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짝 붙어도 OK, 1번 레인 더 좋아"…황선우의 이유 있는 '마이 웨이'
황선우(20·강원특별자치도청)의 레이스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대부분의 선수가 레인의 중심부에서 물살을 가르는데, 황선우는 레인 오른쪽(도착 방향 기준)에 바짝 붙어 앞으로 나아간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더 그렇다.
황선우의 주 종목인 자유형 단거리는 100분의 1초 차로 메달 색이 달라지는 종목이다. 자칫 레인을 구분하는 부표 선에 팔이 부딪혀 레이스에 방해라도 받을까 염려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24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만난 황선우는 "실은 일부러 그렇게 (레인 한쪽에) 붙어서 경기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도 내가 레인에 너무 붙어서 가는 걸 알고 있고, 안 좋은 습관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그렇게 해야 더 편하게 경기할 수 있다. 심리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내외 대회에서 수많은 레이스를 경험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아낸 거다.
하나 더 있다. 황선우는 대부분의 선수가 꺼리는 가장자리 레인도 선호하는 편이다. 경기장의 양쪽 끝인 1번과 8번 레인은 다른 선수들의 물살이 벽에 부딪힌 뒤 해당 레인 선수에게 되돌아오는 구조라 물의 저항을 가장 많이 받는 구역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가운데 레인(3~5번)은 자신이 일으킨 물살을 다른 선수들에게 보낼 수 있어 레이스에 한결 유리하다. 예선 기록이 가장 좋은 선수가 결선에서 4번 레인을 배정받는 이유가 있다.
그런데도 황선우는 "여러 번 레이스를 해본 결과, 나는 중간 레인보다 1번과 8번 레인에서 더 마음 편하게 경기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의 페이스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레이스 구상과 작전에만 집중하기엔 외곽 레인이 더 낫다는 의미다.
실제로 그는 지난 24일 오전 열린 2023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 예선에서 7조 4레인을 배정받았는데, 공동 13위(1분46초69)로 처져 준결선에 턱걸이했다. 그는 예상보다 더 기록이 저조했던 이유로 "경기 후반 페이스 조절 실패"를 꼽았다.
반면 이날 오후 치른 준결선에선 예선 성적 탓에 1조 1레인으로 밀렸는데도 조 1위, 전체 3위(1분45초07)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가뿐히 결선에 진출했다. 그는 "막판엔 힘을 조금 남겨 두고 레이스를 펼쳤는데도 좋은 기록이 나와서 다행"이라고 했다.
남들에게는 '불운'으로 여겨질 상황도 황선우에게는 '행운'으로 둔갑한다. 그는 오랜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만의 요령과 멘털 관리법을 터득했다. 그가 세계 정상의 선수들과 경쟁하는 압박감을 이겨내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황선우는 25일 오후 8시 2분 시작하는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한국 수영 사상 최초의 세계선수권 2회 연속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또 한 번 포디움에 오르는 게 1차 목표, 지난 대회에서 남긴 자신의 최고 기록(1분44초47)을 넘는 게 2차 목표다.
그는 "남자 자유형 200m 선수 수준이 상향 평준화 돼 1분44초대 기록으로도 메달을 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잘 준비해서 나도 1분43초 대에 진입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후쿠오카=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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