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1% … '현대차 중국夢' 왜 깨졌나 [질문+]

윤정희 기자 2023. 7. 2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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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다시 열린 중국시장과 현대차➊
중국 정부 신에너지차 정책
해외 브랜드 경쟁력 악화해
현대차, 점유율 1%대 하락
중국 시장 경쟁력 되찾을까

'중국에서 멈춘 K-공장' '중국 시장 점유율 급추락' '중국몽 실패로 돌아갈까' '판매 부진 못 견디고 중국서 철수하나'… 지난 몇년간 언론을 장식한 굴욕적인 제목의 주인공은 우리나라 대표 완성차기업인 현대차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이끄는 리딩기업 중 한곳인 이 회사가 유독 중국 시장에서 맥을 못 췄던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차엔 과연 반전의 가능성이 남아 있을까.

현대차는 2002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기 오랫동안 '대한민국 1등' 자리를 지켜온 회사가 있다. 국내 최대 완성차기업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49.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대세로 떠오른 전기차 시장으로 범위를 좁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22년 기준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총 16만2987대였는데, 이중 43.2%(7만372대)가 현대차의 모델이었다. 내연기관차가 됐든 전기차가 됐든 우리나라 운전자 10명 중 적어도 4~5명은 현대차의 차를 타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대차의 시장지배력이 좀처럼 통하지 않는 곳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이다. 2022년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27만3000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이는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2686만대)의 1%에 불과한 수치다. 지난해 현대차의 미국(5.3%)ㆍ유럽(4.6%) 시장점유율과 비교해도 유달리 초라한 성적표다.

현대차가 처음부터 중국 시장에서 고전했던 건 아니다. 현대차는 2002년 EF쏘나타(현지 모델명 밍위)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6년 만인 2008년에 누적 판매량 100만대 고지를 밟았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4년 연속 연간 판매량 100만대 이상을 달성했다.

가파른 상승세가 꺾인 건 2017년,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한 건 2019년이었는데 그 배경엔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과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도시 봉쇄 조치가 있었다. 대외 변수가 현대차에 악재로 작용한 거다.

하지만 대외 요인만으로 현대차의 부진을 모두 설명할 순 없다. 중국 자동차 업계에선 "현대차가 변화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했던 게 패착"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의 내부전략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건데, 그 중심엔 '전기차'가 있다.

현대차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주류로 떠오른 전기차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내연기관차 중심의 사업 플랜을 고수했기 때문이었다. 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선 중국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바꾼 '신에너지차(NEVㆍNew Energy Vehicle) 체제'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지금부터 중국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짚어보며 그 내용을 살펴보자.

■ 신에너지차 체제 이전 = 신에너지차 체제가 등장하기 이전 중국 자동차 시장을 지배한 건 해외 완성차기업이었다. 이들이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밑바탕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외자 유치가 있었다.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에 막대한 지원금을 제공하자 다국적 자동차 기업들은 물론 부품 제조사까지 중국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이는 자본과 기술이 중국에 집결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덕분에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급속한 발전을 꾀하는 데 성공했다.

언뜻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이 효과를 보인 듯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자체적인 기술과 노하우가 부족했던 중국업체들은 해외 브랜드의 생산 품질을 따라잡지 못했다. 당시 중국 로컬 기업들이 '저가형 모델'에 집중했던 배경엔 이런 이유가 깔려 있었다.

■ 신에너지차 체제 등장 =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다. 그해 중국 정부는 국가적 차원의 IT 융합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7대 신흥전략사업'을 선정했고, 여기에 전기차ㆍ하이브리드차ㆍ수소연료전지차 중심의 신에너지차 산업을 포함했다.

3~5년 내에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차를 널리 보급하고, 10년간 전기차 연구ㆍ개발(R&D)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게 골자였다. 주요국이 선점한 기존 내연기관차 시장 대신 새로운 영역에서 자국 기업을 적극 육성해 자동차 산업의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이었다.

그 일환으로 2010년 8월 중국 정부는 16개 국영 회사에 3년간 150억 달러를 투자해 신에너지차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앞장서자 민간의 신에너지차 투자 건수와 금액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13년 6억2000만 위안이었던 중국 내 신에너지차 투자 규모는 2015년 71억5000만 위안, 2017년 451억 위안으로 4년 새 70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베팅은 성공적이었다. 신에너지차 산업에 돈이 몰리면서 시장도 급성장했다.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2013년 1만8000대→2015년 33만1000대→2017년 77만7000대로 4년간 40배 넘게 뛰었다.

■ 신에너지차 체제 이후 = 2010년 7대 신흥전략사업을 기점으로 중국 '토종' 완성차기업들은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2018년 125만대를 돌파한 중국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2022년 688만7000대로 가파르게 늘어났는데, 그해 연말 신에너지차 판매 1~10위 중 9곳을 BYD, 아이안광치, 너자, 리샹, 샤오펑 등 중국 로컬 기업이 차지했다. 해외 브랜드는 테슬라 한곳뿐이었다.

중국 토종 브랜드가 약진하면서 중국 완성차기업들의 내수 점유율도 2018년 24.1%에서 2022년 49.9%로 25.8%포인트 커졌다.

신에너지차 시장의 발전은 중국 토종 완성차기업들의 성장을 불러왔다.[사진=연합뉴스] 

이렇듯 중국 로컬 기업들이 신에너지차를 앞세워 점유율을 키우는 사이 내연기관차에 집중했던 해외 브랜드의 입지는 좁아졌다. 일례로, 2015년 15.0%였던 미국 브랜드 제널모터스(GM)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20 22년 9.8%를 기록하며 2004년 이후 19년 만에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물론 현대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관건은 중국 기업들의 신에너지차 공세에 직면한 현대차에 반등의 여지가 있느냐다. 이 질문의 답은 다시 열린 중국시장과 현대차 두번째 편에서 찾아보겠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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