큼 국경 개방은 시간문제로 보인다"며 "다만 이번 행사를 계기로 국경을 개방할지 말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아직 이른 감이 있다. 개방 시점을 현 단계에서 예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미일, 北 동향 주목…"中, 건설적 역할 맡아야"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는 이날 3자 유선 협의를 갖고, 중국 대표단의 방북을 비롯한 북한의 전승절 동향에 대해 논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성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북핵수석대표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전승절 행사와 전날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도발에 대한 대응방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아울러 북한이 전날 밤 '취약 시간대'를 노려 감행한 도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행태를 규탄했다. 특히 한미일 3국은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및 도발 자제를 위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해온 만큼 이번 협의에서도 중국 대표단의 방북을 놓고 평가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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