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중남미 의약품 시장…K-제약도 출사표
연간 성장률 13% 수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부터
자가면역질환·항암제·백신까지 다양
중남미 의약품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자랑하면서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신약들을 발 빠르게 선보이는 가운데 현지에서도 산업 발전을 위한 토대 마련이 이어지고 있어 성장세가 더욱 기대된다는 평가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중남미 지역 의약품 시장 규모는 562억달러(약 72조원) 수준이다. 단일 국가 기준 최대 시장인 미국의 시장 규모가 5861억달러(약 750조원)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이 대비 10% 수준으로 그리 큰 시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경제 발전이 이어지면서 가파르게 커지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글로벌 통계 플랫폼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중남미 의약품 시장의 연간 성장률은 2021년 기준 13%였다. 세계 평균(10.5%)은 물론 유럽연합(EU) 11.8%, 북미 8.1%보다 높은 세계 최고 성장세다. 또한 2021~2025년 기간에도 연평균 12.6%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미리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차단제(P-CAB)라는 새로운 기전을 앞세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를 개발한 HK이노엔('케이캡')과 대웅제약('펙수클루')이 대표적이다. HK이노엔은 2018년 중남미 대형 제약사 라보라토리어스 카르놋과 중남미 17개국에 대한 수출 계약을 맺고 '키캡'이라는 이름으로 멕시코에 케이캡을 출시했다. 지난 21일에는 페루 허가도 받았다. 펙수클루도 올해 초 에콰도르와 칠레에서 허가받으면서 조만간 출시에 나설 구상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2월에는 당뇨 신약 '엔블로'를 최대 8436만달러(약 1100억원)에 현지 제약사 목샤8에 수출하기도 했다. 내년 하반기 중 브라질, 멕시코 출시가 목표다.
중남미까지 직판 체계를 구축한 셀트리온그룹은 지난 5월 브라질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를 출시하며 포트폴리오를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이미 '램시마' 정맥주사(IV) 버전과 항암제 '트룩시마'를 판매하고 있고 특히 램시마는 점유율이 84%에 달할 정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브라질 외에도 칠레, 페루, 에콰도르,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등에 현지 법인을 갖춘 상태다.
중저개발국이 많은 중남미의 특성상 수요가 높은 백신 사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GC녹십자는 지난 3월 올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의 남반구 의약품 입찰에서 4438만달러(약 570억원) 규모의 독감백신 수준에 성공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도 지난 5월 PAHO와 계약한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의 초도물량을 출하하는 등 지속적 공급에 나서고 있다.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통합규제기관'을 세우려는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이미 유럽연합(EU)에서 유럽의약품청(EMA)을 통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규제역량 강화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콜롬비아 보고타에 모인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쿠바, 멕시코의 의약품 규제기관 책임자들은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의약품청(AMLAC)'의 창설에 동의했다. 지난 4월 멕시코에서 콜롬비아, 쿠바, 멕시코 보건 당국자들이 모여 이를 위한 '아카풀코 선언'에 서명한 후 점차 규모가 커지는 모습이다. 이들은 AMLAC를 통한 효과적이고 양질의 의약품·의료기기에 대한 제조를 지원하고, 지적재산에 대한 유연성을 높임으로써 의약품·의료기기에 대한 자급자족 강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현재 국가별로 따로 제품 허가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다. 업계 관계자는 "AMLAC가 EMA 같은 통합 규제기관으로 나아가는 데까지 성공한다면 기존 개별국가를 통한 승인 대비 허들이 좀 더 높아질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통합허가가 가능해진다면 보다 수월하고 빠른 해외 진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EMA는 다양한 통합인증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EMA에서 직접 심사해 단일 판매 허가를 부여하는 '통합절차', 한 회원국에서 먼저 판매 허가를 취득한 후 다른 회원국의 허가를 노리는 '상호인증 절차'다. 모두 기존 단일국가별 승인 대비 품이 대폭 줄어들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중저개발국이 많은 아프리카에서도 15개국이 모여 '아프리카의약품청(AMA)'의 설립을 결정하면서 르완다 키갈리가 AMA 본부 소재지로 정해지는 등 이 같은 움직임은 세계적으로 더 빨라지는 추세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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