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감소 큰 불황형 성장' 하반기도 영향권..1.4% 성장률 장담 못한다(종합)

문제원 2023. 7. 2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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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실질 GDP 0.6%↑…연속 성장세
소비, 투자 안좋은 가운데 순수출 개선
수출보다 수입 더 줄어든 '불황형 성장'
하반기 중국 부진, 물가상승 리스크 여전

올해 2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플러스다. 하지만 민간·정부의 소비와 투자가 모두 감소한 상황에서,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 나타난 '불황형 성장'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경기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도 최근 주춤하고 있어 하반기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분기 연속 성장했지만… '수출·민간소비' 모두 감소

한국은행은 지난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속보치·전분기 대비)이 0.6%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분기별 실질 GDP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0.7%, 2분기 0.8%, 3분기 0.2%로 플러스를 기록한 뒤 수출 급감으로 지난해 4분기 -0.3%로 마이너스 전환했지만, 올해 들어선 1분기(0.3%)에 이어 2분기까지 연속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앞서 한은은 올해 상반기 0.8%, 하반기 1.8% 성장해 연간 성장률이 1.4%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상반기(1~2분기)까지만 보면 0.9% 성장해 한은 전망을 살짝 넘는 실적을 냈다. 한은은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하반기 들어 반도체 시장과 수출 상황이 개선되면서 성장세가 본격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 GDP 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경기 부진이 뚜렷하다. 우선 우리 경제의 양대 축인 민간소비와 수출이 모두 마이너스다. 민간소비는 재화 소비가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으나 음식·숙박 등 서비스 소비가 줄어 1분기 0.6% 성장에서 2분기 -0.1%를 기록,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등이 늘었지만 석유제품, 운수 서비스 등이 줄어 역시 1.8% 감소했다.

이 외에 정부소비가 건강보험급여 등 사회보장 현물 수혜가 줄어 1.9% 감소했고,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0.3% 줄었다. 설비투자도 기계류가 늘었으나 운송장비가 줄어 0.2% 감소했다. 수입은 원유, 천연가스 등을 중심으로 4.2% 줄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불황형 성장

이처럼 민간·정부 소비와 투자가 모두 줄었음에도 실질 GDP가 0.6% 성장한 것은 1분기에 비해 수출보다 수입 감소폭이 더 커 순수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총 실질 GDP는 크게 민간소비와 정부소비, 투자, 순수출로 구성되는데 2분기에는 이 중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순수출만 개선됐다. 수출이 1.8% 줄어든 가운데 수입이 4.2%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분기 성장률에 대한 항목별 기여도 분석을 보면 순수출만 1.3%포인트 플러스를 기록했다. 반면 민간소비, 정부소비, 건설투자는 성장률을 각 0.1%포인트, 0.4%포인트, 0.1%포인트 마이너스였다. 순수출이 5분기 만에 성장률에 기여했음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다. 특히 전반적인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실질 GDP 증가에도 불구하고 증가율이 0%였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출의 주요 항목인 내수와 수출은 줄었지만, 순수출 규모가 내수 감소폭보다 컸기 때문에 성장률이 플러스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1분기 대면활동 증가로 성장을 주도했던 민간소비는 2분기 들어 주춤했다. 한은은 "연초에 코로나19 방역조치 전면 해제로 크게 늘었던 대면활동 관련 소비가 일시적으로 줄었다"며 "5월 연휴기간 중에 기상여건 악화로 대면활동이 일부 제약된 원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소비 감소는 2분기 코로나19와 독감 환자가 줄면서 정부 건강급여 지출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경제활동별로는 제조업이 컴퓨터·전자·광학기기 등이 늘어 2.8% 증가했다. 서비스업도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등이 줄었으나 운수업 등이 늘어 0.2% 성장했다. 하지만 전기·가스 수도사업은 수도, 하수 및 폐기물처리, 원료재생업 등이 줄어 6.0%, 건설업은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3.4% 각각 감소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연 1.4% 성장 가능할까…'중국·물가' 리스크 여전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상저하고'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상반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0.9%로 나왔기 때문에 한은이 전망한 연 1.4% GDP 성장률을 기록하기 위해선 하반기에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해야 한다. 3분기와 4분기 연속으로 전분기 대비 0.7% 정도 성장하면 하반기 1.7% 성장이 가능하다.

한은은 3분기부터는 민간소비와 수출이 좋아지는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신 국장은 "자동차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반도체 수출도 늘면서 수출이 소폭 감소에 그쳤다"며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불황이라고 보기는 힘들고 부진에서 완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국장은 "민간소비도 3분기 이후에는 완만한 회복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여전히 물가상승률과 중국 경기 부진 등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상저하고' 흐름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많다. 민간소비의 경우 아직 외식비 등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높기 때문에 빠른 회복세를 보이기 어렵고, 수출 역시 중국 경제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 중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3%로, 시장 전망치인 7% 초반에 미치지 못했고,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만큼 좋지 않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낙관적으로 봐도 우리나라는 4분기쯤에나 경기 침체를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경제 부진으로 수출 회복이 빠르게 가시화될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석 교수는 "특히 이번에 폭우가 심해서 농산물 가격 상승 요인이 있고, 흑해곡물협정도 깨져 시차를 두고 사료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며 "정부는 물가를 조기에 안정시키고 하반기에는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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