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뉴욕 타임스의 '좋아요'‥정말 좋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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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하는 기분으로 7월 초에 일본 홋카이도를 처음으로 찾았다.
모리오카는 올 초 뉴욕 타임스가 가볼 만한 52개 도시 중 런던에 이어 2위로 선정한 뒤 유명해졌다.
역시 뉴욕 타임스의 명성 때문일 텐데 포스터를 보며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과연 뉴욕타임스가 일본 지방 도시의 가치를 평가하고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도시라는 걸 인증해 줄 권한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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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하는 기분으로 7월 초에 일본 홋카이도를 처음으로 찾았다. 역시 온도가 낮아 한결 시원했다. 섬의 남쪽 끝 하코다테에서 머물다 고속전철로 도쿄에 가는 길에 모리오카라는 작은 도시에 하루 들렀다. 인구가 약 28만5000명인 모리오카는 이와테현의 현청 소재지며 도호쿠 지방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이다. 모리오카는 올 초 뉴욕 타임스가 가볼 만한 52개 도시 중 런던에 이어 2위로 선정한 뒤 유명해졌다. 선정 이후 관광객이 늘었다는 후속 보도도 이어졌다.
정작 도시에 머문 시간은 너무 짧아 기사 내용을 제대로 평가할 수는 없었다. 다만 작은 갤러리의 조각 전시에 참여한 한 작가의 글을 보았다. 뉴욕타임스에 모리오카를 소개한 일을 주민으로서 자랑스럽다고 썼다. 기차 안에 모리오카에 관한 뉴욕 타임스 기사를 다시 읽었다. 기사에서는 일본 여러 곳을 여행했지만, 이곳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며 볼 것이 많거나 맛있는 음식 때문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활기차고 건강한 도시라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내가 모리오카가 다른 지방 도시에 비해서 특별한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끼면서 기자의 정보망이 궁금해졌다. 도쿄에 사는 기자가 모리오카를 일부러 찾아 사흘 동안 취재해서 쓴 기사는 신뢰할 수 있지만, 노골적 ‘모리오카 찬양’은 취재 과정에서 정보를 어떻게 얻는지, 현지인 중 누구를 통한 것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도쿄역에 도착하니 뉴욕 타임스에 선정되었음을 알리는 모리오카 관광 홍보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외신에 언급된 것을 이렇게 대대적으로 홍보에 활용하는 모습이 적잖이 낯설었다. 역시 뉴욕 타임스의 명성 때문일 텐데 포스터를 보며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과연 뉴욕타임스가 일본 지방 도시의 가치를 평가하고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도시라는 걸 인증해 줄 권한이 있는 걸까. 그 기사가 과연 그럴 만한 내용이었을까.
세계적인 뉴스 매체 중 하나인 뉴욕 타임스의 명성과 권위는 이미 누구나 다 아는 바다. 무엇을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단순히 특정 국가의 특정 도시의 관광지로서의 인기만이 아니라 사안마다 세계적인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생각해보면 뉴욕 타임스도 수많은 매체 중 하나일 뿐이다. 미국, 나아가 영어권은 물론 다른 언어권의 매체 가운데도 못지않은 능력과 훌륭한 보도 윤리를 지키는 매체가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매체들보다 뉴욕 타임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 이유는 무얼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영어로 정보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다름 아닌, 세계 패권국, 초강대국 미국의 언론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18세기 이후 영국에서 시작, 미국으로 이어진 영어의 힘과 영향력 덕분에 20세기 후반 국제 공통어로 부상하면서 영어를 읽을 수 있는 각 국가의 언론과 소위 지식인들은 이 매체를 정보의 원천으로 사용해왔다.
그렇지만 이쯤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뉴욕 타임스가 보여주는 세상이 과연 다일까. 하나의 매체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수록 우리 시야는 좁아지고 있는 건 아닐까. 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한 정보 원천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편중된 매체 활용에 시민들이 더 다양한 정보의 원천을 요구할 필요도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뉴욕 타임스에서 선정된 것이라면 무조건 ‘좋아요’를 외치는 외신 사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도 의미 있다. 자, 주위를 둘러보자. 이의를 제기할 대상이 비단 모리오카만은 아니라는 걸 금방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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