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만나 팔자 핀' 한화오션‧KG 모빌리티
KG 모빌리티, 신차 스케줄 당기고 에디슨모터스 인수…해외시장 개척 속도
불과 몇 달 까지만 해도 처지가 암울했다. 국민 혈세를 지원받아 연명한다는 소리에 눈치가 보여 미래 투자도 위축됐고, 경쟁사들과 마찰이 생겨도 큰 소리를 내는 게 조심스러웠다. 단기간의 숫자에 집착하느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든든한 ‘뒷배’를 만났다. 위축되거나 조심스러워하거나 소심해하지 않고 당당하게 미래를 그려갈 힘이 생겼다. 얼마 전까지 대우조선해양과 쌍용자동차로 불리던 한화오션과 KG 모빌리티 얘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최근 사무직군 연봉을 기존 대비 평균 1000만원가량 인상하는 내용의 연봉개편안을 제시했다. 경쟁사들보다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임금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한화그룹은 전통적으로 각 계열사들이 영위하는 업종 내 최고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 왔다. 한화오션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경쟁사들보다 좋은 대우를 맞춰준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 14일 방위사업청의 울산급 배치(Batch)-Ⅲ 호위함 5·6번함 건조 사업에서 라이벌인 HD현대중공업을 제치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이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금액 자체보다 한화오션 출범 이후 방산 분야에서 적극적인 수주전을 벌여 승기를 잡았다는 상징성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한화오션은 그동안 HD현대가 2020년 9월 KDDX 개념 설계를 빼돌린 혐의로 유죄 판정을 받았다는 점을 적극 어필해 왔으며, 이번 수주전에서도 그 부분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화그룹 합류 이후, 과거 산은 관리체제 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자는 분위기가 그룹이나 한화오션 차원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의 차기 총수인 김동관 부회장도 한화오션에 적극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달 ‘국제해양방위사업전(MADEX) 2023’에 참석해 한화오션 정상화에 모든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많은 투자와 중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실제 한화오션은 최근 함정 건조 능력 확대를 위한 대규모 신규 시설 투자 검토에 돌입했다. 국내 최초로 수상함 2척 동시 건조가 가능한 실내 탑재 공장을 신축하고, 옥내 크레인으로는 국내 최대인 300t 규모 크레인 2기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함정 전용 다목적 조립공장 신축에도 나선다.
조선업계 화두인 친환경 사업에도 그룹 차원의 역량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기존 한화 계열사들의 LNG, 암모니아, 수소, 풍력 등 역량을 한화오션의 에너지 생산 설비, 운송 기술 분야와 결합해 그린 에너지 밸류 체인을 새롭게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20여년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며 눈칫밥을 먹던 쌍용자동차 역시 KG 그룹에 합류해 KG 모빌리티로 이름을 바꿔 달고 진취적인 모습으로 변모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히트작 토레스 이후를 이어갈 신차 스케줄이 구체화되지 않아 암울한 상황이었으나 8월 KG그룹으로 인수되며 상황이 급반전됐다.
곽재선 KG 모빌리티 회장은 지난 4월 비전테크데이에서 2025년까지 중형 SUV KR10, 전기 픽업트럭 O100, 대형 전기 SUV F100 등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2021년 렌더링으로 등장해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나 출시 시기가 불투명했던 KR10은 물론, 다양한 차종의 전기차들까지 내놓아 전동화 전환 시대에도 대응할 역량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한때 KG 모빌리티의 전신인 쌍용차 인수를 노리던 에디슨모터스를 역으로 인수해 전기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 라인업까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KG 모빌리티는 에디슨모터스의 최종 인수 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로, 향후 회생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채권자와 주주 등 관계인 집회에서 동의를 받으면 인수 작업이 마무리된다.
그동안 여러 기업들을 인수해 경영정상화를 이끌며 M&A 성공신화를 이룩해온 곽재선 회장은 KG 모빌리티 경영정상화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 회장은 KG모빌리티의 전신인 쌍용자동차 인수가 마무리된 지난해 9월 1일 회장으로 취임하며 자동차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후에도 수시로 KG모빌리티 평택공장으로 출근하며 현장을 점검하고 최고경영자이자 오너로서 경영적 판단이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토레스 유럽시장 론칭 행사에 곽 회장이 직접 참석해 유럽 딜러들에게 KG 모빌리티의 중장기 제품 개발 및 수출 전략을 설명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KG그룹 관계자는 “곽재선 회장이 KG 모빌리티 경영을 직접 챙기면서 과거 마힌드라를 대주주로 뒀던 쌍용차 시절 길게는 2~3개월씩 걸리던 의사결정이 지금은 즉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경영 정상화는 물론, 미래 모빌리티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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