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입국 차단' 텍사스, 철조망 박은 수중장벽 강행… 美법무부 소송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멕시코와의 사이에 있는 리오그란데 강에 밀입국자 방지용 수중 장벽을 설치한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4일(현지시간)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이날 오스틴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텍사스주가 연방정부 승인 없이 리오그란데 강에 부표를 연결해 부유식 장벽을 건설한 행위는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 정부가 설치한 장벽을 철거하도록 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바니타 굽타 법무부 부차관은 "연방정부 승인 없이 강에 장벽 설치를 강행한 것은 연방법(하천·항만법) 위반"이라면서 "이 부유식 장벽은 항해와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되고 인도주의적 우려가 있으며 미국의 외교 정책을 훼손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이날 텍사스의 수중 장벽 설치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압둘라 하산 백악관 대변인은 "애벗 주지사의 위험하고 불법적인 행동은 미국 국경순찰대 요원들이 국경 보안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주지사의 행동은 잔인하고, 이민자와 국경순찰 요원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애벗 주지사는 "이 모든 것은 바이든이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방어해야 할 헌법상의 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에 일어났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텍사스주에 수중 장벽을 설치하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애벗 주지사가 이를 묵살하면서 결국 이 문제는 법정까지 가게 됐다.
NYT에 따르면 텍사스주는 지난 8일부터 텍사스주 남부 리오그란데 강 연안에 있는 국경도시 이글패스 강둑에 1000피트(약 304.8m) 길이로 부표를 연결해 수중 장벽을 설치했다.
CNN은 리오그란데 강 경비대 군의관이 주(州) 공공안전부에 보낸 이메일을 인용해 "부표에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철조망이 달려 있으며 밀입국자들이 철조망에 긁혀 심한 상처를 입는다"고 전했다.
한 밀입국자 남성은 부표에 달린 철조망에 걸린 자녀를 구조하려다 다리에 심한 열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대 군의관은 "우리(텍사스 주)가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선을 넘었다"며 "철조망은 제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입국자뿐 아니라 국경 경비대원도 철조망 때문에 임무 수행 중 부상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벽이 멕시코와 미국의 국제 공동 수역에 설치됐음에도 국제 수역관리 위원회 등에 신고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멕시코 외교부는 이 장벽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시설물 철거 등의 조처를 요구하는 외교 문서를 최근 미국 정부에 보냈다.
텍사스주는 2021년 3월부터 '론스타 작전'이란 이름으로 수천 명의 주 방위군 병사와 공공안전부(DPS) 소속 경비대를 국경에 배치해 밀입국자를 단속하고 있다. 올해 5월부터는 코로나 19 종식 후 밀입국자 증가가 예상된다며 경비대 규모를 늘렸다. 텍사스주에 따르면 론스타 작전 개시 이래 지금까지 불법 이민자 39만4200명이 체포된 것으로 추산된다.
바이든 정부는 과거에도 국경 문제로 텍사스주를 고소한 적이 있다. 2021년에도 애벗 주지사는 코로나 19 방역을 이유로 멕시코에서 텍사스주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을 주 방위군을 동원해 막다가 법무부에 고소당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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