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獨 추격하던 현대차, 정의선 시대엔 전기차로 앞선다

정진주 2023. 7. 2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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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퍼스트 무버’로 전용 플랫폼 선제적 개발해 점유율 확대
日‧獨, 내연기관차 헤리티지 과신으로 전기차 대응 늦어 하락
현대자동차·기아 양재 본사. ⓒ현대차그룹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굳건하던 자동차 업계 위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약 100년간 내연기관차 시대를 지배한 강자들을 뒤쫓던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시대를 맞아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부상하고 있다.

25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총승용차 판매 점유율에서 일본,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현대차그룹과 테슬라, 중국 업체들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전세계 전기차 판매는 2019년까지 전체 자동차 시장의 0~2% 수준에 머물러있었지만 2020년부터 2배 이상 성장하면서 지난해 13%까지 비중이 확대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중국과 유럽은 이미 20~30% 수준으로 대중화 단계이며 전세계 시장도 대중화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향후 차량 가격 하락, 출시 모델 증가, 기술 진보, 정부 정책 지원 등으로 대중화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 확대는 자동차 업계 경쟁력 요소의 변화도 야기한다. 내연기관차는 기계동역학이 핵심 기술이었지만 전기차는 IT기기에 가까워지면서 정보통신기술(ICT)·소프트웨어 중심이다. 기본적인 시스템 구조가 달라 기존 기술과 전략으로는 시장 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자동차 업체의 전기차 대응 속도에 따른 입지 변화도 벌써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기차 판매를 잘하는 기업일수록 전체 시장에서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비중이 높은 중국 시장을 제외한 전세계 전기차 판매 점유율과 총자동차 판매 점유율이 대체로 같은 양상을 띤다.

전세계 총승용차 판매 점유율(왼)과 전세계 전기차 판매 점유율. ⓒKB경영연구소 보고서 캡처

2021년, 2022년 전세계 전기차 판매 점유율을 비교해보면 ▲지리자동차(3.8%→6.1%) ▲테슬라(18.6%→20.5%) ▲현대차그룹(10.6%→11.9%) 순으로 상승한 반면 ▲폭스바겐(18.1%→14.3%) ▲닛산(8.7%→7.6%) ▲BMW(8.2%→8.1%)는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세계 총승용차 판매 점유율에서도 ▲테슬라(1.1%→1.7%) ▲현대차그룹(8.2%→8.5%) ▲지리자동차(1.6%→1.8%)는 올라갔지만 ▲폭스바겐(10.9%→10.2%) ▲닛산(5.0%→4.0%) ▲BMW(3.1%→3.0%)로 내려갔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전세계 총승용차 판매 점유율 추이를 봐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해당 기간에 현대차그룹, 테슬라,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졌지만, 세계 1, 2위인 토요타는 횡보하고 폭스바겐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통적 강자들이 주춤하는 동안 전기차를 앞세운 후발주자들이 약진하는 모습이다.

특히 업력에 비해 빠른 속도로 세계 톱3에 진입한 현대차그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전세계 총자동차 점유율에서 2019년에 GM(8.6%) 다음으로 4위였던 현대차그룹(8.0%)은 2021년에 8.2%로 GM(7.8%)을 제쳤다. 지난해엔 GM은 7.4%, 현대차그룹은 8.5%로 그 차이를 더 벌렸다.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모델들은 유럽·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판매가 급증하며 디자인, 성능 등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점유율은 미국 2위(9.0%), 유럽 4위(10.0%)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의 선전 요인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퍼스트 무버’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의 강력한 추진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도입한 덕분에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유리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시간과 비용, 시장 수용성 측면에서 우려가 컸다. 하지만 정 회장은 E-GMP 개발을 강행했다. 그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자처하면서 엔지니어들과 권역 책임자들을 독려하고 직접 개발 과정을 점검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불확실성에 대한 과감한 결단력은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추격자)’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가 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며 “전기차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 시장과 산업을 리드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개선하고 변화하자”는 각오에서 나왔다.

특히 타 업체들이 시도하지 않는 신기술로 현대차그룹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정 회장의 주문에 현대차그룹은 차량 외부로도 자유롭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과 18분 만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초급속 충전 시스템’을 탑재했다. 경쟁사들은 비용 부담 등으로 주저했던 고사양 장치들을 대거 적용했다.

아이오닉 5(왼)와 EV6. ⓒ현대차그룹

이렇게 전기차 시장에서 리더십을 가지려면 글로벌 고성능, 고급차 브랜드를 뛰어넘는 전용 플랫폼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정 회장의 신념은 ‘게임 체인저’로 평가되는 아이오닉 5와 EV6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해당 모델들은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아이오닉5는 판매 7위, EV6는 10위에 오르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고르게 호조세를 이어나가고 있어 시장 지배력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일본과 독일 업체들이 내연기관차 시대에서 공고하게 다져온 헤리티지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하이브리드차에 과도하게 의존해 순수배터리전기차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에 가까워 전기차와 근본적 시스템이 달라 전기차 전환에 늦었다는 시각이다.

독일 업체들은 2015년부터 전기차 전환 추진에 나섰다. 하지만 전기차 플랫폼의 전비, 소프트웨어 오류 등 문제를 과거 내연기관차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으로 타개하려는 전략이 주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일본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위해 이퓨얼 연료로 내연기관차 헤게모니를 연장하려고 시도했지만 가격, 효율 등 한계점이 많아 현실성이 떨어진다.

또 양국 모두 소프트웨어 인력 인프라가 경쟁국들보다 약해 관련 기술 역량이 부족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 업계에서는 전세계 자동차시장 80%를 차지하는 중국·미국·유럽에서 전기차 확산 속도가 빨라 전기차 후발주자의 추격은 어려워 일본과 독일의 총자동차 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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