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인권 축소하면 추락된 교권이 살아나는가

김용택 2023. 7. 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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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란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사람이 누릴 기본권

[김용택 기자]

 교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 김용택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교실에서 A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교권보호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학년 담임을 맡았던 A씨는 지난해 임용된 2년 차 교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 학급에서 학생끼리 다투는 사건이 있었는데, A씨에게 한 학부모가 찾아와 "교사 자격이 없다"며 항의를 했고 A씨는 동료 교사에게 '학교생활이 작년보다 10배 정도 힘들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소식을 듣고 "교권 강화를 위해 교육부 고시를 신속히 마련하고,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학생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며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되고 있다"면서 "시도 교육감들과 협의해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학생인권조례로 인하여 수업 중 잠자는 학생을 깨우는 것이 곤란하고, 학생 간 사소한 다툼 해결도 나서기 어려워지는 등 교사의 적극적 생활지도가 크게 위축됐다"고 했다.

민주주의란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이라는 가치를 기본 가치로 하는 사회다. 인권(人權)이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평등 등의 기본권'으로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이 침해되는 상황을 정의롭게 개선하려는 인간의 부단한 노력으로 형성되고 발전되어온 개념'이요,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누릴 당연한 권리다. 학생의 인권, 여성의 인권, 노인의 인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당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차별금지법도 아닌 조례로라도 침해받는 학생들의 인권을 살리자고 만든 게 학생 인권조례가 아닌가? 세계인권선언 제 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모든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에게 형제애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고 하고 우리 헌법 제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했다. 또 34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전문 130조 안에 국민의 기본권인 학생 인권을 축소해야 한다는 조항이 어디 있는가?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이 학교교육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생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헌법에 보장된 신체의 자유인 두발의 자유를 비롯해 용의 복장의 자유, 체벌 금지, 강제적 자율 학습과 보충 수업의 금지, 학생들의 쉴 권리를 보장하자는 사회적 요구가 2012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광주·전북·충남·제주·인천 등 6곳에서 시행 중이다.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할 당시만 해도 '학교는 감옥, 아이들은 죄수, 교사는 간수'라는 자조적인 탄식과 '아이들을 가둬놓고 오로지 학력 경쟁에 몰두하도록 채찍질하는 곳'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학교는 교육하는 곳이지 짐승을 훈련시키듯이 순치(馴致)시키는 곳이 아니다.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학교에서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사회화시키는 것은 교육이 해야할 기본적인 책무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 폐지론자들은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의 동성애와 성 문란을 조장하고, 학생의 권리만 보장해 교권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 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학생인권조례가 폐기 또는 축소되면 추락된 교권이 살아나는가?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교육의 3주체라고 한다. 교육은 교사 혼자서만 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오늘날 교실 현장을 보면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가 하면 수업 중 교실 바닥에 드러누워 수업을 방해하기도 한다. 극성 부모들 중에는 툭하면 교실을 찾아가 담임교사를 윽박지르고 법적 대응을 운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교실 붕괴, 교권 추락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인가? 교실 붕괴와 교권 추락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면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지 않는 11개 시·도에서는 교권이 존중받고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공부에 몰두하는가?

교권이 추락되고 교실이 붕괴된 원인은 학교가 교육을 팽개치고 입시 문제를 풀이하는 학원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적성과 능력에 맞게 선택권이 넓어지고 그에 맞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만들었지만 일반학교는 물론이요, 인재양성을 한다고 만든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자율고 등도 따지고 보면 일류 대학에 몇 명을 더 입학시키느냐 여부로 서열이 가려지고 있지 않은가?

사람의 가치까지 한 줄로 세우는 수학능력시험을 두고 헌법도 법률도 아닌 학생인권조례만 폐지하면 추락된 교권이 살아나는가? 윤 대통령은 물론 교육부 장관도 나는 '바담 풍'해도 너는 '바람 풍'하라는 억지는 부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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