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부금 괜찮나”…정부, 불투명한 단체에 '단칼'
지난해 지정취소단체 0개→15개 확대
떨어지는 기부참여…"부정행위 단속"
정부가 기부금을 운용하는 공익단체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요건에 맞지 않는 기관은 공익단체 지정을 제외하고, 지정취소 기관도 대폭 늘렸다. 기부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일부 단체의 부실 운용이 국민들의 전반적인 기부 의식을 떨어뜨리는 만큼 강도 높은 감독으로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 상반기 9개 기관의 기부금 공익단체 지정을 제외키로 했다. 공익단체란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따라 등록된 단체다. 공익단체에 선정되면 기부자가 기부금액의 15%를 세액공제(소득금액의 30% 한도) 받을 수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추천하고 기재부 장관이 지정·공고하는데, 추천단체 99개 중 10%가 기재부 심사에서 탈락했다.
관계부처 관계자는 “일부 단체 중에서 기부금 운용단체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곳들이 있었지만 그간 공개하지는 않았다”면서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 등 요건에 맞지 않으면 취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락 사유는 후원금 관리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장애인 단체를 지원하는 A 비영리민간단체는 회비와 후원금 수입관리가 미흡해 공익단체 지정에서 제외됐다. 공익단체에 지정되려면 1년 이상 비영리민간단체 명의의 통장으로 회비와 후원금 수입을 관리해야 하는데, 해당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기부금 사용처 규정을 명확하게 세우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B 단체는 소득세법 시행령의 회원 친목도모 규정에 걸렸다. 공익단체는 정관을 통해 기부금 수입이 친목·회원 이익에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공익을 위해 사용하되 사업 직접 수혜자가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여야 한다. 지역 내 문화예술 후원기관인 C 단체도 같은 조항에 걸려 지정이 배제됐다. 이 밖에도 병원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후원회나 사회복지 단체 등이 홈페이지 개설 미흡으로 지정제외 조치를 받았다.
'지정취소' 단체 0→15개…"부정행위 단속"
지난해 하반기에는 아예 15개 단체가 지정취소를 받기도 했다. 직전 상반기만 해도 지정취소를 당한 단체는 한 곳도 없었다. 기존에도 1~2곳의 단체에만 지정취소가 내려졌던 것을 고려하면 강도 높은 조치다. 대개 개인기부금 비중 50% 이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기부모금액 및 활용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결산보고서나 수입명세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증여세를 1000만원 이상 추징당해 지정이 취소된 단체도 확인됐다.
정부는 기부금을 받는 단체에 대한 관리·감독 수준을 높이고 있다. 국세청은 올 초 공익법인에 대한 대대적인 부정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부금의 사적 유용 등 중대한 비위행위뿐 아니라 불투명한 회계처리나 지출증명 미비 등의 검증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러한 내용이 확인되면 3년간 사후관리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방침도 강조했다.
지난해 2월에는 결산보고서와 수입명세서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으면 지정취소까지 가능하도록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공익단체 서류 제출의무 이행 규정도 기한 경과 후 2달 이내로 구체화했다. 만약 서류를 내지 않으면 국세청장이 기재부에 지정취소를 요청하게 된다. 지난 2월에는 국회 업무보고에서 부적절한 기부금 단체의 명단공개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같이 조치한 것은 기부율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어서다. 일부 공익단체의 기부금 부정 사용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2013년 48.4%에 달하던 기부 의향이 2021년 37.2%로 낮아졌다. 기부참여율 역시 34.6%에서 21.6%로 떨어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상 경제가 성장하면 기부도 자연스럽게 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주변과 비교해 내가 여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중요하고, 기부한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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